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단상

삶의 절반을 지나면서...

도보사랑 2011. 3. 27. 00:50

 

학생시절엔 참 꿈도 많았다. 역사과목을 좋아했기에 고고학자가 되고 싶기도 했고, 아버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법관도 되고 싶기도 했다. 사관학교를 지원하게 된 동기는 집안 경제사정, 제복입은 선배들의 멋있는 행동에 반했기 때문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군인으로서의 길은 당시 현실을 잘 고려한 지혜로운 선택이었다. 사관학교 4년과 군인의 길을 걸으면서 난 많은것을 배웠고, 건강도 챙길수 있었으니....그리고 무엇보다도 튼튼하고 착한 나의 자식들을 3명이나 얻었으니. 돌아가신 부모님에겐 살아생전에 크게 성공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것 같아 불효했다는 생각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지만....그렇지만 한편으론 내가 못다한 꿈을 우은빈(성우, 성은이, 성빈이)이 키워 나가기를 기대하는 나의 열망이 살아 움직이고 있기에 아직까지 나의 삶은 생기가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나의 삶이 그러했듯이 애들의 삶에 나의 의지, 욕심을 개입시켜서는 안된다. 오로지 자신들이 선택하고, 성장시켜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묵묵히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는 책임과 헌신, 그리고 무보답의 관계로만 존재해야 하기에....

 

삶의 절반이 지나가는 시기에 내가 견지해야할 것은 나의 삶과 자식들의 삶에 있어서 분명한 선을 긋는것이다. 그래야 남은 삶의 절반에 나에게 주어진 운명에 최선을 다하고 애들 역시 혹시 다가올지도 모를 좌절과 불운의 순간에도 부모에게 기대지 않고 힘차게 삶을 개척해나갈수 있겠기에...

애들아! 엄마와 난 너희들이 성공하기를 바라는것보다 희망과 좌절, 기대와 실망, 행복과 불운의 영역속에서 자신을 잘 다스리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너희들 스스로 선택한 길에 후회를 남기지 않는 삶을 살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어릴때 내가 처음 자전거 타는 방법을 배워 집 마당에서 열심히 도는 모습을 보면서 환히 웃으시던 어머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때 어머님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 2007. 2. 1, 자운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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