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기승(松下棋僧)외 1점
송하기승(松下棋僧)외 1점
긍재 김득신의 화첩에서 철학과 스토리가 담겨있는 듯한 작품 2점을 모사(模寫) 해본다.
'송하기승(松下棋僧)'은 소나무 아래에서 두 승려가 땅바닥에 장기판을 그려 놓고 장기(將棋)를 두고 있는 그림이다. 옆에 다른 한 명의 중이 재미있다는 듯 지켜보고 있다. 지금까지의 모사 그림 중 조선 후기 놀이 풍습으로 씨름, 투전, 투호(항아리안에 화살 던져 넣기)에 이어 네번째 보게되는 장기 놀이.
장기 놀이는 장기판위에서 각 16개의 기물을 움직여 상대의 왕을 잡는 일종의 전쟁 게임이다. 두 상대는 漢의 유방(劉邦)과 楚의 항우(項羽)로서 漢, 楚를 적(赤)과 청(靑)색으로 구별한 것엔 음양설이 적용되었다. 적을 양(陽), 청은 음(陰)을 표방하고, 판위에서 싸우는 기물 중 차(車), 포(包), 마(馬), 상(象)은 전투수단외 음양에서 사상(四象)을 의미하기도 한다. 평화와 자비를 중시하고, 동(動)보다 정(靜)에 익숙한 승려들이 아무리 현실적 살상행위가 없는 놀이라 할지라도 살벌한 전쟁터에 뛰어들어 승부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색적이다. 일반 평민이 아닌 승려가 놀이의 주체자이다는 사실이 그러하다. 긍재가 그려내고자 한 것은 단순한 놀이 풍속에 내재된 인간의 욕망인 것 같다. 세상 만사엔 음양사상이 있고, 인간은 누구나 흥미있는 놀이에 탐닉한다는 사실을 풍속화에 담고자 했던 것 같다.
'성하직리도(盛夏織履圖)'는
무더운 여름날에 건장한 사람이 멍석위에서 짚신을 삼고있는 정경의 그림이다. 나무로 엮은 담장엔 청록색의 박잎과 노랗게 잘 익은 박 두개, 사립문 마당 안쪽엔 장독 하나가 보인다. 사립문 앞에서 웃통을 벗은 채 짚신을 삼고있는 인물은 그 옆에서 담뱃대를 물고 지켜보는 노인의 아들인 듯하다. 노인 등뒤에 몸을 숨기고 있는 어린 아이는 노인의 손자처럼 보이고, 더위에 숨을 할딱거리며 앉아있는 강아지의 시선은 어린 아이를 향하고 있다.
건장한 아들의 피부는 햇빛에 타서 그런지 붉고, 아버진 머리숱 하나 없이 빛바랜 피부의 노쇠한 모습이다. 이 아버지도 젊었을 땐 아들처럼 넘치는 힘으로 쉼없이 짚신을 삼았을 것이다. 무심한 세월속에서도 대대로 내려오는 가업(家業)이 핏줄을 이어가게 하는 것. 할아버지 등 뒤 손자도 커서 아버지보다 더 능숙하게 짚신을 삼을지 모를 일이다. 보이는 짚신은 전부 3개. 아버지앞에 한짝, 아들 멍석위엔 한개만 보인다. 아버지 짚신을 먼저 삼아 드리고, 자신의 짚신 나머지 한개를 열심히 삼고 있는 모습이 마치 연로한 아버지에게 효를 다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부모님 나이는 장수의 기쁨과 연로의 슬픔을 동시에 보여준다. 긍재는 아들이 짚신을 삼고, 이를 지켜보는 아버지를 통해 효를 중시한 조선 유학의 풍속을 그려내고자 한 것 같다. 조선은 충효를 강조한 유학의 나라. 후기 땐 소수의 평민과 천민이
70%이상의 노동하지 않은 양반들을 먹여살린 이상한 신분제의 나라. 긍재는 단원, 혜원과 이러한 시대를 살았다.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대선을 앞둔 작금의 대한민국은 정의와 진실이 상실되고, 어리석은 대중들이 거짓과 악의 펜데믹에 지배당하고 있다. 19세기 조선몰락의 시대를 보는 듯하다. 국민들이 바른 눈을 가져야한다.
두 풍속화를 모사하면서 갖게되는 나만의 느낌과 상상이 역사의 궤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 좋겠다.
20250522, Song s 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