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370

첫눈(初雪)

첫눈(初雪)어제와 오늘 많은 눈이 내렸다. 설원의 풍경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보다 차갑고, 시리고,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어지러운 정세,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난세 때문인가. 혜원과 단원의 그림세계 여행이 끝나 찾아든 공허하고 허전한 마음 때문인가.가까운 시일내 단원이 걸었던 삼척 능파대를 찾아야겠다. 지인이 보내준 아름다운 능파대 풍경 사진을 보니 더욱 그러한 마음이 된다.몰입할 수 있는 대상도 찾아야한다. 어학공부, 독서가 좋을 것 같다. 악기를 다루고 싶지만 음표 보는 능력이 없으니 음악은 귀로 음미할 수밖에.아듀 2024를 앞두고 몰입할 수 있었던 순간이 있어서 행복했다. 혜원과 단원이 나에게 준 갑진년 선물, 그 기록활동이 나의 역사가 되었기에 올핸 큰 복을 받았다. 모든 사람..

세상이야기 2024.11.28

신윤복.김홍도 그림 模寫 & 탐험

신윤복.김홍도 그림 模寫 & 탐험공병호는 "기록된 활동은 역사가 되지만 나머지는 모두 잊혀지고 만다"고 말했다. 조선의 화가 혜원과 단원의 그림을 모사(模寫)하여 글과 함께 페북에 실은 나의 기록 활동을 보관용 책으로 만들어보았다. 총 96페이지의 기록이 나의 역사가 되면 좋겠다.- 프롤로그(Prologue) -난 그림을 그리지도 않았고 갤러리에 가본 적도 별로 없다. 나의 그림 그리기는 내가 아주 어릴 적에 어머니가 나를 옆에 앉혀놓고 몽당연필로 공책에 오이, 가지, 병아리 등을 그리시던 모습, 내가 국민학교 입학 전에 흰 화판에 말(馬)을 그려 아버지 칭찬을 받은 적, 1970년 국민학교 4학년 땐 경남방송국 주관 사생대회에 나가서 특선을 받아 담임선생님과 방송국에 가서 표창장을 받았던 기억밖에 없다..

세상이야기 2024.11.21

피금정, 오대산중대

피금정, 오대산중대 회양에서 스승 강세황을 만난 단원은 스승의 건강을 물으며 행장에서 화폭들을 꺼내놓는다. '사대부의 금강산 유람을 속된 짓'이라고 생각하는 스승앞에서 단원은 금강산 비경보단 뭇 묵객들의 서정이 묻어있는 죽서루, 어둠속에 빛나던 성류굴의 종유석, 파랑새 전설이 깃든 낙산사 홍련암을 본 느낌과 함께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는 관동 백성들의 모습을 이야기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넌저시 정조가 이 그림들을 만족해할지 스승의 생각을 물었을 것이고, 일찍부터 제자를 조선제일의 화가로 인정해온 스승은 그림에대한 평가보다 제자의 노고에 대해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을 것이다. 회양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낸 단원은 한양으로 갈 채비를 마치고 마지막 그림을 그리고자 피금정으로 향한다. '금강산의 풍모를 바라보면 ..

세상이야기 2024.11.12

여정의 마무리

여정의 마무리 어떤 일이든 마무리가 중요하다. 의욕이 넘쳐 시작한 일도 제대로 끝을 맺지 못하면 중간에 거둔 성과의 가치가 바래질 수 있다. 정조의 명을 받고 관동과 금강산의 비경들을 화폭에 담아온 단원은 금강산 단풍이 지는 늦가을을 맞이하면서 아직 화폭에 담지못한 5~6곳을 서둘러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기록을 보면 이 무렵 단원의 스승 강세황은 서쪽 외금강에 위치한 회양(淮陽)에 머물고 있었다. 연로한 스승이 회양을 찾은 이유는 당시 회양부사였던 그의 첫째 아들 강인을 보고자 한 것도 있었지만 그림을 완성하고 한양으로 돌아올 제자 단원을 왕보다 먼저 회양에서 맞이하고 싶었던 생각도 가졌으리라. 그 시기 단원의 마음을 그의 그림을 통해 상상해본다. 거의 막바지에 이른 금강산 탐방, 비경 몇..

세상이야기 2024.11.10

구룡연외 2점

구룡연외 2점 외금강의 옥류동을 따라 서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좁고 긴 골짜기, 구룡동(九龍洞)이 나타난다. 주위 가파른 암벽으로 되어 있는 이곳에 높이가 74m나 되는 구룡폭포가 있다. 개성의 박연폭포, 설악산의 대승폭포와 함께 우리 나라 3대 명폭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장대한 폭포 밑에는 절구통 모양의 폭호(瀑壺)인 '구룡연(九龍淵)'이 있다. 폭호란 폭포 아래 호리병 모양으로 깊게 파인 둥근 와지로서,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폭포 바로 아래에 있는 바위 위에서 돌부스러기들을 회전시켜 마모 작용을 하며 형성시킨 담(潭)이다. 구룡연의 명명에 관해 전해 내려오는 설화 하나. "오랜 옛날 이름난 학자 정학이 세상에 남길 명시 하나를 짓고자 금강산을 찾았는데 이름모를 노인을 만나 이 폭포에 이르러선 노인의 ..

세상이야기 2024.10.26

묘길상외 2점

묘길상외 2점 표훈사에서 만폭동 계곡을 따라 올라 8담을 구경하고 마하연사에서 이른 단원은 선승들이 그러했듯이 꽤 오랜기간 체류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행장속 그림들이 속삭이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지나온 행로를 반추하고, 금강산의 깊고 오묘한 세계에 푹 빠져들었을 것 같다. 어딜 가나 절경을 자랑하는 금강산! 어디서 어떤 모습을 화폭에 담을까? 고민하는 단원의 모습도 상상하게 된다. 단원은 고려시대 불상 중 최고 명작이자 동방 최대의 마애불로 소문난 '묘길상(妙吉像) 앞에 선다. 유홍준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묘길상에 대해 "통일신라에 석굴암이 있다면 고려에는 금강산 묘길상 마애불이 있다"고 평했다. 단원의 그림속 마애불은 인자한 할아버지 모습이다. 3단 축대위 거대한..

세상이야기 2024.10.08

분설담외 2점

분설담외 2점 오늘은 우리 민족에게 하늘이 열린 개천절. 태극기를 게양하고 친구 아들 결혼식에 가기 전 단원의 '금강사군첩'을 열어본다. ‘원생고려국 친견금강산(願生高麗國 親見金剛山)'이란 글귀는 조선 태종 이방원이 소환한 말이다. 태종실록엔 그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1404년 9월 태종이 하륜 등 신료들과 정책을 논하던 자리에서 "중국 사신이 오면 꼭 금강산을 보고 싶어 하는데,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속언에 말하기를, 중국인에게는 고려국에 태어나 친히 금강산을 보는 것이 원(願)이라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러한가?"라고 물으니, 하륜이 "금강산이 동국에 있다는 말이 대장경에 실려 있으므로 그렇게 말하는 것입니다"라고 답했다는 내용이다. 대장경에 기록될 정도로 뛰어난 비경을 자랑했던 금강산을 보..

세상이야기 2024.10.03

표훈사외 2점

표훈사외 2점 오늘은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TV에선 위풍당당한 국군의 모습이 방영된다. 국군이 양양 38선을 돌파하고 북진했던 그날을 생각하니 전쟁은 아니지만 북쪽 땅을 자유롭게 거닐었던 단원이 갑자기 부러워진다. 단원이 금강산에서 비경을 찾기 위해 어떤 행로를 택했는지 정확하게 알수 없기에 금강사군첩에 수록된 순서대로 따라 가보기로 한다. 내가 금강산을 가 보았음 나름 합리적인 그의 행로를 따라 갈 수 있었을 턴데.. 살아 생전 금강산을 밟을 수 있을까? 정주영 회장의 방북 소(牛)를 계기로 북이 현대의 투자를 받아들였을 때 일시 개방된 금강산을 가보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물론 북 안내원이 보여주는 그들만의 금강산이었겠지만. 금강사군첩 순서엔 장안사를 화폭에 담은 단원은 표훈사를 향해 나아간다...

세상이야기 2024.10.01

내금강 장안동 계곡 풍경

내금강 장안동 계곡 풍경 통천을 떠나 금강산으로 들어간 단원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로를 밟아 금강산 전체 절경을 다 둘러보았는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같은 동선에 위치한 비경들은 순서대로 보면서 화폭에 그 모습을 담았을 것이다. 장안사, 명연, 삼불암은 장안동 계곡 서로 인접한 위치에 있다. '장안사(長安寺)'는 내금강 초입에 있는 사찰로서 유점사, 신계사, 표훈사와 함께 금강산 4대 사찰 중 하나로 이름나 있다. 6세기 고구려 승려 혜량이 신라에 귀화하여 창건했다는 것이 정설인데 시대를 거치면서 여러 번 중수되었다. 특히 고려말 고려 출신으로 원나라 순제의 황후가 된 기황후가 원나라 황실의 번영을 위해 크게 중창했다는 기록이 있다. 금수강산 우리의 땅에 있는 이름난 사찰을 원 황실의 안녕을 위해 웅장하게..

세상이야기 2024.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