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속엔 성빈이가 항상 자리잡고 있다. 늦은 나이에 얻은 늦둥이 성빈이는 누나, 형의 살가운 사랑을 받지못하는 가운데 늙어가는 집사람과 나의 쓸데없는 욕심과 성빈이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모한 감정(?)에 가끔은 상처 받으며 성장하고 있는것 같아 매번 " 이렇게 키우선 안되는데..."라고 후회를 하곤 한다. 성빈이는 태어나 초등학교 입학하기전까진 얼굴이 참으로 맑았다. 한 점 티없고 때묻지 않은 얼굴은 메말라가는 나의 감정에 샘물같은 축복을 자주 선사해 주었다. 성빈이가 나에게 준 선물에 비해 난 성빈이에게 필요한, 소중한것들을 주지 못한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때 그때 진정 성빈이가 나에게 원했던 것들은 아빠가 자기와 함께 시간을 함께해 주기를 원했던 것들로써 장난감 놀이, 종이접기, 어린이 만화/영화 보기, 에버랜드 놀러가기, 군인들이 휴대하는 총기류 종류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군용헬기 타보기, 좋아하는 인스턴트 식품(햄버그 등) 사주기 등등 인데...이러한 성빈이의 바램에 함께 했던 시간들은 너무나 부족했던것 같다. 성빈이의 세계를 진정 이해하면서 그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감정의 교류를 충분히 가지지 못했다는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성빈이 다섯살때 렉스톤 차안에서)
그래서 성빈이는 나에게 자주 밖에 나가있는 형아와 누나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고 많은 질문들을 한것 같다. 방학을 맞이하여 집에 온 형아와 누나는 성빈이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였을것이다. 성빈이가 원하는 모든것을 함께 할수 있었으니...나로부터 충족시키지 못한 감정의 공백을 메꿀수 있었던 유일한 시간들... 성빈이 기억의 공간속엔 형, 누나와 보냈던 짧은 시간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을것이다.
(성빈이 초교 1학년때 성우 미국 인턴가기전 대전 자운대에서 함께한 시간)
기억을 더듬어보면 나와 성빈이가 함께한 시간들중에 성빈이가 가장 즐거워했던 순간은 오로지 물에서의 놀이를 함께한 시간들이었던것 같다. 미군 부대내 수영장에서의 물놀이, 무더운 여름날 동해안 화진포 해수욕장에서 보냈던 시간들, 지금까지 딱 한번 찾아갔던 지리산 계곡에서의 물놀이 등등...물에서 성빈이와 함께 한 시간들을 회상해보면 그때보다 환하고 즐거운 표정을 지었던 순간은 없었던것 같다.
(2006년 어느 여름날 지리산 칠선계곡에서)
성빈이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깊이는 있지만 성빈이에겐 큰 기쁨과 만족을 주지는 못하는것 같다. 늙은이 사랑이기 때문일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빈이에게 "....하지 마라", " 네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힘들지 않을텐데...", " 나에겐 바른이 밖에 없다 " 라는 엄마의 농담섞힌 말에 가벼운 상처를 받았으리라...내가 생각해도 집사람에겐 바른이가 성빈이보다 더 소중한 존재인것 같다. 항상 끼고 살고 있고 바른이 역시 엄마없인 한시도 살수없는 처지가 되었으니...난 가끔 집사람에게 질문한다. 바른이가 성빈이보다 정말 더 좋느냐?고. 집사람의 동물 사랑은 상상을 초월한다. 난 가끔 생각해본다. 내가 성빈이와 더 놀아주고, 함께 공부하고 책읽어주는 시간을 많이 갖고, 집사람이 바른이를 좋아하는 감정 이상으로 성빈이를 조금이라도 더 살갑게, 젊은 사랑을 쏟아주면 성빈이의 성장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바른이가 우리집에 온지 1년이 지난 2005년 서울 신길동 아파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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