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의 최대의 영광은 진급이다. 상부로부터의 진급명령은 능력 검정과 대상자의 헌신과 봉사에 대한 댓가. 더 큰 부대를 지휘하라는 명령이다. 오늘 비록 앞으로 더 큰 조직을 이끌 기회를 주진 않았지만 그동안의 봉사에 대한 포상을 "명예진급"이라는 이름으로 나에게 주어졌다. 군과 국가에 감사할 따름이다. 사관학교 입교이후 많은 세월동안 스쳐간 그 순간순간들이 영화의 한장면처럼 지나간다. 육사 입교 2차시험시 지금은 사단장이 되어 55사단을 지휘하고 있는 박원수와의 100미터 달리기측정, 가입교 훈련시절 눈내린 화랑연병장을 알몸으로 포복, 매주 수요일 완전군장 10킬로 구보, 그 무더운 여름날 광주 무등산을 넘어 동복유격훈련장까지의 행군, 그리고 지리산일대에서 밤낮 올빼미처럼 돌아다니며 정신과 체력을 시험했던 유격훈련, 체력과 담력을 시험했던 공수훈련, 그러나 너무나 짜릿했던 C-123에서의 첫 점프....임관이후 소대장과 중대장, 대대장, 참모직위 등을 거치면서 직업군인의 멋과 긍지를 키워왔던 그 시간들! 아름답고 너무나 소중했던 시간들이었다. 때론 나의 지휘실책으로 진급의 기회를 놓치고 미래에 대한 불안속에서 잠못자는 시간들도 있었지만 주위에는 항상 제복입은 부하들이 있었고 독려해주었던 동료와 상관들이 있었기에 외롭지 않았고 보람있었다.
성우엄만 이 모든것을 나와 함께 하였다. 내가 좌절했을땐 함께 울어주었고 부하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선 나보다 더 따뜻하게 그들을 안아주었다. 내가 받은 작은 영광에 대해서 더 큰 영광의 모습으로 기뻐하면서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부족한 나를 대신하여 애들도 잘 키워주었고 느지막하게 성빈이까지 낳아주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다.
지금은 민간인의 삶으로 돌아기기전 모든것을 잘 마무리 지어야할 때이다. 본연의 삶의 모습은 변화가 없겠지만 앞으로 나에게 주어질 공간과 시간들을 잘 설계하면서 행복을 키워야 할때다. 이 모든것은 나의 삶에 대한 가치관에서 비롯됨을 잘 알고있기에 생각들을 잘 정리하고 싶다. 전역후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면서 사색하고 명상하면서 나의 가슴속에 미래의 꿈을 담고 싶다. " 겸손, 긍정, 칭찬, 감사"의 삶을 실천하고 습관화시킬수있는 의지를 달라고 지리산 산하에 빌어보면서....
(2010. 여름 일어클라스 모두 합천해인사에 갔다가 성주로 넘어오는 가야산 어느 쉼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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