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지난 주 비가 내린 후 꽃샘 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 찬 기운이 멈추는 날엔 봄이 본격적으로 달려오겠지.
따뜻한 기운을 느끼고 싶어 서운산 자락으로 왔다. 산행이 아니라 봄소풍 기분으로 '더 슬로우' 카페에 오니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바람은 차갑지만 푸른 하늘, 점점 흰 구름은 서운산으로 봄이 빨리 달려오기를 재촉하는 것 같다.
4월에 피는 앵초화가 보고 싶어진다. 매년 앵초꽃 산행을 통해 마주하지만 지금처럼 기다림의 순간 내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앵초가 제일 아름답다. 기다림속에 숨어있는 반가움, 애정, 연민 때문 일 것이다. 갑진년 올핸 과연 어떤 모습일지. 다섯 개 꽃잎과 푸른 받침 싱싱한 잎새는 햇살을 많이 받고자 더 크게 벌어질지, 작년에 감지했던 번식의 공간은 어느 범위까지 덮고 있을지.. 4월이 기다려진다. 오늘의 카페 발걸음은 앵초꽃을 맞이하는 예비 걸음.
방학을 마치고 내일 학교로 돌아가는 막둥이와 대화를 나눈다. 막둥이는 테슬라, 페북, 애플 등 세계 굴지의 회사들에 이어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K-방산 회사들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공부를 마치면 직업 전선으로 나아가고자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아들은 나에게 질문을 한다. "아빠가 생각하시기에 경영이나 영업 활동에서 무엇이 제일 중요하냐?"고. 나의 답변은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 신뢰를 얻는 것이야 말로 장사, 영업의 진수"라고.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 세계를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얼마나 가슴에 와 닿았을지. 나 또한 한평생이 아닌 군 전역 후 만난 짧았던 세계에서 그 본질을 이해했으니.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인간관계에 있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신뢰를 잃지 않는 것. 재물, 명예를 다 얻어도 신뢰를 잃으면 그 성취는 사상누각, 바람속 한 점 티끌에 불과한 것이 된다. 자기만 만족하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공생의 관계에서 믿음과 인정을 받는 것이 잘 산 것이고 진정한 성공이다.
막둥이가 그 점을 알고 새학기 공부를 시작해주면 좋겠다. 세상엔 할 일이 많지만 진정 좋아하는 분야에서 인간적 신뢰를 얻는 그 삶을 개척해 나가면 좋겠다.
20240302,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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