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보이는
사람 밥 때가 되면 어김없이 길고양이들이 옵니다. 여럿이 섞여 귀는 뒤로 젖히고 사료그릇에 얼굴을 댑니다. 그러나 그 중 한 녀석은 항상 뒷전에 앉아있습니다. 다른 고양이들이 먹는데 정신을 팔아도 그는 꼭 뒤처져있습니다. 두 곳으로 나누어 먹이를 주어도 여전합니다. 배를 채운 고양이들이 물러나면 그제야 밥그릇에 다가오는데 먹이가 거의 없거나 바닥이 났을 때입니다. '저래서 어디 제대로 먹이나 찾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다시 먹이를 담아줍니다. 한발 뒤처진 아이를 보는 듯합니다. 약지 못하다고 늘 잔소리를 듣는 아이가 있었으니까요. 서로 먼저 가야한다고 뛰어가는 세상, 경쟁에서 처지면 무능력하다고 손가락질 받는 세상인데 말이지요. 그러다 생각해봅니다. 소심하고 소극적이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누군가에게 자리를 내주고 돌아서는 사람은 가슴이 넓은 썩 괜찮은 사람이 아닌가 하고요. 안쓰러워 그 고양이를 한 번 더 살피듯 그런 사람은 더욱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 같습니다. - 최선옥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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