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에 이어 올해도 여름휴가를 맞이하여 아오모리 핫코다산 오히라세 계류를 찾았다. 겨울엔 천연 파우더 눈이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핫코다산이지만 무더운 여름, 산정상 칼데라 화산 호수인 도와다코에서 흘러내리는 계류는 정말 장관이다. 깊은 원시림속에서 세차게 내리치는 물이 햇빛과 숲의 피톤치드를 흡입하여 수많은 음이온을 뿜어낸다. 물살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면 향기로운 물냄새가 난다. 이름모를 꽃, 열매, 버섯, 이끼들을 마주치면 숲전문가의 해설이 아쉬워진다. 하류에서 정상 도와다호수까지는 약14킬로 거리다. 이 계류길은 1903년 개척되어 지금까지 일본이 자랑하는 국립공원으로 자리하여 뭇사람의 사랑을 받고있다. 내가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는 웅혼한 자연의 소리를 듣고자함도 있지만 시간을 되돌려 역사기행을 하고픈 생각이 있음이다. 핫코다산엔 일본병사들의 원혼이 잠들어있다. 1904년 러일전쟁을 앞두고 일본육군이 동계전투를 선체험 하고자 많은 병력을 투입, 산악행군을 감행하다 약 1개중대 병력이 동사하였다. 고종의 아관파천, 러일전쟁- 여기서 훈련된 일본육군은 러시아가 육상포를 배치한 뤄순을 공략하였고, 도고 헤이하찌로 제독이 이끈 해군은 약 7개월을 걸쳐 희망봉을 돌아 한반도 해상으로 이동해온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대한해협, 동해에서 침몰시켰다. 일본의 전쟁영웅 도고제독은 참모들의 칭송에 "난 넬슨에 비견될수 있어도 이순신에는 감히 범접할수 없다"고 했다. 당시 도고제독의 지휘함은 현재 요코스카항에 박물관으로 전시되어 있다. ...이렇게 걸어면서 구한말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그때 그모습을 상상할수 있는것이다. 이곳 일본에서 조국의 생존과 미래를 생각할수 있다는것,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이번 오히라세 계류길에 가족이 함께하여 좋았다. 바쁜 직장생활에 시간을 함께한 성우, 운동이 부족한 막내 성빈이가 끝까지 도와다호수까지 약 4시간동안 계류산행을 함께해주어 대견하다. 다리는 아프지만 숲이 들려준 자연의 소리를 듣고 좋은 기분을 가지게 되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