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체력은 국력

도보사랑 2025. 5. 1. 20:15

체력은 국력

서울둘레길 21구간 중 난 3구간만 걸었다. 18구간을 걷지 않았으니 둘레길을 걸었다 할 수 없다. 수용이의 간청에 트레킹 소감을 쓰려고하니 도저히 펜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무릇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일을 마무리한 사람만이 자신의 생각을 명쾌하게 정리하여 글을 쓸 수 있는가보다. 작문에 타고난 소질이 없는 내가 친구들과의 단 3구간 짧은 걸음 소감을 쓰는 이유는 삼구회 친구들에게 평소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난 과거 가끔 혼자 집근처 낮은 산을 오르곤 했는데 그 솔로 산행을 그만둔지가 근 10년이 넘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50대부터 산을 오르면 심한 호흡곤란이 왔기에  조심스러워졌다. 이후 헤모글로빈 약을 먹으며 산행을 삼가해 왔는데 친구들의 서울둘레길 동참 권유에 만용같은 용기를 냈다. 둘레길 트레킹이 산정상을 오르는 것이 아닌 산기슭을 가볍게 걷는 것이라 할지라도 4시간 이상 걷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기에 함께 걷는 친구들에게도 부담을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부터 먼저 했었다. 그렇게 시작된 걸음이 아니나 다를까 '작심 3일' 처럼 '작심 3구간걸음'에 그친 것이다.

작년 9월 28일 19구간(북한산 성북코스) 걸음에 처음으로 합류했다. 경복궁역에서 길을 인도해주는 수명대장, 공부 잘했던 병일, 사관학교로 가서 군인이 되었던 수용, 늘 상대에게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희수, 차분하고 맑은 눈을 가진 홍조, 아직도 기업 CEO인 핸섬 사나이 기웅이를 오래간만에 보니 가벼운 걸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뒤처져 가쁜 숨을 몰아쉬는 나를 위해 걸음 속도를 조절해준 친구들이 고마웠다. 기웅이 핸펀 분실 사건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두번째 20구간(북한산 강북코스)에선 서로 나누었던 대화를 잊을 수 없다. 화계사 일주문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걷기 시작하여 어느 이름모를 요양원을 지나치면서 나누었던 죽음에 대한 대화로 기억된다. "노쇠하여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의 도움을 받아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오면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장기기증도 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삶과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자세야말로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등의 대화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다. 나로선 마지막 21구간(북한산 도봉코스)에선 전망대에서 독사진을 찍어주면서 들려준 수명이의 산행경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50대 때 강북 5산(불암, 수락, 사패, 도봉, 북한산)을 무박 종주하고, 완전히 산에 빠져 전국 명산을 빠짐없이 찾아다녔다는 산사나이의 이야기. 허약한 나의 체력과 비교되었기에 오랫동안 기억속에 남아있는 것 같다.

불과 3회에 그친 부끄러운 나의 둘레길 걸음이다. 평지같은 둘레길도 나에겐 역시나 힘듬을 절감했던 걸음. 지금 허약함을 극복하고자 나름 노력하고 있지만 친구들도 평소 열심히 걷고 근력운동도 게을리하지 않았음 좋겠다. 다시 돌아보니 함께 걸으면서 나누었던 고교시절 독특했던 샘들이야기도 재미있었고, 트레킹 후 화기애애한 뒷풀이 식사자리도 참 좋았다. 그래서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인가 보다.

친구들! 건강하게 삽시다.♡

                                   - 박춘근 -

'세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구들과의 재회, 그리고 나의 건강  (2) 2025.05.01
우정의 길  (1) 2025.05.01
3가지 목표와 치유의 기적  (1) 2025.04.30
찬조의 글과 에필로그  (2) 2025.04.30
서울둘레길 책 발간을 앞두고  (1) 2025.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