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야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김두관 경남지사에 대한 평가다. 대중적인 지지율은 아직 낮지만 김 지사의 정치적 자산과 살아온 길을 볼 때 정치적 폭발력이 그만큼 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김 지사 본인은 `곧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는 언론의 추측 보도 속에서도 굳게 입을 닫고 있다. `대한민국 국제보트쇼`가 열린 10일 창원에서 김 지사를 만났다.
-대권 출마설 보도가 나오는데.
▶6월 19일까지 경남 도내 18개 시ㆍ군을 순방 중이다. 9일까지 세 군데를 방문했다. 평소에도 도내를 다니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는데 `대선에 출마하라`는 분들도 있고, `도정을 잘 챙기라`는 분들도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할지 도정에만 전념할지 고민 중이다. 결심이 서면 생각을 정리해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 `모내기도 안 해본 사람이 농사를 얘기한다`고 말한 게 화제가 됐다.
▶여기저기서 많이 혼났다. 안철수 원장을 꼭 지칭해 한 얘기는 아니었다. 안 원장은 잘 살아오신 분이고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다. 그렇게 훌륭하게 살아오기 쉽지 않다. 자기 돈으로 공익재단을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자연인 안철수에 대한 평가와 `안철수 현상`의 성공 여부는 일치할 수도 있지만 다를 수도 있다.
-일치하지 않는다는 건 어떤 뜻인가.
▶`안철수 현상과 정신`은 사람과 공동체에 대한 배려 나눔 헌신 공평 정의 등에 대한 국민의 목마름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안 원장이 주목받는 것은 기존 정치인과 정당에 대한 불신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부족함을 구조적으로 극복하려면 결국 정치에서 집단지성 기능을 하는 당이 선진화해야 한다. 개인이 아주 뛰어나서 대통령이 될 수는 있겠지만 혼자 국정을 책임지고 국가를 운영할 수 없다. 대의정치의 근본은 당이다. 당정 관계가 건강해지고 선진화해야 한다. 당정 관계 설정에 실패한 지도자가 성공한 예가 없다.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은.
▶선거에서는 51대49라는 진영 논리로 싸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21세기에 맞는 것은 아니다. 차기 대통령에게는 소통ㆍ연대ㆍ융합ㆍ통합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건 누가 집권해도 같다. 만약 진보 진영이 연말 대선에서 국민에게 선택을 받는다면 개혁적 보수 세력까지 껴안아야 한다. 국민 지지를 70%는 받아야 남북 양극화 교육 복지 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추진할 수 있다. 반대로 보수 진영이 정권을 잡더라도 합리적 진보까지 포용해야 한다. 51대49 구도로는 안 된다.
-최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선거가 범야권에 짐이 되고 있다.
▶총선에서 선거 연대를 했으니 부담이 되는 면이 있을 것이다. 선거 연대 파트너지만 목적이 좋다고 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위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민주적 절차와 합의라는 원칙은 정말 중요하다. 결론이 아직 안 났지만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대리ㆍ중복 투표 등 문제가 있었고, 가장 도덕성을 중시하는 통합진보당은 이런 부분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선거 연대를 한 민주통합당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가 여전히 껄끄럽다.
▶민주당 당론과 원칙은 독소조항이나 주권 침해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재재협상을 하자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폐지하자고 하지만 민주당은 정책 연대가 아니라 선거 연대를 한 것이다. 법적으로 한ㆍ미 FTA 폐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폐기가 몰고 올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다. 대미 무역 비중은 10% 선으로 줄었지만 전통적인 한ㆍ미 동맹은 대한민국에 대단히 중요하다. 폐기론자는 한ㆍ미 동맹과 상관없는 이슈라고 주장하지만 별로 와 닿지 않는 얘기다. 대한민국 처지에서는 미국을 빼고 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연말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총선 패배 분석과 반성이 필요할 텐데.
▶야당이 여당과 정부 잘못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각에 따라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이명박 정부가 국민과 서민, 사회ㆍ경제적 약자를 어렵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민주당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구체적 대안을 내놔야 했다. 국민은 민주당에 `당신들은 어떻게 할 건데`라고 물어봤는데 당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고 비전과 믿음을 주지 못했다.
-차기 당 대표와 당 운영은.
▶앞으로 6개월간 민주당도 국정 운영을 잘할 수 있다는 정책을 준비해 보여줘야 한다. 나아가 이런 정책을 잘 추진할 대선후보를 뽑아 감동을 줘야 한다. 차기 당 대표는 대선 승리를 견인할 수 있는 리더십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당에는 옛 민주당, 혁신과통합, 시민사회, 한노총 등 많은 세력이 모여 있다. 통합진보당을 포함한 야권 대통합은 안 됐지만 여러 정파와 세력이 모여 민주통합당이 출범했다. 당내에서 화합을 잘 이끌고 민주통합당이 수권 정당으로서 면모를 국민에게 보일 수 있도록 당을 이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