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단

연습 #1 당진 아미산

도보사랑 2022. 9. 14. 18:33

가을이다. 2022년 가을엔 무엇을 가슴에 담아야하나.

며칠동안 머리속, 가슴속에 계속 머물고 있는것이 있다. 올해 64세(나라에서 새로 정한 나이를 따지면 62세), 남은 삶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나의 삶이 마무리되기전 꼭 해보고싶은것...
65세에 해남 땅끝마을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국토종단을 시작으로 동해-남해-서해 해안길을 두번이나 걷고 지금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지리산 화대종주(구례 화엄사에서 산청 대원사까지 종주)에 다시 도전하고싶다는 황안나(본명은 황경화) 선생님이 자꾸 떠오른다.

나도 이 나이에 도전해볼수 있을까? 황선생님은 길을 걸으면서 책도 저술했다. 며칠전엔 아흔다섯 어머니(홍영녀)와 일흔둘의 딸(황안나)이 함께 쓴 콧등 찡한 우리들 어머니 이야기인 "엄마, 나 또 올게"를 읽으면서 눈물을 찔금거린적이 있다. 어머니가 한없이 그리워지는 책이었다. "이 나이가 어때서"란 책은 길에서 길을 묻고, 지난 세월과 화해하고, 세상과 사람을 포용하면서 깊은 삶의 실타래를 뽑아낸 책이다. 아름다운 노년의 삶을 살고 계시는 그분이 존경스럽다. 도전하는 삶이 아름답기때문이다.

일단 64세 이후 삶의 방향에 대해 메모를 해보았다. 그중에는 황선생님이 걸었던 길을 나도 걷고싶은 꿈도 포함되어있다. 내년 65세가 되면 나도 길을 떠나고 싶은데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두려움을 이기기위해선 올해 남은 시간엔 산행을 하면서 체력을 단련해야한다. 매일 걷는 연습, 가까운곳 산행을 습관화하고 마지막 지리산 종주를 통해 가능성 여부를 최종 확인해야한다. 길을 떠나기전에는 건강검진, 특히 무릅연골 이상유무를 반드시 확인하고...
어렵겠지만 도전해보고 싶다. 황선생님이 한비야의 길을 걸었듯이 나역시 먼저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국토종단을 하고, 동해-남해-서해를 종주하고싶다. 걸어면서 나와의 대화, 지난 삶을 생각하고 내주위 현재의 나를 있게한 모든 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와 세상을 만나고 싶다.

이러한 생각을 굳히기위해 첫 연습지로 아미산(349.5m)을 찾았다. 친구 수명이가 소개한 산이다. 충남 당진에서 면천면으로 가는길에 있는 높지않은 산이지만 소나무숲이 울창한 임도길이 너무 좋았다. 제1봉, 제2봉을 거쳐 아미산 정상에 오른후 임도길을 더 걸었다. 거리는 약 9Km, 2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아미산 초입 내포문화숲길 아미산 방문자센터옆에 있다.
임도길의 시작이다.
제1봉에 이르기전
제1봉 정상
제2봉 정상
아미산 정상, 내포지역 넓은 평야가 보인다.
몽산에 이르는 더욱 운치있는 임도길
낙엽이 많이 떨어졌다. 길을 걷는 가을 여심


하산해서는 면천읍성과 영탑사를 찾았다. 면천은 고대로부터 당진의 중심이었다. 삼한시대에는 마한, 삼국시대에는 백제에 속했다가 통일신라 경덕왕 16년에 혜성군으로 개칭되었고 후삼국시대에는 궁예의 태봉국에 속했다. 면천의 인물에는 고려의 개국공신 면천 복씨의 복지겸이 있다. 조선후기 실학자인 박지원은 이곳에서 3년간 군수를 했고, 조선말 어윤중과 함께 친청온건파로서 명성황후와 대립하여 6년간 이곳 면천에서 유배생활을 한 김윤식은 면천 등 내포지방의 다양한 인물과 풍속등을 기록한 저서를 남기기도 했다.

영탑사는 송림아래 지어진 아늑한 사찰이었다. 도선, 무학대사등 역대고승들이 머물렀던 천년고찰로서 장구한 세월동안 면천 주민들과 애환을 함께한 향토성짙은 사찰의 모습이었다.

면천에 읍성이 축조된것은 1914년까지 당진을 소속 현으로 둔 군(郡)소재지였기 때문이다.
평시엔 군현을 통할하다가, 왜구 침입땐 군민을 성안에 피신시켰다. 지금은. 민가, 상점등이 산재해 있으나, 100여년 전엔 성안에 민가가 없었다.
영탑사 입구. 도선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고려중기 보조국사가 현재의 대방 앞에 5층석탑을 세운뒤 영탑사라고 명명했다.
7층석탑에서 바라본 정경
무학대사가 바위에 새긴 약사여래상이 있는 법당. 뒤에 7층석탑이 있다.
사찰뒤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사찰을 호위하는것 같다.


김현승의 詩, 가을의 기도가 생각났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무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황안나 선생님을 만나고, 김현승의 시를 만난 아미산에서의 걸음, 계속 걸을수 있도록 힘을 주시고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기를 그리하여 가슴에 품어온 이루고 싶은 소망들을 포기하지않도록 해주소서.

외롭고 고통스런 걸음이라도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무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은 나의 영혼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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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미산 가는길
(버스 이용시) : 요금 1,350원
당진버스터미널(일반 41, 42, 42-1, 43, 46번 버스) - 아미산 주차장 하차
면천시외버스터미널(동일한 버스) - 아미산 주차장 하차

2. 면천에는 이밖에 골정지, 영랑효공원, 승전목, 군자정, 면천향교등의 유적지가 있다. 면천으로 낙향해 살던중 중병에 걸리 고려 개국공신 복지겸을 낫게한 전설이 깃든 술, 면천두견주를 사오지 못한것이 아쉽다.
* 면천두견주는 복지겸의 아들 영랑이 아미산에 올라 아버지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치성을 드린후 100일째 되는날 밤 산신령이 일러준대로 은행나무를 심고 진달래꽃잎, 찹쌀, 안샘의 물로 정성스럽게 빚어낸 술이다. 복지겸은 그 술을 마시고 씻은듯 병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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