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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산의 앵초꽃(2021. 4. 13)

도보사랑 2021. 6. 19. 12:34

서운산의 앵초꽃(2021. 4. 13)

오늘 미세먼지 좋음. 맑은 날씨에 좋은것들만 만나고싶어 안성과 진천의 경계에 위치한 서운산(547.4m)에 왔다. 오늘 만난 좋고 아름다운것들..

1. 역사의 흔적이 있어 좋다

입구에서 청룡사 사적비를 만난다. 조선경종 원년(1721년)에 청룡사 연혁에대한 승려 나준의 기록에 직산현감 황하민이 유려한 서체로 비석에 글을 썼다. 고려말 승려 나옹선사가 절을 중창할때 상서로운 구름을타고 내려오는 청룡을보고 사찰이름을 청룡사로 명명했다고 기록되어있다. 산을 넘어 약 5Km 이격된 반대편 산기슭엔 풍등놀이로 유명한 사찰 석남사도 있다. 산허리에 일부 남은 서운산성은 삼국시대에 축조되어 임진란때 홍계남장군이 방어전을 전개했다한다. 이렇게 역사가있는 서운산 자락이다.

2. 자연과 호흡해서 좋다

은적암을 지나 산정상까지 가는 산길엔 맑은공기, 시원한 바람, 청아한 계곡물소리가 곁에있다. 푸른 신록이 산전체를 물들이고 바람에 하늘거리는 단풍잎은 아직 오지않은 가을의 채색을 기다리는듯하다. 정상에 이르는 인간의 길은 약 2.5Km로 멀지않지만 시공을 초월한 자연의 길은 끝없이 이어지는듯하다. 산행객이 드문 고즈넉한 이 시간, 지는 노을이 운치를 자아낸다. 이렇게 자연의 소리를 가깝게 들을수있는 서운산자락이다.

3. 인간의 노동, 풍물이있어 좋다

산행길 좌우에 자연만 있는것은 아니다. 인간노동의 흔적이 곳곳에있다. 깊은 도랑에 넘치는 계곡물을 끌어들여 밭에 물을 대고 수조(水槽)도 설치하여 가뭄에 대비한다. 기름진 밭엔 각종 채소가 자라고있다. 비닐을 덮은 이랑은 가을 수확을 기다리는 것인가. 마을어귀엔 나이지긋하신 할머니가 자판을 열어 직접 재배하신 각종 채소, 나물들을 판다. 허리굽은 할머니의 손길, 노동이 배여있는 산물은 맛이 있을것이다. 오늘은 봄나물 씀바귀를 한다발 샀다.

이곳 유명한 풍물기행 전통 식당은 어느새 카페로 바뀌었다. 보리밥과 파전대신 커피와 두유식빵을 판매하지만 옛 우리의 풍물을 고이 간직한 인테리어를 유지하고있다. "인생커피, 참좋은 인연"이란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삶과 예술을 사랑하는 주인장이 인수한 모양이다. 시간은 흘러도 끊임없이 노동하고 사라져가는 옛풍물을 간직하고자하는 귀한 정신이 살아있는 서운산 자락이다.

4. 잘 몰랐던 앵초꽃의 아름다움을 만나 좋았다

산중턱 은적암 가는길에서 예쁜 꽃무리를 보았다. 사진작가 같은분이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진천에서 직장 휴가까지 내어 들꽃을 찾아 이곳까지 왔다고했다. 꽃이름은 앵초, 철쭉처럼 보였으나 산의 습지에서 자라는 아름다운 꽃이라했다. 자세히보니 하트모양의 꽃잎 5개가 한송이를 이루고있다. 꽃이 제일 아름다운 순간은 해가 넘어가는 시간에 대각선 역광을 앞에두고 뒤쪽에서 꽃의 그림자가 꽃잎에 담기는 장면을 찍을때라고했다. 렌즈가 큰 케논 카메라로 이순간을 포착하기위해 3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했다.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왔을때도 한컷을 찍기위해 그자리에 꼼짝않고 있었다. 직장을 그만두면 우리의 들꽃을 찾아 전국을 누빌거라했다. 참으로 고상한 취미를 가지신분 덕분에 나도 제법 작품티가 나는 앵초꽃 한컷을 담았다. 망원렌즈 달린 케논보단 못하지만 S-10 핸펀의 작품..ㅋ

이전에도 서운산에 왔었다. 변함없는 자연속에서 느껴본 새로운 감흥, 아름다운 앵초꽃의 발견, 이를 담고자 인내하며 기다리는 인간의 의지... 자연에 순응하며 마음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이다.
매사 감사하는 마음이면 삶은 더욱 깊고 완숙해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