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여름 경북군위에 있는 김수환추기경님 생가에서....)
결혼기념일(1.3) 아침을 여기 철마산아래 사원아파트에서 맞이하였다. 새벽 공기를 마시면서 아파트 주변을 뛰다보니 27년 전 그날이 회상되었다.1985년 그날도 오늘처럼 눈이 조금 내린 차가운 날씨였다. 처가집이 있는 안양 본예식장에서의 혼인식엔 많은 마고, 육사동기생들이 하객으로 참석한 가운데 육사 전사학 교수님이자 마고선배님인 김성희 대령님이 기꺼히 주례를 서 주셨다. 결혼식후 경황이 없어 김선배님에게 제대로 식사대접도 못했고 사례비도 주지 못했는데 신혼여행을 다녀온 나에게 결혼식 전 광경을 고스란히 사진으로 담은 앨범을 축하선물로 건네주었다. 성우엄마와 난 그 따스함과 배려에 얼마나 고마와했는지... 후배사랑을 몸소 실천하신 선배님이 오늘은 유난히 뇌리속에 떠오른다. 육사 19기 선배님이시니 나보다 19년의 선배, 올해로서 72세의 연세가 되셨다. 이지적이면서 초탈한 삶을 사셨던 분이셨기에 지금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계시리라 생각된다. 3여년전까지도 연락이 되었는데 지금은 전화가 연결되지 않는다. 무심한 후배라고 욕하고 계시겠지...당시 주례사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략 " 어떤 일이 있더라도 부부로서의 연을 끊지않고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면서 살고, 특히 험난한 군인의 길을 감에 있어서 아내 내조의 중요성과 인내심을 강조"하였던것으로 기억된다. 27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 부부는 그러한 삶을 잘 살아왔는가? 여러가지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된다. 성우엄마보다는 나의 부족과 잘못됨에서 모든 것이 비롯되었다. 군인임을 은근히 강조하며 아내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한 점, 경제적 부족을 당연시하면서 궁핍의 생활을 도외시 한 점, 집안 살림도구 정돈에 있어서 마치 사관학교 내무생활처럼 청결과 각진 정리정돈을 강박적으로 강조한 점, 지휘관과 가장의 위치를 명확히 구분짓지 못하여 집안분위기를 마치 병영분위기로 이끌어 집공기가 그렇게 따뜻하지 못했던 점....이 모든것들이 나의 모가 난 심성과 성우엄마에 대한 배려와 사랑의 부족에서 기인된 것임을 잘 알고있다. 이러한 삶을 김 선배님이 옆에서 쭉 지켜보았다면 난 많이도 혼이 났었으리라....2012년 임진년 아침을 맞이하면서, 결혼 27주년을 맞이하면서 나를 조금이라도 변화시키는것이 선배님이 베푸신 후배사랑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이 되리라. 선배님처럼 부드럽고 초탈한 삶을 살아보자. 현실에 얶매이는 생활에서 벗어나 나를 조금씩 조금씩 버리는 생활을 해보자.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생활속에서 직접 실천해보자. 남 앞에서 잘하는 명확한 애정표현력을 성우엄마와 3자녀에게도 명쾌하게 해보자. 30년 이상 제복입고 생활했던 군인 생활습관이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임진년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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