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그림은 통속과의 대화2

도보사랑 2024. 8. 11. 23:43

그림은 통속과의 대화

울산바위에 대한 나의 글에 산을 사랑하시는 분이 '울산바위는 설악산의 보물이라며 2년 전 여름 아침에 찍은 울산바위의 모습'을 보내주셨다. 무척 감사하다. 그림, 사진 한장을 통해 이심전심이 되는 것, 이 얼마나 아름답고 살만한 세상인가.  

단원 김홍도의 작품 세계 탐색을 이제 그만 해볼까 생각하다가 끝도 없는 수많은 그의 그림을 보다가 토, 일 이틀간 3작품을 그려보았다. '군선도', '춘절야유도', '투전도'이다. 3작품 모두 흑백의 수묵화가 아닌 황색 계통의 옅은 채색 그림이기에 나의 상상력도 자극을 받아 붓펜과 색연필에 더 힘이 들어갔다. 그림의 사실성이 떨어지더라도 나도 모르게 다른 색을 가미하여 진하게 색칠하는 이유는 그림이 주는 강한 임팩트 때문일 것이다.

'군선도'의 이름으로 연습한 것은 단원의 '군선도 8첩 병풍'의 일부 그림이다. 단원은 화필이 한창 무르익었던 30대에 도교적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신선들이다. 뿔이 큰 사슴 주위에 부채를 들고, 복숭아가 들어있는 바구니를 들고, 피리를 불고, 이상하게 생긴 물고기와 뱀을 타고 가는 신선들의 세계에 대해선 그 표현에 내포된 세계와 주는 의미는 잘  모르겠으나 인간 세상과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후대의 화가 조희룡(1789~1866)은 '호신외기'에서 단원에 대해 "아름다운 풍채에 도량이 크고 넓어 작은 일에 구애되지 않았으므로 사람들이 그를 가르켜 신선과 같다"라고 기록했다. 이런 뛰어난 외모를 가진 단원은 온화하고 겸손해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했다. 그리고 단원은 음악에도 정통하여 그의 스승 강세황은 "(김홍도는) 음률에도 해박해 금적운사(芩笛韻詞, 거문고와 대금, 문장)에 그 묘함을 다하였다"라고 했고, 단원과 함께 경상 감사를 수행해 봉화 청량산에 올랐던 유명한 문인 성대중은 단원이 부는 피리 소리를 듣고 "멀리서 들으면 필시 신선이 학을 타고 생황을 불며 내려오는 것이라 할 것"이라고 기록했는데 단원에겐 확실히 현실성, 사실성을 중시하는 성향외에 도교적 이상향의 내면세계가 자리잡고 있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단원이 20대 때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풍속화, '춘절야유도'와 '투전도'도 참 재미있는 그림이다. 봄날에 야유회를 즐기는 '춘절야유도', 숯으로 벌겋게 달구어진 쇠 불판에 놓인 고기가 참 맛있어 보인다. 바구니에 담겨있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숯인 것 같은데 검게 채색이 되어있지 않고 크기도 작아 숯이 아닌 것 같기도하고.. 갓을 쓴 선비는 화로에서 떨어져 술을 마시고 있는데 누가 안주로 고기를 집어주려나? 나머지 4명은 고기 먹는 것에 열중이다. 그 중 한 명은 옆사람이 그릇에 담은 고기를 손으로 집어 먹고 있다. 서로 술잔을 부딪히면서 고기를 안주 삼아 먹지 않는 모습이 다소 이색적으로 보인다.

'투전도'에 등장하는 인물들 표정도 아주 재미있다. 돈 앞에서 욕심이 읽어지는 모습들인데 패를 등 뒤로 감춘 표범조끼를 입은 사내와 담뱃대를 왼손에 쥐고 오른손으로 패를 감추는 사내는 수가 높아 포커페이스 모습이다. 패를 힘있게 바닥에 내리치는 사내는 의기양양한 모습. 웃으면서 여러 패를 한꺼번에 쥐고 있는 사내는 조금 수가 낮아 보인다. 그러기에 빨간 두건을 쓴 옆 사내가 손으로 훈수를 두고 있고. 어린 동자는 나이가 어려서 참전이 불가한지, 보다가 지쳤는지 이불에 기대어 잠을 잔다. 촛불과 등잔불 아래 노름을 하는 풍경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으니 사람 사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선과 야유회, 투전판을 넘나 든 단원의 다양한 세계에서 진정한 인간미를 느낀다. 당대의 세상 모습을 경험과 사유의 퇴적물로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뛰어난 인물들이 새 세상을 만드는 것. 현상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다양한 세계와 통속한 비범한 단원 김홍도!

20240811, Song s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