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감상

내가 사랑하는 사람-정 호승

도보사랑 2011. 12. 4. 23:44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아름다움인가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살이의 부조리, 험난함에 맞부딪칠 때마다 기억의 어느 한 구석에서 되살아나 나를 달래는 은근한 힘이다. 햇빛의 반짝임 속에서 그늘을 읽고, 기쁨의 고마움을 눈물에서 찾는 시인의 깊은 통찰은 선과 악, 희망과 절망, 정의와 불의가 도무지 경계지을 수 없이 한데 뒤엉켜 이루는 이 땅의 현실을 차분히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한 시선을 표상한다. 선하며 전능한 신이 만든 이 세계에서 왜 고통과 행복이 교차하지 않을 수 없는지 아직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래서 아름다운 세상을 그래서 사랑할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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