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앵초
오후 시간에 고향 친구 톡이 왔다.
"오늘은 음력 2월 초하루. 갑진년은 동지로부터 설날, 입춘을 거쳐 마지막 방점은 오늘! 오늘 같은 날은 가능한 야외로 활기차게 움직이고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면 한 해 좋은 기운을 가질 수 있답니다"
친구 톡에 얼른 집을 나서서 차를 몰아 서운산으로 왔다. 활기차게 몸을 움직이고 미소를 지으면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으려나. 늦은 시간이지만 산행길 초입에 들어섰다. 4월 초~중순에 피는 앵초꽃을 보려면 한 달이나 남았지만 '혹시 싹이라도 올라 왔으려나' 하는 생각에 나의 걸음은 앵초밭으로 향한다.
낙엽만 무성하다. 혹여 싹이 낙엽 속에 있으려나 조심스럽게 낙엽을 걷어내도 싹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꽁나물 시루 같은 작은 노란 색이 앵초 싹인가? 싹이라면 앞으로 한 달만에 그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가. 꽃에겐 한 달이란 시간이 인간에겐 한평생이란 생각에 생명의 찰나, 순간의 美를 생각하게 된다.
오늘은 앵초 대신 봄의 물소리만 듣고 간다. 무상한 삶이지만 변함없는 그 소리가 청아하고 좋구나.
이 골에 자주 왔지만 너의 흐름에 무심했다는 생각에 너의 존재, 생명이 오는 소리를 영상에 담았다.
4월이 오면 앵초를 만나러, 변함없는 너의 흐름을 보러 다시 오마.
- 기다림의 앵초 -
나에게 생명을 주신다면 순간이게 하소서
잠깐 머물다 사라져도
기다림을 남기게 하소서
보고 싶어 왔는데 보지 못해도 가슴속에 피어나는 꽃이게 하소서
나에겐 변함없는 친구가 되게 하소서
4월의 촌음
그 시간이 나에겐 영원이게 하소서
20240310, Song s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