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오트바이 한대에 목숨을 걸고

도보사랑 2012. 7. 4. 10:57

 

"큰 욕심은 없었습니다. 중소기업에 들어가 남들처럼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번번히 입사에 실패했습니다. 공무원에 도전도 해봤지만 3년간 시간만 낭비했죠."

박스푸드 전문점 `웍앤박스` 방배지점 유귀현(44) 사장은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면 지독한 불운에 시달렸던 사람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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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서울서 살았지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쫓겨가듯 전라남도 나주로 이사했다. 마땅히 먹고 살 것이 없다보니 어머니 고향인 나주로 내려가 농사로 먹고살 돈을 마련해야 했다는 것.

하지만 끓는 젊은 피는 주체할 수 없었다. 남은 세월을 농사만 짓다 늙어가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유 사장은 군대를 제대하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세방을 전전하며 그가 도전한 곳은 공무원. 도시철도공사나 경찰공무원 등 오랜 기간 근무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 시험을 봤지만 번번히 낙방했다. 학업성취도도 낮았고 시험을 준비할 시간도 넉넉치 못했다.

그렇게 3년여 가까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던 25살, 지인으로부터 아르바이트 자리를 추천 받았다.

유 사장은 "당장 일손이 부족하니 잠시라도 일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을지로 인쇄소에 취업을 했다"며 "그렇게 시작한 일을 20년 가까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쇄업은 생각 보다 괜찮았다. 장비 구입비용이 비싸다 보니 전문 인쇄소에 맞기는 사람들이 많았고 얼마 안되지만 창업 비용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는 "소규모지만 창업해서 내 일을 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인쇄업에 대기업이 속속 진출, 단가가 낮아지자 소규모 영세업체들은 줄줄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20년간 인쇄업에 종사했지만 그에게 남은 건 조그만 전세방과 5억원에 달하는 빚 뿐이었다. 괜찮아 지겠지 위안삼아 빚을 내 계속 투자한 것이 되려 독이 돼서 돌아왔다.

나이는 40살을 훌쩍 넘고 먹고살 일이 없던 그는 우연치 않게 국책 특수대학인 폴리텍대학에 입학, 요리를 배우게 됐다.

유 사장은 "혼자 살아 요리를 좋아했다. 내가 만든 요리를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행복했던 터라 요리를 배우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요리과정을 이수한 그는 마지막 도전이란 각오로 창업을 고심했다. 살고 있던 전세집의 보증금을 빼고 적금을 깨서 탈탈 털어 모은 돈이 3000만원 남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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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적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인터넷을 뒤지고 창업박람회를 전전하다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박스푸드 아이템을 선택했다.

웍앤박스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늘솜F&B 심주용 대표는 "더이상 살패할 수 없다며 유 사장이 여러번 사무실을 찾아와 사업 타당성 등에 대해 묻고 고심했었다"며 "적은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점과 사업 아이템이 인기를 끌 것이란 판단에 창업을 결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유 사장은 고민 끝에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조그만 배달 매장을 열었다. 직원은 자신을 포함한 4명. 테이블도 2개 밖에 없는 매장이지만 입소문을 타고 배달을 중심으로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그는 하루에 평균 80~100만원 가량 매출이 발생하고 월간 1000만원 가량 순이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차곡차곡 번 돈은 빚을 갚는데 모두 쓰고 있다. 인쇄업 폐업당시 5억원에 달했던 빚은 거의 탕감한 상태.

유 사장은 "내가 이 음식을 받아 봤을때 어떤 기분이 들까. 맛있게 먹을까 등 손님 입장에서 생각하며 요리를 한다"며 "음식업 프랜차이즈를 고려한다면 내가 손님이란 자세로 정성들여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유 사장의 꿈은 고향에 제 2의 매장을 내는 것이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전남 나주에 웍앤박스의 맛을 선보이고 싶다는 것.

그는 "아마 3개월 정도면 이뤄질 듯하다"며 "내가 만든 음식을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부족한 내 자신을 채찍질 하면서 열심히 꿈을 이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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