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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출산 예정인 아내와 함께 온 이현진(33)씨는 "직장 생활 6년 동안 개인의 성취보다는 조직의 확대 재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 답답했다"며 "당장 농부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귀농이 현실 도피가 아닌 운명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을 지방으로 옮긴 뒤 텃밭을 가꾸다가 자신감이 생기면 영농에 본격 뛰어들 계획도 세워 놓았다고 했다.
부천에서 온 송영철(39)씨는 "도시에서 나고 자라 농사를 한 번도 지어 보지 않았지만 '이곳'은 내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귀농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아내 이현정(36)씨도 "처음에는 세 아이들을 다 키운 뒤 농촌에 별장처럼 집을 짓고 살고 싶었다"며 "하지만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자연과 함께 살게 해주고 싶다"고 거들었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농업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지만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의 행렬은 줄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귀농은 확고한 의지와 치밀한 준비 없이는 실패하기 십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농림부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05년까지 2만여가구가 귀농했다. 외환위기를 맞아 1998년 6400여가구를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다가 2002년(769가구) 이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30%가량이 정착한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귀농은 실패 확률이 높다. 전국귀농운동본부는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가르치지만, 1996년부터 최근까지 귀농교육을 받은 2000명 중 현재 농사짓는 가구는 700∼800명으로 여전히 성공률이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김모(42)씨는 2005년 4월 아무 연고도 없는 경북 영양에 둥지를 틀었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2년 만에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농촌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에만 끌린 김씨의 고집에 가족들은 어쩔 수 없이 따르기는 했지만 생소한 농촌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반면 치밀한 준비를 거쳐 귀농한 경북 상주시 모동면 정양리 '향유농장' 박종만(35)씨는 성공적인 귀농 사례로 꼽힌다. 박씨는 1998년 대학 졸업 후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어 경북 상주의 포도농장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2년간 남의 농장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을 토대로 대학 시절 친구였던 아내와 함께 땅을 빌려 포도농사를 시작했다. 그는 성실함을 인정받아 새마을지도자를 맡기도 했다. 지난해엔 처음으로 자기 땅 3000평을 샀고, 포도와 포도즙 등을 판매하며 풍족하지는 않지만 만족스러운 농촌 생활을 하고 있다.
◇귀농을 계획하고 있는 송영철(앞줄 왼쪽)씨와 부인 이현정씨 등 젊은이들이 15일 서울 용산구 농협중앙회 용산 별관에서 열린 '서울생태귀농학교' 강좌에서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우상규기자 |
귀농 7가지 점검사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설 농촌정보문화센터는 귀농을 위해 반드시 점검해야 할 사항을 결심순간부터 본격적인 영농계획을 수립하는 데 까지의 7가지 단계별로 제시했다.
먼저 '결심 단계'로 농업 관련 기관이나 단체, 농촌지도자, 귀농 선배를 방문해 필요한 정보를 미리 수집하고, 길게는 2∼3년의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신중하게 생각한 뒤 자신감과 확신이 생길 때 귀농을 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족 동의는 필수다. 아내와 자녀를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내는 일이 귀농 준비단계에서 가장 중요하다. 작목 선택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자신의 여건과 적성, 기술 수준, 자본 능력 등에 맞는 작목을 선택해야 한다. 대상 작목을 선택하고 나면 그에 맞는 영농기술을 익혀야 한다. 농업기술센터, 농협, 귀농운동본부 등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농촌정보문화센터 측은 밝혔다.
다음으로는 정착지를 물색해야 한다.
작목을 선택한 뒤에는 자녀교육 등 생활여건과 선정 작목에 적합한 입지 조건, 농업 여건 등을 고려해 정착지를 물색하고 결정해야 한다.
정착지가 결정되면 집과 농사지을 땅을 마련해야 한다. 집은 신축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 주택을 구입할 것인지, 땅은 임차할 것인지 아니면 살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농업기술센터나 농협 등에서 조언을 구해도 좋다.
본격적인 영농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는 합리적이면서도 보다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는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4∼5년 걸린다. 따라서 자신 있는 작목, 가격 변동이 적은 작목, 영농기술과 자본이 적게 드는 작목을 중심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농촌정보문화센터 진재학 소장은 "도시민에게 귀농이나 전원생활은 평소 생각한 것과 달리 달콤하고 환상적인 생활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자신이 어느 정도 귀농 의지가 있는지 살피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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