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11년 5월 4일 명예전역서를 육군본부에 제출했다. 군인으로서의 삶을 마감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가기 위한 마지막 행정 절차...1978년 사관학교에 입교, 4년간의 생도생활을 거쳐 직업군인의 길을 걸은 이후 참 많은 세월이 지났다. 명예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살아온 나의 삶은 영광도 많았지만 좌절과 고통의 순간도 많았다. 모든것을 바쳤던 보안사에서 나의 뜻과 상관없이 타의로 나와야만 했던 1994년의 여름은 너무나 잔인한 시간이었다. 피눈물을 삼키며 나의 미래를 다시 설계해야만 했던 고통의 순간들...그때 이후 나의 삶은 나보다는 애들의 미래에 우선 가치를 두고 세월을 낚아왔던 시간들이었다. 그래도 살아오면서 기쁨을 느낀 순간들도 많았다. 성우, 성은이가 아무탈없이 성장해 외국 생활에 잘 적응해 나가면서 자기들의 꿈을 착실히 키워가고 있고, 나이 들어 얻은 복덩이 성빈이가 착한 심성을 갖고 개성있게 성장하고 있으니...
지금까지의 어려움을 잘 극복했던것은 나보다 인내심이 훨씬 강한 집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의 좌절을 용기로 힘을 북돋아 주고 내가 어떠한 결심을 하던 묵묵히 따라주었던 집사람은 집안의 튼튼한 버팀목이었고 나의 마지막 후원자였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얼굴에 당황한 빛을 보이지 않고 담담하게 모든것을 받아들이고 하루 3끼 밥을 꼬박꼬박 정성스럽게 차려주었던 집사람이 있었기에 내가 여기까지 잘 참고 온것 같다. 집사람에게 큰 명예와 축복을 주지못한 지난 군인의 삶을 앞으로 어떻게 보상해야할지...
9월 1일부로 민간인의 신분으로 돌아가면 소박하지만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나눌수있는 행복을 가꾸어 나갈 생각이다. 당분간은 성우, 성은이가 외국에 체류하고, 나역시 주말 부부가 되겠지만 전화, 메일, 블로그, 미니홈피, 페이스북 등을 통해 소통을 강화해 나가면서 일상의 모습을 함께 나누는 생활을 하도록. 적어도 성우, 성은이가 결혼하여 독립할때 까지는....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집사람과 여행도 다니는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 이제 " 군인이기때문에 가정생활은 어느정도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일반 상식을 허공에 날려버리고 온전하고 완벽한 가정을 가지면서 행복을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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