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기마레스케(乃木希典)의 무사의 정(武士の情け)
水師営の会見
旅順開城約成りて 敵の将軍ステッセル 뤼순요새의 문을 열게 된 적의 장군 스테셀
乃木大将と会見の 所はいづこ、水師営 노기장군과 만난 장소가 어디 인고 하니 수사영
庭に一本なつめの木 弾丸あともいちじるく 마당의 한 그루 대추나무에는 탄환자국 남았네
くづれ残れる民屋に いまぞ相見る二将軍 무너진 채 남은 민가에서 지금 만난 두 장군
昨日の敵は今日の友 語る言葉もうちとけて 어제의 적은 오늘의 친구 오가는 말도 허물없네
我は称えつ彼の防備 彼は称えつ我が武勇 피아간에 잘 방어했다 용감했다 칭찬하고
さらばと握手ねんごろに 別れて行くや右左 또 만나세 정중하게 악수하고 헤어지는 양측
つつおと絶えし砲台 ひらめき立てり日の御旗 포성이 그친 포대 나부끼며 세워진 어기(御旗)
일로전쟁에서 육전의 하이라이트였던 뤼순 공방전이 끝나고 펼쳐진 세기의 한 장면은 수사영의 회견(水師営の会見)이다. 水師営은 일본어로는 스이시에이(すいしえい)중국어로는 수이쓰잉(shuǐshīyíng)이라고 하는데, 청나라 북양수사(北洋水師)가 있었던 곳이다.
스이시에이노카이켄(水師営の会見)은 일로전쟁이후 곡으로도 만들어져 널리 불리어졌는데 뤼순공방전이후 노기마레스케와 러시아군의 아나톨리 스테셀(Анатолий Стессель)장군간의 적이지만 서로를 무인으로 존경하며 예를 갖추는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패전한 적장이지만 스테셀을 체면을 지켜주라는 메이지천황의 지시에 따라 노기마레스케는 종군 기자들의 회견장 촬영을 금한다. 스테셀 장군이 패장으로 두드러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다만 종군기자도 역할이 있으니 회견 후 양측의 기념사진 한 장만 촬영하도록 허가한다. 그런데 전 세계에 전해진 이 한 장의 사진은 아주 파격적이었다. 사진만 보면 동맹국의 군대가 함께 훈련을 마치고 촬영한 사진으로 보일 정도다.
사진을 보면 중간열 가운데에 노기마레스케와 스테셀이 나란히 칼을 찬 채 앉아 있고 그 양쪽으로는 참모장들이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일본과 러시아 장군들이 같은 수에 동등한 스타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패전한 쪽의 장군이 칼을 차는 것은 국제관례를 깨는 것이어서 그 너그러움에 기자들은 감동받았다고 한다.
기념촬영에 앞선 회담에서 양측은 서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서로를 칭찬했다. 스테셀은 일본군의 용맹성을, 노기는 러시아 수비의 강력함을 찬양했다.
스테셀은 노기가 두 아들을 잃은 사실을 거론하며 위로했다. 이에 대해 노기는 “군인으로서 죽을 곳을 찾은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장남은 남산에서 차남은 203고지에서 전사했다. 국가를 위해 희생했으니 나는 만족하고 그들도 기쁘게 눈을 감았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기는 또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러시아군 전사자의 묘를 한곳에 모으고 전사 장소와 이름을 표시하고자 한다고 했고 스테셀은 여기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고 한다.
이 같은 노기마레스케의 무사의 정(武士の情け)은 스텟셀이 귀국한 뒤에도 이어진다. 스테셀은 군법회의에서 패전의 책임을 추궁당해 짜르 사형 위기에 처했다. 이 소식을 접한 노기장군은 당시 파리에 있던 쯔노다코레시게(津野田 是重)소좌에게 스테셀의 구명에 나서라고 지시하게 되고 쯔노다는 영국, 프랑스, 독일의 신문에 투고를 한다.
스테셀은 조국 러시아를 위해 용감히 싸웠고 뤼순 함락은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였다. 이런 노력이 주효했는지 스테셀은 특사에 의해 사형에서 금고 10년형으로 감형된다. 이후에 모스크바 근교 농촌에서 여생을 보내면서 전사한 부하의 고아 4명을 입양한다.
스테셀이 생활형편이 어려워지자 노기는 자기 이름을 밝히지도 않고 그에게 적지 않은 돈을 부쳤다, 나중에 메이지천황을 따라 노기가 자결하자 스텟셀은 보답을 했다. ‘모스크바의 한 승려’라는 명의로 적지 않은 조의금을 보낸 것이다.
스테셀은 만년에 “전쟁에서 노기대장 같은 명장에게 패했으니 여한이 없다”고 거듭 밝히곤 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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