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 아침 산책길 숲속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소리 요란하다 비그친 뒤 절묘한 화음 햇빛 쨍쨍할 때도 이러진 않았다 큰비 그쳤기에 기뻐 들떠 부르는 노래인가 여기 저기 뒹구는 다 여물지못한 도토리 가을이 오면 살이 통통해지는 도토리 비바람에 못이겨 떨어졌나 새생명이 버거워 스스로 낙하하였나 조금 애처롭게 보여 주워 손바닥에 올려본다 여물지 못해 차라리 허물을 벗은 모습 인간이 걷는 길에 스스로 떨어져 겸허한 인간이 된 도토리 그다지 가여이 보이지 않음은 떨어진 줄기에서 또 생명이 탄생하기 때문 내일이 기약되기 때문 허물을 벗어야 더욱 알차게 영글어 가는 것 올 가을엔 다 벗어버리고 싶다 여태껏 가져온 것 다 던져버리고 걸어온 길 다시 돌아가 새롭게 길을 걷고 싶다 가을은 영글기 전 허물을 벗기고 가벼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