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과학교육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연화순(43)씨는 2008년 고향인 충북 충주시 엄정면으로 귀농했다. 60세가 넘어서도 일할 방도를 찾던 끝에 결정한 선택이었다. 나름 복숭아로 이름난 고장이어서 처음엔 복숭아 과수원을 했다. 하지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첫해 수입은 2000만원이 채 안 됐다. 연씨는 “실망은 했지만 좌절하지는 않았다”며 “뭔가 다른 일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리저리 궁리하던 중 자녀들이 복숭아즙을 싫어하는 모습을 봤다. 여기서 역발상을 했다. ‘복숭아즙은 사업이 안 되겠다’가 아니라 ‘맛있는 복숭아즙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3년의 시행착오 끝에 맛을 내는 온도를 찾아냈다. 기계로 복숭아를 으깨지 않고 손으로 할 때 맛이 더 좋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복숭아즙’이어서 모양이 별로인 복숭아도 관계없었다. 볼품없어 버리던 복숭아를 이웃 과수원에서 사들이니 주민들도 반겼다. 온라인 쇼핑몰을 차려 직거래를 하는 연씨는 현재 연 소득 1억6000만원을 올리고 있다. 연씨는 “이웃들이 ‘버리던 복숭아로 돈을 벌게 됐다’며 식구처럼 챙겨줘 농촌 생활도 한결 편해졌다”고 말했다.
4050 귀농·귀촌자들 중 억대 소득을 올리는 이들이 있다. 농사가 아니라 일종의 ‘귀농 벤처’를 일군 이들이다. 귀농해서 단지 벼농사나 밭농사만 지어서는 성공하기 힘들다. 그래선 소득이 귀농·귀촌자 평균인 연 3000만원에 머문다. 고된 육체 노동을 바친 결과가 그렇다. 귀농·귀촌에 ‘벤처 정신’이 필요한 이유다.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아이디어로 도전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성공할 수 있다. 연씨도 복숭아 재배에서 즙이란 가공식품으로 눈을 돌렸고, 버려지는 복숭아를 활용해 부농이 됐다.
오천호(34)씨는 30대 귀농·귀촌 사업가다. 경남 하동군에서 이유식을 생산·판매한다. 3년 전 서울에서 외국계 회사에 다니다 그만두고 죽집을 하던 중 귀농을 결심했다. 한 고객이 “죽에 간을 하지 말고 포장해 달라”고 해서 왜냐고 물었더니 이유식으로 쓴다는 것이었다. 오씨는 “고향에서 나오는 친환경 유기농 작물로 이유식을 만들고 도시로 직접 배달까지 해주면 사업이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1년여 준비 끝에 귀농한 오씨는 귀촌일기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제품 홍보에 나섰다. 친환경 이유식을 고집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금은 회원 1만6000여 명에 연매출 12억원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연화순씨나 오천호씨 같은 억대 귀농·귀촌자들에겐 벤처 도전정신 말고 공통점이 또 있다. ‘지역주민과 윈-윈 하며 하나 되기’다. 연씨가 마을 농가의 버려진 복숭아를 수거해 주민들과 공생을 꾀했듯 오씨는 쌀과 채소·고기 등을 마을 주변에서 구입했다. 주민 10여 명도 직원으로 채용했다. 동네 다문화가정엔 이유식을 무료로 제공했다. 오씨는 “지나고 보니 귀농의 가장 큰 관건은 지역 주민과의 화합이더라”며 “도시와 달리 농촌에선 이웃과 어울려 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귀농인들은 도시 직장생활에서 쌓은 노하우와 인맥을 십분 활용하는 것도 성공적인 귀농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2013년 광주광역시에서 전남 장성으로 귀농한 김희곤(52)·박윤희(51)씨 부부는 인삼쌈채 수경재배 기술을 도입해 성공을 거뒀다. 인삼 모양에 뿌리와 잎·줄기까지 통째로 먹을 수 있어 웰빙 채소로 불리는 인삼쌈채는 아침저녁 수시로 실내 온도와 빛, 습도를 맞춰줘야 하는 까다로운 작물이다. 김씨는 직장에서 익힌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자동제어시스템을 개발했다. 자동설비가 알아서 온도·습도를 맞춰주는 ‘스마트 팜(smart farm)’을 만들어 1년 반 만에 2억원의 초기 시설투자비 대출 빚을 거의 다 갚았다. 연매출도 2억원 넘게 올린다. 올 하반기엔 중국·일본·대만에도 수출할 예정이다.
경북 예천에서 논농사와 함께 사과·곶감 등을 재배하는 박덕근(41)씨는 틈나는 대로 서울·대구 등 대도시를 찾는다. 지인들을 지속적으로 만나며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박씨는 “귀농해서 농사만 잘 짓는다고 성공할 순 없다. 농산물이 지속적으로 팔려야 안정적인 농촌 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인들을 통해 몇몇 기업과도 연결되면서 지난해 명절 선물로만 7000만원어치를 팔았다. 농업이란 1차 산업에 IT를 접목시키고 판로를 개척하는 귀농인들의 노력에 농업의 패턴도 진화하는 셈이다.
마을기업도 귀농 성공 포인트의 하나로 꼽힌다. 2013년 울산으로 귀농한 이양환(42)씨는 마을 농민들과 ‘이웃농부’라는 마을기업을 세웠다. 동네에서 생산되는 10여 개 농산물을 모아 꾸러미로 만든 뒤 도시 소비자들에게 직거래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씨는 “마을기업을 통해 주민들과 유대감도 깊어져 도움이 된다”며 “각자 농사를 지으며 틈틈이 시간을 내 일해서 부담도 적다”고 전했다.
이리저리 궁리하던 중 자녀들이 복숭아즙을 싫어하는 모습을 봤다. 여기서 역발상을 했다. ‘복숭아즙은 사업이 안 되겠다’가 아니라 ‘맛있는 복숭아즙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3년의 시행착오 끝에 맛을 내는 온도를 찾아냈다. 기계로 복숭아를 으깨지 않고 손으로 할 때 맛이 더 좋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복숭아즙’이어서 모양이 별로인 복숭아도 관계없었다. 볼품없어 버리던 복숭아를 이웃 과수원에서 사들이니 주민들도 반겼다. 온라인 쇼핑몰을 차려 직거래를 하는 연씨는 현재 연 소득 1억6000만원을 올리고 있다. 연씨는 “이웃들이 ‘버리던 복숭아로 돈을 벌게 됐다’며 식구처럼 챙겨줘 농촌 생활도 한결 편해졌다”고 말했다.
오천호(34)씨는 30대 귀농·귀촌 사업가다. 경남 하동군에서 이유식을 생산·판매한다. 3년 전 서울에서 외국계 회사에 다니다 그만두고 죽집을 하던 중 귀농을 결심했다. 한 고객이 “죽에 간을 하지 말고 포장해 달라”고 해서 왜냐고 물었더니 이유식으로 쓴다는 것이었다. 오씨는 “고향에서 나오는 친환경 유기농 작물로 이유식을 만들고 도시로 직접 배달까지 해주면 사업이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1년여 준비 끝에 귀농한 오씨는 귀촌일기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제품 홍보에 나섰다. 친환경 이유식을 고집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금은 회원 1만6000여 명에 연매출 12억원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연화순씨나 오천호씨 같은 억대 귀농·귀촌자들에겐 벤처 도전정신 말고 공통점이 또 있다. ‘지역주민과 윈-윈 하며 하나 되기’다. 연씨가 마을 농가의 버려진 복숭아를 수거해 주민들과 공생을 꾀했듯 오씨는 쌀과 채소·고기 등을 마을 주변에서 구입했다. 주민 10여 명도 직원으로 채용했다. 동네 다문화가정엔 이유식을 무료로 제공했다. 오씨는 “지나고 보니 귀농의 가장 큰 관건은 지역 주민과의 화합이더라”며 “도시와 달리 농촌에선 이웃과 어울려 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귀농인들은 도시 직장생활에서 쌓은 노하우와 인맥을 십분 활용하는 것도 성공적인 귀농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2013년 광주광역시에서 전남 장성으로 귀농한 김희곤(52)·박윤희(51)씨 부부는 인삼쌈채 수경재배 기술을 도입해 성공을 거뒀다. 인삼 모양에 뿌리와 잎·줄기까지 통째로 먹을 수 있어 웰빙 채소로 불리는 인삼쌈채는 아침저녁 수시로 실내 온도와 빛, 습도를 맞춰줘야 하는 까다로운 작물이다. 김씨는 직장에서 익힌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자동제어시스템을 개발했다. 자동설비가 알아서 온도·습도를 맞춰주는 ‘스마트 팜(smart farm)’을 만들어 1년 반 만에 2억원의 초기 시설투자비 대출 빚을 거의 다 갚았다. 연매출도 2억원 넘게 올린다. 올 하반기엔 중국·일본·대만에도 수출할 예정이다.
경북 예천에서 논농사와 함께 사과·곶감 등을 재배하는 박덕근(41)씨는 틈나는 대로 서울·대구 등 대도시를 찾는다. 지인들을 지속적으로 만나며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박씨는 “귀농해서 농사만 잘 짓는다고 성공할 순 없다. 농산물이 지속적으로 팔려야 안정적인 농촌 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인들을 통해 몇몇 기업과도 연결되면서 지난해 명절 선물로만 7000만원어치를 팔았다. 농업이란 1차 산업에 IT를 접목시키고 판로를 개척하는 귀농인들의 노력에 농업의 패턴도 진화하는 셈이다.
마을기업도 귀농 성공 포인트의 하나로 꼽힌다. 2013년 울산으로 귀농한 이양환(42)씨는 마을 농민들과 ‘이웃농부’라는 마을기업을 세웠다. 동네에서 생산되는 10여 개 농산물을 모아 꾸러미로 만든 뒤 도시 소비자들에게 직거래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씨는 “마을기업을 통해 주민들과 유대감도 깊어져 도움이 된다”며 “각자 농사를 지으며 틈틈이 시간을 내 일해서 부담도 적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