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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참외와 가덕도 신공항(2021. 4. 8~9)

도보사랑 2021. 6. 19. 12:26

성주참외와 가덕도 신공항(2021. 4. 8~9)

성주군 벽진면에 내려왔다. 사드(THAAD) 기지가 있는 초전면 인접 지역이다. 유명한 성주참외 농가 비닐하우스가 즐비하다. 수확한 참외를 물로 씻고 선별하는 한 농가가 눈에 들어왔다. 비닐하우스안에 들어가 땀흘리시는 부부와 대화를 나누며 꿀참외 한박스를 샀다. 멀리서 왔다며 비닐봉지에 덤으로 작은참외를 수북이 담아준다. 참외농사가 힘들다고 말씀하시면서 이번 4.7재보궐선거에 대해서도 열변을 토하신다.

자연스럽게 옆동네 초전면 사드기지 이야기를 꺼내신다. 특히 당시 논란이 되었던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하여 전자파와 소음등은 농사에 아무 영향이 없다고. 사드배치 극렬 반대운동을 전개한 사람들은 지역민들이 아니고 외부 정치세력이 끌여들인 사람들이라고. 그리고 한말씀 더하신다. 기지설치후엔 정작 기지가 있는지도 모를정도로 너무 조용하다고. 훈련을위한 차량이동이 거의 없다고한다. 이 말씀을 듣고보니 몇주전 방한한 오스틴 미국방장관의 말이 생각났다. "한국정부가 사드기지를 방치하고 있는 현 상황은 동맹국으로서 용납할수없는(unacceptable) 행위"라며 강한 불만을 제기한것. 그리고 원희룡 제주지사의 발언도 생각났다. "사드기지내 장병들이 몇년째 컨테이너 생활을 하고있다. 문대통령이 군통수권자로서 국가안보에대한 책무를 방기해서는 안된다"고.. 우연히 참외농가를 들러 국가존망의 문제인 안보에관해 충고를 들은것 같아 씁쓰레한 기분을 지을수없었다.

십수년만에 모친의 고향 부산강서구 녹산 송정리에서 바다건너편에 있는 가덕도에 왔다. 가덕도 앞바다는 정유재란당시 원균이 지휘한 조선수군이 왜군에게 대패한 칠전량 해전이 전개된 해역이다. 일본이 한반도를 강점한이후엔 대륙진출의 전초기지로서 포진지와 탄약고를 만든 흔적도 곳곳에 있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대한해협을 통제하는 전략적 요충지이지만 수심이 아주 깊고 바람도 거센곳이다.

가덕도는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하여 신공항 건설 이슈가 뜨겁게 달아오른 지역으로 곳곳에 어민들의 생계터가 사라진다며 공항건설을 반대하는 플랭카드가 걸려있다. 섬에서 제일높은 고지인 연대봉에서 내려다보는 푸른 남해바다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지만 갯벌의 서해안과 확연히 다른 거칠고 깊은 이 바다를 매립하는 공항건설이 과연 가능할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뒤집은 가덕도 신공항사업은 합리적인 결정인가, 그것도 예비타당성 검사를 면제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초고속 스피드로 진행시키겠다고 밀어부치는 국가대사업..ㅜ

바다건너 대마도의 萬關橋아래 건설된 운하가 생각났다. 1900년초 일본정부가 반도로 향하는 선박의 운항거리를 단축시키고자 십수년에 걸쳐 건설한 운하, 대마도 허리를 잘라 동서로 관통하면서 후일 러일전쟁 및 대륙진출에도 크게 기여한 운하다.

번개불에 콩볶아먹듯이 신속히 진행하는 국책사업은 성공하기 힘들다. 향후 신공항건설이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지 모르지만 정부의 결정대로 추진해야한다면 몇십년이 소요되더라도 긴시간을 두고 완벽하게 건설되어 침하되지않는 활주로, 강풍에 흔들리지않는 소프트랜딩의 공항으로서 명실공히 동북아 허브의 중심공항이 되기를 바랄뿐이다.

정부의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의 성패여부는 돈보다는 사업의 타당성에대한 합리적인 결정, 특히 지도자의 철학과 미래를 보는 눈이 크게 좌우한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이를 증명한다. 국가대계이지만 어느정도 정치적 이해관계와 외교적 갈등속에서 추진된 가덕도 신공항, 성주 사드기지 사업이 후대 역사에 좋은 평가를 받기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