4일차, 로프웨이 위룽쉐산 투어, 印象麗江 뮤지컬 관람(8.26, 월)
차마고도와 옥룡설산을 찾다..(2019. 8. 22~27)
4일차, 로프웨이 위롱쉐산 투어, 印象麗江 뮤지컬 관람(8.26, 월)
여강의 밤은 고택이 많아서인지 서라벌의 밤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어제밤 늦은 시간임에도 쇼핑과 음식,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여강거리를 메웠다. 여강을 떠나기 아쉬운 친구들은 古城이 보이는 가게 이층에서 시원한 청도맥주를 마시며 어제 걸은 걸음을 이야기했다. 태균이는 여강에서의 마지막 밤을 추억속에 남기기위해 준비해온 고성능 스피커를 틀어 즉석 노래방을 열고 본인의 장기인 오카리나를 연주했다. "안동역에서", "나는 행복한 사람" 등의 연주가 환상적이었고 흥에 겨운 노래에 시간가는줄 몰랐다.
위롱쉐산 전체 조망을 위한 rope way는 3군데가 있다. 이중 고지 3,200에 이르는 rope way가 운영되는 운삼평으로 가면서 버스내에서 바라보는 위롱쉐산의 장엄한 모습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위롱쉐산은 1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고 주봉은 5,596m의 산짜더우(扇子)봉이다. 빙하는 총 9개가 있었으나 기후 온난화로 2개가 사라졌다. 주봉에 있는 빙하 3개중 1개가 녹아내리고 있다고한다. 운삼평에 도착하니 거대하고 신성하게 느껴지는 설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기철임에도 맑게 개인 날씨에 구름이 살짝 가린 주봉을 배경으로 통일된 학오름 산행복장으로 우리의 모습을 담아보는 이 순간은 이번 트레킹의 정점에 이르는 순간이다.
케블카는 약 10분만에 3,200고지에 이르러 더욱 선명하고 가까운 설산의 모습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오래된 침엽수는 서늘한 기운속에 맑은 산소 공기를 내뿜어 고지인데도 고산병 증세가 쉬이 나타나지 않는다. 넓은 초지에선 나시족 전통복장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붐벼 설산이 품은 이곳 여강의 삶이 강하게 살아나는 느낌을 준다. 많은 사진을 찍어면서 우측 봉우리 너머에 있는 우리가 걸었던 호도협 길을 떠올려본다. 지나쳐온 길이지만 여기까지 이어져옴을 느끼는것은 설산이 주는 무한한 감동때문일것이다.
부처님이 고약한 짓만 하는 손오공을 가두었다는 이곳 위롱쉐산,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안이라는 교훈을 준 서유기의 무대.. 삼장법사가 함께 왔으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더 깊고 좋은 말씀을 들려주었을것 같다.
하산하여 영화 "붉은 수수밭"의 감독 장예모가 연출한 '印象麗江(Impression Lijang)' 야외뮤지컬을 관람한다. 웅장하면서도 여강의 역사를 내밀하게 잘 그려낸 뮤지컬이다.
약 300여명이 동원된 공연은 크게 차마고도, 대주설산, 옥룡제삼국, 고무제천, 기도의식으로 구성되어있다. 공연은 웅장한 리듬감을 주는 음악과 함께 백족, 나시족, 장족등 소수민족 소개로 시작된다.
차마고도길을 떠나는 마방들, 남자들을 먼길로 떠나보낸 여인들이 광주리를 등에지고 차(茶)일을 하는 모습, 말안장을 메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 마방들이 술을 마시면서 삶을 즐기는 모습("일해도 한잔 일안해도 한잔, 돈있어도 한잔 돈없어도 한잔"이라는 가사가 재미있다), 부모가 반대하는 남녀간 애달픈 사랑이야기(부모를 떠나는 딸, 장곡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남녀가 나온다). 이어서 부모들이 등장하여 자식들의 장례를 치루며 그들의 영혼이 신의 품에서 편히 잠들기를 기원하는 鼓舞祭天... 마지막으로 설산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다소 슬픈 기도의식으로 공연은 마무리된다.
인상여강은 한마디로 장엄하고 숭고한 자연의 주관자 위롱쉐산아래 위치한 여강에서 쉼없이 이어져온 인간의 삶, 영혼이 살아숨쉬는 모습을 그려낸 대서사시다. 서사시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이어준 차마고도, 호도협 길이 있었기에 모든것이 가능했다. 여강의 역사와 문화는 곧 인간이 걸어왔던 길의 역사인것이다. 우린 이러한 길을 걸은것이다. 장예모의 스토리텔링속에 우리가 걸었던 길, 앞으로 걸어가야 할길에 지금같은 우정이 계속 간직되기를 바란다. 麗江, 아름다운 강은 이곳만이 아닌 영원히 살아숨쉬는 우리들 마음의 강이기에...
따가운 햇살하에서도 공연의 전 과정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담아 이곳에 오지못한 친구들에게 전해주고자하는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과 열정이 감사하다.
여강의 식수원인 옥수채와 티벳불교의 성격이 강한 동파절을 찾아본다. 식수의 발원지엔 '대자연의 신'이 좀 기괴한 금색동상의 모습으로 서 있다.
동파절의 불상은 전통적 대승불교의 모습은 아니었다. 대웅전앞에 붉은 호랑이 석상과 흰 야크상이 있고 종과 북을 동시에 치고 주술적 성격이 강하게 풍기는 절의 모습이다. 인도, 티벳에서 불교가 전래되면서 이곳 토착신앙과 혼합된 모양이다.
이곳 여강의 통치자가 한때 살았다는 白沙村을 찾았다. 400년전 세워진 작은궁궐 같은곳, 백사벽화엔 20여명의 화가들이 그린 벽화가 즐비하다. 벽화의 대부분은 불교, 도교의 색채가 강하다. 90년대 중반 金沙江 절벽에서 발견된 암각화도 사진으로 전시되어있다. 각종 동물이 새겨져있는 고대선사시대 암각화는 우리 언양의 반구대 암각화와 별반 다름이 없다. 붉은 색채만 차이날 뿐. 고래의 모습도 있는것으로보아 이곳 역시 히말라야 산맥처럼 지구의 판이 부딪히면서 바다에서 융기한 지역일것이라 추정해본다.
백사촌 민속거리도 거닐어본다. 커피향 가득한 숍을 찾아 아이스 커피로 피로를 풀어본다. 경식이는 어느새 시장을 찾아 사온 석류를 친구들앞에 내놓는다. 시큼하지않고 달콤한 석류다. 백사촌을 마지막으로 투어일정을 마치고 저녁식사는 귀하고 비싼 야크샤브샤브로 병근이가 쏘았다. 험준한 산악지역에서 고귀한 노동을 제공하고 마지막 고기까지도 바치면서 인간과 공존해온 야크...
여강을 뒤로하고 성도로 향하는 20시 30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