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정보

텃밭농부 70만명, 애그리테인먼트가 뜬다.

도보사랑 2012. 5. 25. 11:58

경기도 평촌에 사는 주부 황모씨는 오전 7시에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집을 나서 15분 거리인 과천 문원동 텃밭으로 향한다. 도시농업을 시작한 지 30~40년 된 그는 200평 규모인 텃밭에서 고추·상추·고구마·감자·옥수수·강낭콩·땅콩·열무·배추·부추 등을 직접 길러 먹는다. 황씨는 “시중에서 파는 것은 농약 때문에 사먹기 꺼려지는데 유기농으로 직접 길러 먹으니 가족들의 건강도 챙길 수 있다”며 “가족 간의 대화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애그리테인먼트(agritainment). 경쟁에 지친 도시민들이 주 5일제 등으로 생활수준이 나아지고 여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농업(agriculture)과 여흥(entertainment)을 결합한 애그리테인먼트, 즉 ‘도시농업’이 뜨고 있다.

◆ 전 세계 도시민들, 도시농업 매력에 빠져‥

지난해 우리나라 도시텃밭 면적은 2010년 대비 3.7배, 도시농업 참여자 수는 약 1.5배 늘어났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약 70만명이 도시농업에 참여하고 있다.

도시농업은 산업혁명기에 도시민의 식량자급생산을 촉진하고자 소규모의 토지를 텃밭으로 임대해주면서 시작됐다.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가 경제활동의 핵심지로 부상하며 고층빌딩과 포장도로는 증가했지만, 녹지가 부족해지면서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해 도시농업의 필요성이 대두한 것이다.

현행 법률에서는 도시농업을 ‘도시지역에 있는 토지·건축물 등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농작물을 경작 또는 재배하는 행위(산림·조경 제외)로 전업이 아닌 취미·여가·학습·체험 등의 농사활동’이라고 정의한다. 도시농업은 고층건물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빌딩형 식물농장, LED·지열·태양광 등을 이용한 식물공장, 주말농장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다양한 형태의 도시농업>


도시농업은 산업화를 먼저 경험한 해외에서 보다 활성화됐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도시 농부는 8억명 이상이다. 도시텃밭 형태로 독일에는 클라인가르텐(100만개)이, 영국에는 얼로트먼트(30만개)가, 일본에는 시민농원(3000개)이, 뉴욕에는 루프가든(600개)이 있다. 뉴욕에는 옥상에 텃밭을 둔 빌딩만 600개 이상이다.

◆ 도시농업의 긍·부정적인 효과는

미국 대기환경 전문가인 울버튼 박사는 사람이 식물 근처에 있거나 식물을 돌보면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도시농업의 긍정적인 효과는 무엇일까.

먼저 원예산업·도시녹화산업·우리 농산물에 대한 인식 재고 등 도시와 농촌의 상생발전을 도모하는 경제적 기능을 한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도시농업 경험이 있는 사람이 우리 농산물을 더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시농업을 경험한 사람들의 우리 농산물 소비율은 67.6%로, 도시농업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의 우리 농산물 소비율(59.9%)을 웃돈다.

온실가스 감축·도시환경 개선이라는 환경적인 기능도 있다. 옥상에 정원이나 텃밭을 조성한 경우 냉·난방비를 16.6%, 벽면녹화까지 병행하는 경우에는 냉·난방비를 평균 30% 정도 절감할 수 있다. 여름철 콘크리트 표면의 온도가 50℃인데, 식물로 덮인 옥상과 벽은 26~27℃로 유지된다.

농지가 형성됨에 따라 물과 공기의 순환도 돕는다. 도시 100㎡를 10㎝ 깊이로 녹지화한 경우 200ℓ가량의 빗물이 저장될 수 있으며 100㎡의 면적에 식물을 재배하면 성인 두 명이 1년간 호흡할 수 있는 산소를 제공한다. 이 외에도 노인 소일거리 제공·청소년의 인성 함양과 같은 사회적 기능을 한다.

다만 도시농업이 도시에 대한 집중을 강화시킨다는 의견도 있다. 도시농업이 도시민들에는 편리한 기능을 하지만, 도시 이외의 지역과는 단절시키는 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천오염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 4월 이촌 한강공원에 텃밭을 만들려는 서울시 계획에 국토해양부가 중단을 요구한 사유는 국유지 민간 사용과 하천 오염 때문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친환경 비료·약제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설명했지만, 국토부는 친환경 비료를 써도 한강으로 유입되면 수질오염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 급성장 기대. 인프라 등은 여전히 초기

아직 우리나라의 도시농업은 초기단계로 사업 활성화와 인프라 구축 등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지만, 정부·지방자치단체·민간단체에서 텃밭을 보급하는 등 도시농업이 활발하게 시작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도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를 확산시키기 위해 2020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0%(500만명) 이상을 도시농업에 참여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도시 농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도시텃밭은 40개소에서 7200개소로, 주말농장은 200개소에서 800개소로 확대할 예정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딕슨 데스포미어 교수는 “대한민국은 국토가 좁고 도시에 인구가 밀집돼 있고, 집약적인 농업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수직형 농장이 발전하기에 이상적인 나라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