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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김구의 꿈은 실현되었는가(2021. 5. 30, 일)

도보사랑 2021. 6. 19. 12:48

백범김구의 꿈은 실현되었는가(2021. 5. 30, 일)

온통 漢文투의 읽기가 힘든 백범일지에는 백범의 꿈 '나의 소원'을 춘원 이광수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라는 제목으로 다소 각색한 글이있다. 좌우대립이 극렬했던 해방정국하에서 백범이 소망했던 나라, 문화강국에대한 글이다.

세월이 흘러 오늘날 한류드라마와 K-Pop이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것을보면 일견 백범이 꿈꾼 문화강국 자유대한이 실현된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문화의 개념이 인간 삶의 궤적, 인간의 정신적 물질적 총체로서 국민들의 미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토대일뿐아니라 나아가선 역사속 국가의 기운, 운명임을 의미해볼때 작금의 대한민국은 백범이 꿈꾸었던 문화강국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부터인지 대한민국이라는 삶의 공간이 항아리처럼 모든것을 포용, 담아내는 문화공간이 아니고, 갈등과 분열로 찟어지는 쪽박같은 공간이 되어가고있다는 느낌이 들기때문이다. 지난 가난과 전쟁을 극복하고자 치열하게 삶을 살면서 자식농사에 성공하고 산업화와 민주화에도 기여했다는 자긍심은 어느듯 사라지고, 아무리 노력해도 부와 신분 상승을 기대할수 없는 사회에 살고있다는 비관적, 냉소적인 인식이 우리들 삶을 지배하고있다면 바람직한 문화국가라고 할수없을것이다.

앞서 언급한 백범의 꿈을 춘원이 각색하여 썬 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는 다음과같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것은 아니다. 우리의 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중략)
인류가 현재 불행한 근본 이유는 仁義가 부족하고 慈悲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되면 현재의 물리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수 있을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것은 오직 문화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弘益人間이라는 우리 국조 단군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

반탁과 찬탁, 통일정부와 단독정부 수립 주장등 좌우가 격렬하게 대립했던 해방정국에서 백범이 이러한 미래 독립국의 모습을 그렸다는것은 역설적으로 당시 문화, 즉 극단적인 이념대립과 무질서속에 인간의 삶이 얼마나 붕괴되었는지, 그리고 나라를 세워 국민들의 삶을 이끌고자했던 지도자들의 통합정신과 역량이 매우 부족했음을 말해주는듯하다.

백범은 분열된 나라에서 좌우정파는 물론 만백성의 마음이 하나됨을 역설코자 문화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뜻을 밝힌것같다. 하나의 몸, 하나의 백성, 하나의 국가는 문화라는 용광로속에 녹아들어 완전한 독립, 일체된 통합을 강조한 것이라 생각된다.

백범의 一體, 통합의 정신은 그와 춘원의 관계를 통해서도 엿볼수있다.
당시 <반민특위> 발족하 친일파로 단죄의 대상이 되었던 춘원의 각색된 이 글을 백범이 거부하지않고 허용했다는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것인지.. 일제통치하 두분이 한때 독립운동을 함께한 사이였다는 사실을 인정한것은 아닐까. 이점에서 일제통치하 친일행적에대한 객관적 평가, 역사적 해석에대해 생각을 하지않을수 없다. 폭압의 일제통치하 친일을 했다는 사실, 그 행적에대해 과연 누가 한치의 오점없는 판단을 내릴수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친일하면서 뒤론 독립투쟁한 사람들에대해선 어떤 평가를 내려야하는지..
백범의 일체문화의 정신과 역사속에서 답을 찾아야 할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반민특위가 성공할수 없었던것은 오로지 친일했던 사람들을 수용,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했던 정파때문이며, 일제잔재 청산이 실패함으로써 지금의 대한민국은 완전한 자주독립국으로서의 정통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백범과 춘원의 관계, 백범의 소원과 작금의 대한민국 문화, 반민특위의 당시 활동등(특히 청산의 대상 및 목표를 잘못 선정)을 다시 살펴보았음 좋겠다.

인간 삶을 문화의 호수속에 담을때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것이 얼마나 다양할수 있으며, 얼마나 입증하기 힘든 작업인지..
특히 역사적 사실이라고 단정짓는것은 정말 더 그런것같다. 역사를 믿고 말하는것에 두려움을 가지지 않을수없다.

모든 권력을 쥐고 국민의 삶을 이끄는 위치에 있는 위정자는 편협되고 왜곡된 사고로 역사의 한단면만을 보고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는 愚를 범해선 안될것이다. 백범이 꿈꾼 미완의 문화강국, 자유대한민국은 오로지 국민이 만드는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