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방산업체 군 전관들, 안보까지 위협

도보사랑 2013. 3. 5. 10:13

[공직사회 지배하는 로펌] 방산업체 군 전관들, 안보까지 위협

군 출신 전관이 관련 업계의 고액연봉자로 자리를 옮기는 일도 법조계와 비슷하다. 전역 후 방산업체나 무기중개업체로 간 예비역 장성들이 기수 중심의 위계질서가 아직 남아있는 틈을 타 현역 후배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펼치는가하면, 직접 군사기밀을 빼돌리다 사법처리된 사례도 적지않다.

'창군 이래 최대 치욕 사건'으로 꼽히는 김상태(83) 전 공군참모총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 회장까지 지낸 김 전 총장은 2004~2010년 미 록히드마틴사에 20여건의 군사기밀을 제공한 혐의로 2011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김 전 총장은 공군 무기구매 계획,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JSOP) 등을 록히드마틴사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고, 그가 2009~2010년 받은 수수료는 25억원으로 알려졌다.

예비역 공군대령 장모씨도 록히드마틴사 한국 대리점 부사장으로 영입돼 공군의 무기구입 계획서 등을 유출했다가 2011년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이밖에도 미 방산업체 NGC로부터 연구용역을 수주한 뒤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 등을 빼돌린 황모씨, 스웨덴 군수업체 사브그룹(SAAB AB)에 2, 3급 기밀을 넘긴 컨설팅업체 대표 예비역 소령 김모씨 등 유사 사례가 수두룩하다.

이런 과정에서 현역 군 관계자들에게 영향력이 행사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 현역 장교는 "예비역이 직접 접근 가능한 경로로 기밀에 손을 대는 일도 있지만, 대부분은 업무 담당자에게 식사 한번 하자고 연락을 해 진행 상황을 묻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며 "기수문화가 뚜렷한 군에서 현역이 이를 뿌리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장교는 "명문화된 전관 대응 매뉴얼도 없지만, 연락해 온 사람의 동기나 후배가 내 인사권을 쥔 현직 간부라면 이를 상부에 보고 내지 신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바로 이 '전화가 통하는 시기'까지가 업계에서 고액 연봉의 유통기한, 소위 약발이 먹히는 기간"이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