끙, 녹스는 일
노인들 말끝은 대부분
녹이 슬어 가고 있다
거뜬하던 일들이 하나 둘
조금씩 주저앉고 있다
행동마다 튀어나오는 엄살이라 하지만
나 모르게 끙, 하는 엄살을 짚고 일어선다
일어설 때 짚고
앉을 땐 바닥에 깔고 앉는다
그거, 다 온몸 곳곳이
녹슬어 있다는 증거지만
알맹이는 다 자식들에게 내주고
겨우 남은 쭉정이에서 나는
빈 소리다.
그러나 엄살도 잘 키워 놓으면
부축 못하는 자식들보다 낫다
- 김경숙, 시 '끙, 녹스는 일'
끙,
에구구구,
절로 뱉어지는 소리들.
엄살이라 하지만
그리 해서라도,
그 소리에 의지해서라도 일어서려는 최대한의 안간힘일 겁니다.
동네 공원마다 볕 좋은 곳에 모여앉은 노인들의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도 서로를 부축하는 힘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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