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단상

가을 소원

도보사랑 2012. 11. 7. 11:43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가을의 소원 - 안도현


어느 오래된 돌담길 걷다가
시 한 편 읽고서
참 소박한 소원 하나 빌었습니다
쓸쓸하지는 않겠습니다
절멸하는 이 가을에
하얀 겨울만 그립겠습니다


사진.글 - 류 철 / 아산에서

' FB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의 근원  (0) 2012.11.13
미리 가본 장례식  (0) 2012.11.09
아침의 바다  (0) 2012.10.17
구석구석  (0) 2012.10.11
마음 한켠  (0) 2012.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