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진정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를 원하는가 |
이 만 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
어느 모임에서 국회의 대미(對美)활동과 관련, 미국 의회와의 소통과 전시작전권의 환수 및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에 국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 바가 있다. 남북·북미 관계가 급박하게 돌아가는데도 국회는 손을 놓은 채 정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트럼프는 잊을 만하면 한국의 방위비 부담을 높여야 한다고 윽박지르는데, 이 문제도 주한미군의 광대한 토지 무상점유부터 평택 기지, 전기·수도·고속도로 이용료 등까지 따져서 셈법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안전 보장은 제쳐두고, 완전한 비핵화만 강조 최근 미국 유력인사들의 한국관에는 실망스러운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남북관계와 대화는 북한 비핵화와 연계되고, 한국과 미국의 목소리가 일치해야 한다”며 남북의 철도-도로 연결 연내 착공 합의 등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주권국가를 존중하는 발언은 아니다. 주한미군 사령관 내정자 에이브럼스는 미 의회 청문회에서 “남-북 간의 종전선언은 그들 사이의 합의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이 또한 미국 의회에서 용훼할 내용은 아니다. 이런 문무관의 발언에 이어 트럼프도 세 번씩이나 “미국의 ‘승인(approval)’ 없이는 한국이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여 듣는 이를 불편케 했다. 일방적 주장보다 상대방에게 신뢰를 줘야 핵확산을 예방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노력이 북한에 대해서 일관성과 신뢰성을 주었는가. 1990년대 북한이 NPT를 탈퇴하고 핵 개발에 나섰을 때 미국은 제네바 협상을 성사시켰다. 중수로 대신 경수로 발전소를 함남 신포에 건설키로 했다. 그러나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 프로그램 개발 의혹을 빌미 삼아 2002년 11월 부시 정권이 제네바 합의에 따른 중유공급을 중단하자, 한국도 11억 3천 달러를 고스란히 날린 채 신포 경수로 공사에서 손을 뗐으며, 이에 따라 북한은 그 이듬해 1월 NPT를 탈퇴, 핵 개발에 나섰다. 그 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2003년 8월, 6자(남·북·미·중·소·일)회담이 시작되었다. 6자회담에서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도출, 북한은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NPT, IAEA로 복귀한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무슨 심사인지 미국은 곧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걸어 북한의 자금동결에 나섰고, 북한은 ‘9·19 공동성명’ 이행을 거부한 채 그 이듬해 제1차 핵실험으로 내달았다. 제네바 합의의 파기와 BDA 문제에서, 북한의 책임이 없진 않겠지만, 미국은 북한의 핵을 예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내던져 버린 셈이다. 싱가포르 회담의 이행과정을 보면서 이 두 사건을 연상하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북한은 더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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