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진짜 내일'(my job, 來日)을 찾아 창업에 뛰어든 청년들의 꿈과 열정,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의 치열한 오늘을 들려드립니다.
김성용 커피볶는 김대리 대표/사진=커피볶는 김대리 제공
"연예계 인맥이요? 그런거 없어요. 정성이 통하는 거죠"
세간에 '연예인 커피차'로 불리는 '커피볶는 김대리'의 김성용 대표(33)는 팬심을 싣고 전국의 드라마·영화 촬영장으로 커피를 배달한다. 장근석, 송혜교, 정우성, 이종석, 김우빈 등 많은 스타들이 김대리표 '커피 서포트', '커피 조공'을 받았다.
고객인 팬들이 특정 시간과 장소로 케이터링을 주문하면 커피트럭을 몰고 가 연예인과 현장 스탭들에게 커피와 간식을 제공한다. 트럭 내부에 커피머신과 조리대가 설치돼 있어 차안에서 즉석에서 음료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낸다. 커피차가 이동수단이자 하나의 가게인 셈이다.
◇유명 패션회사 김대리에서 커피차 노점상으로 2011년 여의도에서 커피차 노점으로 창업한 커피볶는 김대리는 케이터링 서비스로 월 매출 1000만원의 수익을 올리며 3년만에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등 차근차근 성공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을 꿈꾼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패션마케팅을 전공한 그의 원래 꿈은 패션 브랜드 런칭이었다. 졸업 후 유명 디자이너 회사에 MD(Merchandiser·상품기획자)로 취직했지만 주7일 근무라는 열악한 근로조건과 박한 연봉 때문에 입사 1년 만에 퇴사했다. 그때 그의 직함이 바로 대리. 상호명인 커피볶는 김대리는 여기서 따왔다.
커피를 좋아했던 김 대표는 퇴사후 바리스타 학원에서 교육을 받으며 커피창업을 준비했다. 자본금이 적어 오프라인 매장 오픈에 엄두가 나지 않았던 그는 2500만원으로 0.5톤 중고 트럭을 구입해 커피차를 개조, 창업에 나섰다. 적은 자본금으로 시작한 첫 창업은 기대 이상으로 대박을 냈다. 유동인구가 많은 여의도에 자리 잡은 그의 커피차는 하루 200~300잔의 커피를 팔았다. 김 대표는 "하루는 장사 도중 준비해 간 원두가 떨어져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에게 전화해 아내가 회사 반차를 쓰고 원두를 가져다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 어려움이 찾아왔다. 주변 커피 매장에서 불법영업으로 신고해 단속에 걸리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범칙금은 누적돼 수십만원대로 불어났고 하루 장사를 망치는 수준에 이르렀다. "자주 단속에 걸리면서 충격을 받았어요. 안당해본 사람은 몰라요" 결국 장사를 접은 그는 두 달 가량 집에만 있었다.
그가 다시 커피트럭 핸들을 잡은 건 한 기업행사의 출장 케이터링을 맡으면서였다. 서울지점에서 진행한 케이터링이 호응을 얻었고 장기 계약으로 이어져 1년 동안 서울, 대구, 부산, 제주도 등 전국을 순회했다. 김 대표는 이를 계기로 노점에서 출장 케이터링으로 사업모델을 바꿨다. 연예인 케이터링은 가수 겸 배우인 가인의 팬들이 커피 서포트를 의뢰하면서 시작했다.
◇송혜교, 이종석, 김우빈 만족시키는 비결은 '정성' 김 대표는 "연예인 케이터링을 위해선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에 대해 완벽히 알아야 한다"고 사업전략을 밝혔다. 드라마 명대사를 활용한 문구를 만들어 사진과 함께 현수막을 만들고 포토 테이블에 놓을 액자, 연예인 사진이 들어간 메뉴판, 가수의 노래나 배우가 촬영 중인 영화·드라마의 OST 등 하나하나 꼼꼼히 챙긴다. 그는 "연예인과 현장 스텝들이 만족하면 고객인 팬들이 만족하고 이 만족감이 부메랑이 되어 소개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케이터링 후기 작성에도 정성을 쏟는다. 출장 서비스를 받은 연예인, 스텝들의 반응을 적고 케이터링 현장 사진을 블로그에 올린다. 김 대표는 "현장에 오지 못한 팬들은 커피차 선물을 받은 연예인의 반응이 궁금하잖아요. 그 분들을 위해 생생한 후기를 적으려 노력해요. 이제는 현장에 오셨던 팬들도 제 후기를 기다려요" 라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커피차는 다른 창업에 비해 초기 자본금이 적게 들어 많은 이들이 뛰어드는 사업 분야지만 실패하는 이들도 많은 분야다. 아직 성공이라 부르긴 이르지만 커피볶는 김대리는 커피차 업에 뛰어들어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 발전 시켜온 몇 안되는 곳 중 하나다.
김 대표는 그 비결로 '커피맛'을 꼽는다. 그는 "기본은 커피 맛"이라며 "커피를 싸게 팔기 위해 저렴한 원두를 사용해 원가를 낮추려고들 하지만 좋은 원두로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제 값을 받는 게 이익"이라고 조언했다. 메뉴 개발도 중요하다. 바나나 퓨레를 넣어 만든 '몽키 라떼', 진짜 초콜릿을 녹여 만든 '리얼 초코 라떼', '수제 자몽티' 등 이곳 인기메뉴는 모두 자체 개발 메뉴다.
이어 김 대표는 '진정성'을 강조했다. 그는 "케이터링 서비스가 대량주문이다보니 몇몇 업체에서는 잔수를 속이기도 한다"며 "출장비를 받지 않거나 싼 가격으로 계약해 이런 방식으로 수익을 보전하려 하는데 좋은 원두로 커피를 만들어 제 값에 정직하게 팔아야 고객과의 신뢰가 쌓인다"고 조언했다.
예쁜 트럭도 중요하다. 민트색과 분홍색으로 디자인한 커피볶는 김대리의 커피트럭은 손재주 많은 아내와 처제의 도움을 받아 제작했다. 그는 “제작업체 맡기면 커피트럭 디자인이 천편일률적”이라며 “콘셉트를 잡아 특색 있게 디자인해야 고객의 눈길을 끌기에도 기억되기에도 좋다”고 귀뜸했다.
◇오프매장 오픈, 케이터링 커피차와 시너지 효과 기대 커피볶는 김대리는 지난 3월 홍대근처 연남동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며 사업을 확장했다. 케이터링과 오프라인 매장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곳 매장에서 커피 맛과 위생상태를 확인한 고객들이 케이터링을 주문하며 그가 예상했던 시너지 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일반 커피트럭은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 주문 전 커피 맛과 위생상태를 알 수 없는데 커피볶는 대리는 매장에서 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믿고 주문한다"고 설명했다.
연예인이 케이터링 때 마셨던 커피를 직접 맛보려는 팬들이 오프라인 매장으로 성지순례를 오기도 한다. 특히 장근석, 박유천 등 한류스타의 해외 팬들까지 매장을 방문해 스타가 마셨던 커피를 주문한다. 해외 팬들의 케이터링 서비스도 늘어나 일본, 중국, 대만 뿐 아니라 아랍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
커피볶는 김대리는 현재 상표등록을 진행 중이다. 상표 등록이 완료되면 내년을 목표로 커피차와 오프라인 매장을 하나로 묶는 형태의 프랜차이즈 1호점을 내고 전자상거래를 통해 원두와 비품 등을 판매하는 등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곧 매장 오픈 100일을 기념한 기부금 모음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객들이 낸 커피값은 전액 기부된다. 무료 바리스타교육을 통한 재능기부도 계획 중이다. 그는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아 혼자 힘으로 대학 공부와 창업을 해냈다"며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 100억을 벌만큼 성공해 남을 돕는 삶을 살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