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산군도
지난 보령 방문에 이어 바다의 짠내를 맡고 노을지는 섬을 보고자 더욱 남쪽 고군산군도로 간다. 논산, 공주, 부여를 지나니 백제역사를 상상하게 된다.
백제는 660년 음력 8월 29일 나당 연합군에 의해 멸망했다. 이후 복신, 흑치상지 중심으로 부흥 운동이 일어났고, 왜는 부흥세력의 요청에 응했다. 일본서기엔 3차에 걸쳐 파병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결정적인 전투는 백강(白江)에서 전개되었다. 지금의 금강하구 지역이다.
장항에 이르러 금강하구를 바라본다. 서해 갯벌을 품고 육지 깊숙히 들어가는 넓은 강이다. 지금은 새만금방조제로 새로운 땅이 생겼기에 백강전투 당시엔 강폭이 지금보다 훨씬 넓었고 지형도 많이 달랐을 것이다.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고군산군도를 배로 가지 않고 방조제를 거쳐 이어진 다리로 가서 여러 섬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겐 큰 축복이다. 방조제 조망대에 서서 반짝이는 은빛바다위 먼 섬들을 보니 마치 구름속 지리산봉을 보는 듯하다.
고군산군도는 16개의 유인도와 47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섬의 군락이라는데 처음으로 와보는 곳이라 차가 이끄는대로 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를 차례차례 밟아본다. 어디가 뛰어난 명소인지 알 수가 없어 신시도는 그냥 지나치고 고군산대교를 지나니 무녀도가 나타난다. 무능도가 보이는 갯벌체험장 해변에서 조개를 캐는 아낙네들 모습이 정겨워 사진을 담았다. 선유대교를 지나 해변데크산책로가 있다는 선유1구 작은 마을로 와서 점저(점심-저녁)를 해결했다. 베트남 아내를 둔 착하게 생긴 젊은 주인장이 정성스럽게 횟칼을 다룬다. 싱싱한 광어와 함께 멍게, 해삼, 소라, 전복이 맛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여러 섬들이 아름답다.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무녀도에 속해있는 삼도귀범(앞삼섬, 주삼섬, 장구도)으로 갈매기와 물오리 등 바닷새의 천국이라 한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데크길을 좀 걸었다.
해질 무렵 선유도해수욕장이 있는 선유2구를 찾았다. 고군산군도 관광 탐방지원센타에 들러 관광안내서를 보니 선유8경(선유낙조, 명사십리, 평사낙안, 망주폭포, 무산십이봉, 장자어화, 월영단풍, 삼도귀범)을 자랑하는 선유도다. 스카이SUN라인을 지나 흡사 모래사장에 기러기가 앉은 모습의 부드러운 곡선 봉우리들은 평사낙안인가? 찰랑이는 물결을 타고 장자도 쪽으로 지는 낙조가 무척 아름답다. 이것이 분명 8경 중 하나인 선유낙조일 것이다. 유리알처럼 투명한 천연 해안사구 백사장은 옛날부터 이름난 명사십리였을 것이고. 이 아름다운 선유해수욕장에서 대학생이 북에서 내려온 간첩에 납치되었다는 옛날 신문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뜬금없이 떠오른다. 지금은 신선이 노니는 듯한 바다에서 누구나 새처럼 날며 감흥을 느낄 수 있는 곳. 오랫동안 머무르며 붉어오는 낙조를 담았다.
마지막으로, 낙조가 떨어지고 있는 장자도로 갔다. 선유8경에 '장자어화'라하여 이곳 장자도를 중심으로 많이 나던 조개를 잡기 위해 수백 척의 고깃배들이 밤에 불을 켜고 작업을 하면 주변의 바다는 온통 불빛에 일렁거려 장관을 이루었다는데 지금의 풍경은 그렇지않다. 바다에 떠있는 배도 보이지않고 붉은 해만 바다로 떨어지고 있다. 이곳을 지나면 고군산군도의 끝자락 대장도라고 하는데 시간상 그곳은 들러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준비없이 처음 와본 고군산군도. 선유8경 중 4풍경은 본 듯하다. 다음엔 1박을 하면서 바닷 데크길을 걷고 낙조와 함께 해돋이도 보고싶다.
20240601, Song s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