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공간
산에서 바다로, 청송에서 강구로, 과거 추억에서 현실로 가는 이 공간과 이 시간이 고맙고 애틋하다.
청송 농산물 직판장에서 부사 1박스(사과가 금값이네요. 작년 농사가 힘들었나 봅니다)를 사고 청송 사과 농원을 지나 얼음골, 옥계, 달산을 거쳐 강구 바다로 왔다. 지방도로로 1시간 거리다. 이 곳에 올 때마다 지름길 고속도로가 아닌 굽이굽이 산길을 택한다.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나면 차를 세워 폰에 담는다. 아내는 이 길로 올 때마다 꼭 한 두가지 추억을 회상한다. 오늘은 강구 장날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하저에서 하루에 2~3번 있는 버스를 타고 강구에 나와 장을 보고 귀가 시 버스가 제 시간에 오지 않으면 하저 마을 단칸 방 집까지 큰 애를 업고 걸어서(십리가 넘는 거리다) 갔단다. 여름엔 온 몸에 땀이 흠뻑 젖어 시골집에서 샤워도 못하고 정말 고역이었다고. 오트바이 태워주지 않은 나를 원망했다고.
군에 있을 때 여기 저기 많이 다녔지만 위관시절 근무지, 이 추억의 공간이 자주 생각났다. 그래서 시간날 때 마다 이 곳에 왔었다. 85년 결혼하고 큰 애가 백일이 지날 무렵 부터 약 3년간 생활하면서 정이 많이 들어서 그런가 보다. 큰 애와 며느리를 데리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 지 오랜데 아직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호텔 일에 바쁜 아들과 며느리의 삶에도 아름다운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였음 좋겠다.
2. 29일부터 어제 3. 3일까지 영덕 대게 축제였단다. 단골집 '진주식당' 여주인장이 반겨준다. 봄도다리와 대게를 맛있게 요리해 주시니 봄냄새가 짙게 풍겨오는 것 같다. 강구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전해본다. 리모델링만 했을 뿐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는 저기 강구우체국에서 그 이야기 편지를 부치라고..
사람은 추억속에서 사랑과 정을 먹고 살아간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지금의 시간, 추억을 잉태하는 이 순간은 참으로 소중하다. 앞으로 다가오는 시간들도 귀하게 여겨야한다. 추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자신에게만은 솔직하고 매사 지혜로운 길을 찾고자 애쓴다. 지나고 나면 다 흩어지는 삶 속에서 남는 것은 자신이 기억하는 추억뿐이다.
20240304, Song s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