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도보사랑 2023. 3. 8. 11:24





젖이 마른 퓨마가 TV에서
정글로 먹을거리를 찾아 나선다

두어 시간 숨죽여 기다렸다가
과나코 숨통을 향해 달려들지만
한 수 배운 뒷발에 밟혀 허탕의 시간으로 돌아오고

굶주린 새끼들마저
제 그림자를 숨기고 달려들지만
발 빠른 밥한테 저만치 나가떨어지고 만다

며칠을
주위의 반짝이는 눈빛을 제치고
숨죽인 호흡으로 기다리다 한순간 과나코의 숨통을 물었다
이레 만에 제 몸보다 큰 밥을 번 것이다

정글의 맹수처럼
다른 이의 목숨을 밥으로 먹고 살아가는 우리들

객지로 밥 벌러 나간 친구 남편은
삼 년 만에 다른 여자의 밥이 됐다고 가슴을 치며 오열했다

밥은 잘못 다루면 오히려 밥이 되기도 한다

- 유계자, 시 ‘밥’


오늘도 밥을 벌러 나갑니다. 그 밥은, 나는 물론 내 가족의 밥.
그러나 밥은 호락호락 내 품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내 밥이라 믿었던 것이 또 다른 밥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신성한 밥이 되기 위하여
밥을 버는 방식과 밥을 지키는 방식이 분명 존재하지 않겠습니까.

'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다는 것  (0) 2023.03.16
변화  (0) 2023.03.14
주름에 대하여  (0) 2023.03.02
어둠 저편에는  (0) 2023.02.20
남의 결점, 나의 결점  (0) 2023.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