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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

아침 산책 아침 산책길 숲속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소리 요란하다 비그친 뒤 절묘한 화음 햇빛 쨍쨍할 때도 이러진 않았다 큰비 그쳤기에 기뻐 들떠 부르는 노래인가 여기 저기 뒹구는 다 여물지못한 도토리 가을이 오면 살이 통통해지는 도토리 비바람에 못이겨 떨어졌나 새생명이 버거워 스스로 낙하하였나 조금 애처롭게 보여 주워 손바닥에 올려본다 여물지 못해 차라리 허물을 벗은 모습 인간이 걷는 길에 스스로 떨어져 겸허한 인간이 된 도토리 그다지 가여이 보이지 않음은 떨어진 줄기에서 또 생명이 탄생하기 때문 내일이 기약되기 때문 허물을 벗어야 더욱 알차게 영글어 가는 것 올 가을엔 다 벗어버리고 싶다 여태껏 가져온 것 다 던져버리고 걸어온 길 다시 돌아가 새롭게 길을 걷고 싶다 가을은 영글기 전 허물을 벗기고 가벼움..

FB단상 2024.08.06

보리수 열매

보리수 열매 오늘은 현충일. 올핸 현충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추모하기로. 기상하여 조기를 게양하고, 아침 10시 울려퍼지는 사이렌 소리에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께 묵념을 올렸다. 인간의 유한한 생명에서 나라가 위태로울 때 바친 숭고한 죽음, 그 용기와 희생이야말로 생에서 가장 값진 것, 죽어서도 영원히 사는 길일 것이다. 안중근 의사, 이순신 장군, 그리고 전선의 고지에서 마지막 총알의 감각이 손가락끝을 스쳤을 무명용사들.. 배미농장 보리수 열매를 땄다. 작은 나무에 빨간 열매가 호국영령들의 붉은 충정처럼 주렁주렁 열려있다. 우리 땅의 보리수 나무는 키가 작은 뜰보리수 나무. 석가모니가 그 아래에서 득도했다는 우람한 인도 보리수 나무가 아니다.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지 못해도 붉은 열매들은 무게를 이기지 못..

FB단상 2024.06.06

현충일 아침

현충일 아침 10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을 기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지는군요. 나라가 위태로울 때 주저없이 전선으로 나아가 기꺼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고귀한 그 뜻이 우리들 가슴속에도 오랫동안 간직되기를 바래봅니다. 지리산 공비토벌에 참전하신 아버님과 대전현충원에 누워 계신 작은 아버님도 추모합니다. 맑고 푸른 현충일입니다.

FB단상 2024.06.06

망각의 붓꽃

망각의 붓꽃 물가에 예쁘게 피었던 노란 붓꽃은 한 송이만 남기고 어느새 다 저버렸다. 작년 비오는 날엔 '오늘 만큼은 널 정호승의 수선화로 부르겠다'며 영상에도 담았던 붓꽃. 올해도 예쁘게 피었지만 1년 전의 모습과 함께 아득히 멀어져간 느낌이다. 봄비와 함께 4~5월에 아름답게 피는 붓꽃. 고작 한 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나의 망각속에 묻힌 느낌이다. 먹구름이 잔뜩 끼인 날씨 탓인가. 망각의 강이 아득히 먼 곳으로 흘러가는 느낌. 이럴 땐 그냥 무심히 앞만 보고 걷는다. 바람이 잠깐 스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사람 발자국이 멀어지는 저녁 공원에 조용히 퍼지는 종소리처럼 바람소리, 물오리소리는 망각을 깨우는 생명의 소리. 20240603, Song s y

FB단상 2024.06.04

이순신장군 탄신일

이순신장군 탄신일오늘 4. 28일 이순신장군 탄신일을 맞이하여 아산 현충사에선 여러 의미있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충무공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기위해 초중고 학생들이 참석한 난중일기 백일장 행사가 돗보였고, 이 날을 전 국민의 축제로 빛내기위한 장군의 후예 해군군악대의 연주도 아주 멋졌습니다.사당내 장군의 영전엔 윤석열 대통령의 화환이 놓여있었고, 행사를 주관한 한덕수 국무총리께선 이충무공의 충정과 그 위대한 정신을 기리는 인사말씀을 하셨습니다.지금도 광화문에서 큰 칼 차고 나라의 안위를 지켜보는 이충무공. 그의 탄신일을 기리고자 많은 사람들이 찾은 아산 현충사의 하늘은 맑고 푸르렀으며 공기도 그 어느 때보다 깨끗한 하루였습니다.20240428, Song s y

FB단상 2024.04.28

초승달

초승달 오늘 밤 하늘에 뜬 달은 초승달. 지난 시월 여주 영릉에선 난 소헌왕후의 눈썹이라고 불렀다. 음력으로 3~5일경에 뜨는 초승달이 미인의 아미(娥眉) 처럼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가늘고 부드러운 곡선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 막 채움의 시작이기 때문도 아닐까.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 나오는 술잔 계영배(戒盈杯)가 생각난다. 거상 임상옥이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기 위해 지니고 다니면서 수시로 바라보았다는 그 계영배. 잔의 7부선을 넘게 술을 부으면 더 이상 차오르지 않고 이미 부은 술 마저도 사라져 버린다는 계영배. 반 쯤 채워진 상현달, 하현달에 이제 막 채워지기 시작한 초승달이 걸치면 과욕을 경계하는 계영배 모습이 된다. 그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그 절제와 여백 때문. 마침 꽃을 피운 노란 개..

FB단상 2024.03.15

지난 단상의 회고

지난 단상의 회고 이틀 전 '매헌 시민의숲'을 걷고 일요일을 맞이한 아침, 지난 글이 생각나서 찾아보았습니다. 그날도 휴일의 단상이었네요. 사학자 친구가 분노하며 보내준 윤봉길 의사가 순국한 日 가나자와 육군교도소 현장 사진이 불러일으킨 저의 단편적인 생각이었습니다. 7년 전 시국과 나라 앞 날, 특히 원수같은 일본에 대한 저의 글을 보면서 2년 전 새롭게 탄생한 정부가 오로지 국가 안녕과 미래를 향해 세계 정부의 튼튼한 한 축으로서 그 역할을 다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보게 됩니다. 휴일아침 단상(2017. 9.16) 친구가 지난 주 일본 가나자와에 있는 윤봉길의사 암장터를 다녀와서 사진과 함께 짧은 소식을 전해왔네요. 친구가 역사적인 장소에 뜻 깊게 잘 다녀와서 의미있는 사진으로 윤봉길 의사의 애국..

FB단상 2024.03.11

하드커버지 책

하드커버지 책 지난 번에 주문했던 볼록북 하드커버지 책(2023년도 글)이 집으로 배달되었다. 조금 많았던 2023년도 페북 글이었기에 표지 색과 배경 그림을 다르게 하면서 시험삼아 하드커버지로 만들어 보았다. 총 242 페이지, 전체 수록 글은 104개, 프롤로그는 최대한 짧은 문장으로, 글에 대한 반응은 총 6,843개(좋아요 5,821, 댓글 983, 공유 39개), 가장 반응이 많았던 글(Most popular post)은 2023.12.13일에 쓴 '2023 육사38 동기회', 최고의 글(Best of chapter)은 2023.1.20일에 작성한 '아버지의 바다' 였다. 페북에 썼던 모든 글에 대해 자동으로 데이터를 간략 분석해 주는 것이다. 작년 계묘년 첫 날에 썼던 '새해 삼길포 해맞이'로..

FB단상 2024.03.07

남한산성 북문, 서문, 무망루

병자호란의 역사를 지닌 남한산성은 오랜기간 동안 축조된 성으로 알려져있다. 삼국시대부터 천연의 요새로서, 특히 신라 문무왕이 한수지역에 본격적으로 쌓은 주장성이라는 기록이 있다. 지난 해 용인 처인성에 갔을때 몽골군이 이 남한산성을 지키던 고려군을 굴복시키지못해 우회하여 남하하다가 처인성에서 김윤후에게 패했다는 기록도 있었다. 곧 입춘을 앞두고 내린 눈이 녹기 전에 성곽에 쌓인 눈을 보고자 남한산성을 찾아 3곳만 보았다. 행궁에서 가장 가까운 북문은 병자호란 당시 영의정 김류의 주장으로 조선군이 청군에 기습공격을 하고자 열고 나간 성문이다. 약 300여 명의 병사가 기습 출병했으나 전멸하였다. 성문밖의 계곡은 깊고 험악하다. 적이 얼마든지 매복하여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공간같았다. 기습이라고 하나 의지만 ..

FB단상 2024.01.27

노래 풍경

가수 나훈아, 최유나와 전재복 시인님이 부르는 노래 '애정의 조건'을 들으면서 공원에서 산책. 곡도 좋지만 가슴에 와닿는 가사가 더 좋아서 한줄 한줄 따라 읊조리며 연상되는 저녁 풍경을 담아본다. 그리고 멋대로 풍경과 노래가사를 매치시킨다. 노래 감흥이 풍경속에 담기는 듯 하다. 그래서 좋은 노래는 반복해서 듣는가 보다. 마지막엔 하모니카 연주를 들었다. 공원 3바퀴 돌고나니 노래와 연주가 끝이났다. - 노래 풍경 - 버스정류장, 느티나무 한그루, 아파트 숲, 그 너머 지는 석양 그 모습은 사랑의 인생이다. 밀려오는 시련속에 서 있어도 울지 못하는 작은새. 공원 빈 벤치엔 눈(雪)의 눈물이 젖어있다 그 모습은 내게 잠시 머물다 말없이 떠난 사랑에 쓸쓸한 마음의 자국. 앙상한 가지 너머 달무리엔 추억이 흐..

FB단상 2024.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