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 암기하는 것보다 소화해서 자신의 시각으로 재구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미국에 유학 갔을 때 이게 가장 어려웠어요."
한국인 최초로 하버드대 학부를 수석 졸업해 화제를 모은 진권용 씨(21)는 28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택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올 9월 예일대 로스쿨 진학을 앞두고 이날 한국을 찾은 진 씨는 기자에게 유학 시절의 어려웠던 시기와 앞으로의 포부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한국인 최초 하버드대 수석 졸업생 진권용 씨가 28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택에서 하버드대 졸업장을 들고 웃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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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에 충실하고 시각을 보여주라"
진 씨는 하버드대를 만점(평균 평점 4.0점)으로 졸업한 비결로 강의에 충실했던 점을 꼽았다. 궁금한 점은 그 자리에서 교수에게 묻고 수업 앞뒤 시간을 쪼개 예습과 복습도 마쳐 시험기간에 따로 벼락치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도 험난한 시기가 있었다. 특히 토론과 에세이를 중요시하는 미국 수업 방식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암기 위주인 한국 수업에 익숙한 나머지 미국 매사추세츠 주 앤도버의 명문고인 필립스아카데미에 입학하고 나서도 외운 지식을 답안지에 나열하다가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 것.
진 씨는 "미국에서는 지식을 소화하고 자신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진 씨의 국제통상 논문을 지도한 교수 마크 멜리츠 경제학과 교수는 진 씨의 논문을 "다양한 자료를 조화롭게 인용한 뛰어난 논문"이라고 극찬했다.
○ "운동으로 친구와 마음의 벽 없애"
진 씨의 유학은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미국 여행을 하며 현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없어 답답했던 경험 때문에 진 씨도 선뜻 유학을 결심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의 진 씨가 캐나다로 갔을 때 마주한 건 혹독한 언어 장벽이었다. 현지 친구들은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진 씨를 대화에 끼워주지 않았다. 대학교수인 진 씨의 아버지는 "권용이가 유학 초기 '친구 사귀는 게 어렵다'고 자주 하소연했다"고 전했다.
그가 야구 축구 등 운동부에 들어 같이 활동하자 친구들은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진 씨는 "조기 유학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낯선 환경과 새로운 친구들 앞에서 위축되기 때문"이라며 "운동이든 공부든 자신 있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다 보면 적응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진 씨 부모는 유학 생활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묵묵히 지지하는 편이었다. 유학 초기에는 어머니가 캐나다를 오가며 진 씨를 보살폈지만 고교 진학 뒤에는 전화로만 상담했다. 진 씨는 "자율과 책임을 강조한 부모님 덕에 독립심을 길렀다"고 말했다. 진 씨는 평소 어른스러운 태도 때문에 미국 친구 사이에서 '정신적 아버지(spiritual father)'로 불리기도 했다.
유학 비용은 1년 기준으로 학비(3만5000달러)와 기숙사비 등을 포함해 5만5000달러(약 6500만 원)가 들었다. 진 씨는 학부 최고 에세이상 상금 1500달러, 2009년 고교 '화제의 졸업생' 장학금 3000달러 등 스스로 구한 돈을 학자금에 보탰다.
▶ [채널A 영상]한국인 최초 하버드 수석 졸업 진권용씨 "비결은…"
○ 국익을 대변하는 변호사가 목표
진 씨가 로스쿨 졸업 뒤 목표로 삼은 분야는 금융정책 및 국제통상 두 가지다. 진 씨는 지난해 여름 한국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인턴을 할 당시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을 만나고 나서 금융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진 씨는 "평생 모은 재산을 한번에 날리게 된 피해자들의 사연이 안타까웠다"며 "금융 체계의 문제점을 미리 발견해 고치고 한국 금융의 거시건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가 늘어나면서 국가 간 통상 분쟁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한국의 국익을 대변하는 국제통상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롤 모델로 여기고 공부했다"며 "그처럼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한국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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