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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출신 20대남, 스펙버리고 농촌으로 가더니...

도보사랑 2013. 4. 2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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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열 헬로네이처 대표는 포항공대 출신, 외국계 컨설턴트 등 화려한 스펙을 버리고 농가를 살리기 위한 사업을 시작했다.

“농수산물은 생산지와 소비지의 가격 차이가 최소 2배 최대 10배가 넘는 모순적인 유통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생물의 경우 빨리 판매하지 않으면 상품가치를 잃어 농민들은 ‘조금 손해를 볼 것인가?’ 또는 ‘아예 포기할 것인가?’ 라는 최악의 선택만 가능합니다.”

최근 정부는 국정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농산물 유통과정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 정부도 몇 번이나 개혁에 실패할 만큼 농수산물 시장의 관례를 깨트리기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런 농수산물 유통과정에 젊은 청년 창업가의 새로운 시도가 눈길을 모으고 있다.

유기농 전문 농수산물 식품 쇼핑몰 헬로네이처 박병열(29)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박 대표는 2011년 ‘헬로네이처’를 오픈하고 본격적으로 농수산물 온라인 시장에 도전, 매년 100%씩 빠르게 성장을 거듭하며 농수산물 시장의 새로운 유통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 좋은 스펙과 화려한 경력이 무슨 소용인가!

박 대표는 국내 최고의 명문대인 포항공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컨설팅회사와 소셜커머스 분야에서 촉망받는 인재로 고액연봉과 남부럽지 않은 지위를 누리며 경력을 쌓아왔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온 몸과 마음을 바쳐 매진할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도 이쯤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남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 보다 나 자신을 위해 일하는 즐거움과 열정이 필요했던 것이죠. 결국 창업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막상 회사를 그만두려니 박 대표는 눈앞이 아찔했다. 그는 ‘다시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을까?’ 또는 ‘혹시 허상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라는 고민이 앞섰다고 말했다.

◆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다가서라

박 대표는 창업을 결심한 뒤 가장 먼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매출 격차가 가장 큰 영역이 무엇일까에 대해 조사했다. 여러 분야를 순위에 두고 조사를 시작했고 이 중 젊은 창업자가 아직 뛰어들지 않은 영역을 다시 재선별했다.

그러던 중 약 4.2조 이상의 규모로 이뤄진 친환경 농수산물 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생산지와 소비지의 상품 가격 차이가 최소 2~4배, 최대 10배가 넘으며, 매우 복잡한 유통구조로 이뤄졌다는 점을 알고 이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고.

“소비자는 어디서 어떤 농민이 생산한 상품이 최상품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반면 유통 전문가들은 어느 지역은 물론, 어떤 농민이 재배했는가에 따라 가격 차이를 둘 정도로 농민의 실정과 상황에 대해 세밀하게 알고 있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격차가 가장 큰 곳이 바로 농수산물인 만큼 온라인 시장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게 됐습니다.”

박 대표는 농수산물 온라인 유통 사업이 최적의 아이템이라 믿고 고도몰 쇼핑몰 솔루션을 이용해 거침없이 창업을 실행에 옮겼다. 그와 의견이 통하는 좌종호 부대표를 만나게 되었고, 젊음 하나만 믿고 무턱대고 농가를 방문을 시도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대다수 농민들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어디서 감히’라는 반응을 보이며 문전박대하기 일쑤였다. 고민 끝에 한 농장에서 반 년간 함께 추수, 김장 등을 같이 하며 신뢰를 얻기로 결심했다고.

“한 해 추수와 김장을 끝낸 후 농민 분들께서 저희에게 술 한잔을 주시면서 이야기 하더라고요. 숱한 농민들이 한번쯤 중간 유통업자라는 말만 믿고 자식 같은 농수산물을 내어줘서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5000천만원까지 잃은 경험을 갖고 있다고요. 쇼핑몰을 제작해 준다며 수천만원씩 요구한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누구를 믿는게 참 힘들어졌다고요.”

◆ 농민의 고민, 우리가 해결해 보자

헬로네이처는 약 200여개의 친환경 농가의 다양한 농수산물이 입점되어 있다. 모든 상품이 박 대표가 직접 섭외한 상품은 아니다. 오히려 농민들이 직접 입점 요청하는 경우가 더 많을 정도다.

“대다수 농민은 소비자와의 직거래를 원합니다. 하지만 시간과 기술이 부족하죠. 우리는 농민들에게 농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드입니다. 판매, 홍보, CS, 촬영 등 모든 업무는 우리가 진행합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납기일을 어기지 않고 지켜오면서 농민들 사이에서 ‘젊은 친구들이 운영하는 헬로네이처는 믿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진 것 같습니다.”

박 대표는 상품 입점 시 현장탐방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직접 생산 농가를 둘러보면서 작물의 생육과정, 선별, 포장, 과정을 살핀다. 또한 매달 음식전문가, 파워블로거, 주부 등으로 구성된 ‘품질위원회’의 상품 검증제도를 통과한 곳만 상품입점 및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요리 전문가, 주부, 파워 블로거 등 다양한 직업에서 활동하는 품질위원들은 직접 상품의 질, 포장상태, 직접 조리까지 해 본 뒤 상품 판매를 최종적으로 결정합니다. 가끔 최종 평가에서 탈락하는 분 중 우리가 제시한 기준에 맞춰 재도전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들을 보면 가슴이 찡합니다.”

일반적으로 농산물이 수확되면 선별, 운송, 도매시장, 대형할인점, 판매까지 수확 후 최소 4~5일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반면 헬로네이처는 주문 후, 수확이 이뤄져 최소 이틀이면 상품을 집에서 받을 수 있다. 이점이 대형 할인점과 기존의 직거래 사이트와 다른 점이다.

“저희는 농수산물 수확 후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시간이 오프라인 보다 짧습니다. 때문에 신선도는 뛰어나고 가격은 저렴하죠. 예를 들면 쌈 채소는 수확 후 소비자에게 배달되는 시간이 만 하루가 소요되지 않아 늘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상품 중 하나입니다.”

박 대표는 마지막으로 농민들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는 비전을 내 놓았다.


“국내 농산물은 전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최고로 대접받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품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대표적인 국내 농산물 브랜드가 없습니다. 앞으로 단 한 가지 상품이라도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최고의 브랜드 농수산물을 만들어 보는 것 그것이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

[매경닷컴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