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정보

중딩 농부 한태웅군... 소년이 꿈꾸는 행복

도보사랑 2018. 2. 8. 14:01

[아직 살만한 세상] ‘중딩 농부’ 16살 한태웅군… 소년이 꿈꾸는 ‘행복’


사진=KBS1TV 인생극장

PC방 가자는 친구의 말에 염소 똥 치우러 집에 가야 한다며 거절하는 소년이 있습니다. 이제 겨우 16살인 소년은 “시골 사람은 힘이 있어야지 꾀를 부리면 안 된다”는 나름의 철학을 가졌습니다. 성인 남성도 힘들어 하는 트랙터도 척척 몹니다. ‘대농(大農)’을 꿈꾸는 ‘소년 농부’ 또는 ‘중딩 농부’, 한태웅군 이야기입니다.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에 사는 한군은 지난해 9월 KBS ‘인생극장’에 출연했습니다. 당시 15살이었던 한군은 할아버지를 도와 농사일 하는 소년 농부로 소개됐습니다. 투정 한 번 없이 마을 어른들을 돕는 대견한 모습과 구수한 사투리가 눈길을 끌었죠.



한군이 처음 농사에 관심을 가진 건 맞벌이 하는 부모 대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게 되면서였습니다. 9살 어린이 눈에 경운기를 몰고 소를 키우는 할아버지 모습은 마치 영웅 같았습니다. 이때부터 장래희망은 줄곧 ‘할아버지 같은 농부’였습니다. 한군은 방송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고생을 많이 하셨다”며 “이제 젊은 내가 고생할 차례”라고 말했습니다.

한군도 3년 정도 도시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해 좋았을 법도 한데, 한군은 이 시기를 “15년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한군에게 도시는 동물을 키울 수 없는 시끄러운 곳이었습니다. 그에게 옥수수는 ‘옥수꾸’이고 베러 가는 게 아니라 ‘비러’가는 건데 자동차 매연이 가득한 도시는 말투부터 낯설었습니다. 결국 생일 선물로 ‘닭’을 받을 수 있는 시골에 돌아왔습니다.

한군의 일과는 매일 새벽 축사로 향하며 시작됩니다. 소 염소 닭의 먹이를 챙기기 위해서입니다. 한군이 농사일 다음으로 좋아하는 트로트도 꼭 틀어놓습니다. 가축들 아픈 곳은 없는지 살피고 축사 청소까지 말끔하게 끝내면 그제야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갑니다. 그래도 한군에게는 불편한 교복보다 무릎까지 오는 장화, 푹 눌러쓴 새마을 모자가 더 익숙합니다. 흙이 얼룩덜룩 묻은 작업복 바지까지 있으면 한군이 가장 편안해 하는 차림이 완성됩니다.

하지만 부모님 한숨은 늘어 갑니다. 아버지 한상문씨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라 해서 도와주려 하지만 공부는 하지 않고 농사에만 몰두하는 아들이 걱정된다”고 털어놨습니다. 할아버지도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농사를 지어야 했던 할아버지는 또래와 어울리지 않고 일에만 매달리는 손자가 안타까웠나 봅니다. 할아버지는 “중학생이 하기에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라며 “그래도 하겠다는데 어떡해”라고 했습니다.

한군도 변명거리는 있습니다. 농사 공부는 정말 열심히 한다는 겁니다. 한군은 매일 ‘영농일지’를 씁니다. 농사를 하며 겪은 일, 시행착오, 가축 건강상태 등 직접 경험해 얻은 지식을 적어 놓습니다. 친구들이 게임하며 놀 때 한군은 가축사육법 정보가 있는 인터넷 카페에 접속합니다. 선배 농부를 만나 조언도 듣습니다. 위험하다며 말리는 마을 어른들 눈을 피해 트랙터 운전도 혼자 익혔습니다. 소를 사기 위해 달걀과 닭을 팔아 번 돈은 매달 알뜰하게 모으고 있습니다. 이런 동생이 “자랑스럽다”고 하는 누나는 한군의 유일한 지지자입니다.

사진=한태웅군 인스타그램



최근 한군은 SNS에서 스타가 됐습니다. 유튜브에 한군이 출연한 인생극장 방송분이 편집돼 올라오면서부터였습니다. 소년 농부보다 조금 더 유쾌한 중딩 농부라는 애칭까지 생겼죠.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시작해 자신이 기르는 염소나 소 사진을 올린 것도 한몫했습니다. 게시글은 17개인데 팔로어는 90만명이 넘습니다. 아래에는 “난 중학교 때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몰랐는데 벌써 목표가 있는 게 멋있다” “기특하다” 등의 댓글이 연달아 달렸습니다.



한군은 10년 안에 소 100마리, 논밭 2만평 이상을 일구는 농사꾼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부자가 되고 싶어서는 아닙니다. 그는 “한 마지기 논으로도 대농이 될 수 있고, 염소 다섯 마리로도 대농이 될 수 있다. 돈이 많다고 부자가 아니다. 남들에게 베풀면서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려운 철학서에 나올 법한 말을 정감 가는 말투로 늘어놓는 이 소년이 놀랍기만 합니다. 푸른 하늘, 논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 시골에서 소년은 벌써 행복한 삶의 비법을 깨우친 걸까요? 소년의 사려 깊은 마음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하루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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