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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사랑 2022. 11. 28. 08:42

[삼선 이야기] 오늘의 어려움으로 미래를 할인하는 민족에게는 국가는 없다.

2022.11.28.

18세기 말 일본의 난학자(蘭学者) 혼다 도시아키(1743~1821년)는 서양이 강한 이유는 서해 무역 덕분이라 생각하고 러시아가 일본 북쪽에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의 수도를 캄차카로 옮기고 사할린 서쪽에 성곽을 쌓고 연해주, 만주와 교역을 주장했다. 그렇게 되면 영국과 맞먹는 해양 강대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전략은 100년 후 도고(東郷平八郎, 1848~1934년)가 러시아 발틱 함대를 침몰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일본은 단기 이익뿐만 아니라 미래의 이익도 놓치지 않았다. 그때는 현명한 세대가 일본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었던 때였다.

어릴 때 시골은 너무나 가난하여 땔감으로 나무와 검불을 사용하였다. 산이 황폐해지고 비만 오면 홍수가 발생한다. 누구나 산이 헐벗으면 땔감을 구하기 위하여 더 먼 산으로 가야 하고, 비만 오면 황토물에 휩쓸려 논밭을 망친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오늘 당장의 추위와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미래의 생계를 파괴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 결국에는 파국을 맞이한다. 우리는 그 악순환에서 벗어나 가장 산림이 우거진 나라로 바꾸었다. 해법은 간단했지만, 방법은 지난(至難) 했다. 시골이 가난에서 벗어나자 산림도 비옥하게 변했고 나라의 모습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심리는 ‘시간’이라는 선택조건을 주면 행동 양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단기적 이익에 매몰될 때도 있지만 장기적 이익도 포기하지 않는다.

“오늘의 20달러와 1주일 후의 22달러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대부분 사람은 오늘의 20달러를 선택했다. 고작 2달러를 더 벌기 위해 1주일을 기다린다는 것은 그럴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회계적 관점도 맞다. 오늘 받은 20달러로 투자를 하면 2달러는 충분히 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간을 한 달 후로 바꾸면 기대 가치가 달라진다. “7주 후에 20달러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8주 후에 22달러를 받을 것인가?” 이번에는 대다수 사람이 한 주를 더 기다리는 선택을 한다. 왜냐하면, 어차피 불확실한 한 달을 기다렸는데, 한 주가 대수냐 하는 심정이다.

인간은 분명한 미래 이익에 대해서는 기다릴 줄 알고 인내한다. 하지만 미래의 이익이 불확실하다고 생각하면 지금의 당장 이익에 목을 맨다.

오늘 저녁 맛난 음식은 지금의 행복이지만, 오늘 다이어트는 한 달 후의 모습이라 둔감하다. 오늘 밤 한 잔의 술은 지금의 기쁨이지만, 오늘 경제사 책 읽기는 먼 미래의 쓰일 지식이라 둔감하다. 오늘 새벽 단잠은 꿈 같은 행복하지만, 오늘 새벽 운동은 먼 미래의 건강이라 천금 만금 몸이 무겁다. 이런 생활을 오래 하면 하루살이 인생이 된다.

개인이나 기업, 국가를 망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단기 이익에 집착하여 미래의 먹거리를 없애는 일이고 후손에게 부채를 떠넘기는 일이다. 삼성, 아마존, 구글이 강한 이유는 10년 앞을 보고 투자하기 때문이다. 강한 나라는 100년 후의 전략적 사고로 행동한다.

한 인간이 태어나는 데는 아홉 달이 걸리지만 완성하는 데는 6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하듯, 국가도 더 길게 되돌아볼수록 더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다. 오늘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미래를 할인하는 민족에게는 국가가 없다. 하지만, 5년 단기를 보장받는 정권이 미래에 투자하는 유일한 방법은 내일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그것이 정책의 우선순위 1위가 되어야 한다.

*참고 및 인용 : 마이클 셔머 지음 <경제학이 풀지 못하는 시장의 비밀> p.198-199,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문명의 붕괴, collapse> pp.594-596, 박훈 지음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pp.7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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