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 200조원. 아직은 추정이다.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에서 ‘약 200억달러 이상의 자금 조달에 성공한다면’이라는 가정이 붙어 있다. 하지만 월가는 조심스레 낙관한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있어서다. 중국의 인터넷 골리앗 알리바바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알리바바그룹이 지난 6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를 정식으로 신청했다. 월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달 금액의 규모에 따라 각종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도 중국 골리앗의 등장에 미국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다. 월가 분석가들의 다양한 예측성 논평을 받아 기사를 내놓느라 분주하다. 페이스북, 아마존, 이베이, IBM, 구글…. 비교 사례에 등장하지 않는 기업이 없을 정도다.
하버드 10수생에서 골리앗 인터넷 기업 창업자로
알리바바는 마윈(영어 이름 잭 마 Jack Ma)이 우리 나이로 36살이던 1999년 설립한 e커머스 기업이다. 원래 그는 삼수 끝에 항저우교대에 입학해 교사가 되길 꿈꾸었다고 한다. 영어학 석사 학위를 마치고 그는 영어 강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만큼 영어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무급 투어 가이드를 자원했고, 거절 당하긴 했지만 하버드대학에 10번이나 지원하기까지 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그가 중국을 대표하는, 아니 세계를 호령하는 인터넷 기업의 수장이 될 것이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기술에 대해서도 문외한에 가깝다.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기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심지어 e메일을 주고받는 것조차도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마윈과 인터넷과의 인연은 미국 여행에서 우연히 시작됐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1995년 시애틀을 여행하면서 인터넷을 처음 접하게 됐다. 중국만 하더라도 인터넷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던 때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1995년 중국 최초 인터넷기업으로 알려진 중국판 옐로우페이지를 창업했다. 하지만 그의 첫 번째 사업은 순탄치 못했고 결국 문을 닫기에 이른다.
첫 창업에 실패한 뒤 마윈은 이후 1998년 중국 대외경제무역합작부에 취직했다. 이때 야후의 창업자인 제리 양과 조우하게 된다. 제리 양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정부를 대리해 제리 양의 만리장성 중국 투어 가이드를 맡은 것이 인연이 됐다. 이렇게 쌓은 친분으로 2005년 야후로부터 10억달러라는 큰 금액의 투자를 이끌어낸다.
마윈은 대외경제무역합작부를 그만두고 1999년 친구 17명과 함께 그의 아파트에서 알리바바닷컴을 창업했다. 영어 교사의 꿈이 인터넷 사업가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당시 그의 목표는 중국에서 이베이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그 꿈은 몇 년 뒤 현실이 된다.
연간 거래액, 아마존+이베이보다 많아
△ 알리바바 기업공개 문서에 포함된 주요 실적 자료
알리바바가 설립된 뒤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던 2003년만 하더라도 중국 내 이베이의 시장 점유율은 80%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알리바바는 신생 e커머스 기업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불과 4년 뒤인 2007년 두 기업의 위상은 완전히 뒤바뀐다. 알리바바 자회사인 타오바오의 점유율이 84%로 올라서고 이베이는 8%에 급전직하했다.
중국 내에서 고속성장을 구가하던 알리바바는 현재 웬만한 미국 인터넷기업이 따라가지 못할 만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IPO를 위해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알리바바의 연간 총 거래액(GMV)은 2480억달러, 우리돈 254조2천억원에 이른다. 아마존과 이베이를 합친 금액보다 많다.
연간 활성구매자는 2억3100만명이며 활성구매자 1인당 49개의 물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주문량도 113억건에 이른다. 모바일로 거래되는 규모도 370억달러 규모로, 중국 내 모바일 거래액의 76.2%를 점유하고 있다.
기업공개 자료를 보면 알리바바그룹의 2013년 최근 9개월(3개 회계분기) 매출액은 65억1100만달러이다. 이 가운데 중국 내 매출은 56억5700만달러, 해외 매출은 5억7200만달러를 차지했다. 2013년 기준 페이스북 연간 매출액이 78억7200만달러라는 점을 상기하면 이미 페이스북 그것을 넘어선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 넘어설까
△ 알리바바 기업공개 문서에 포함된 주요 실적 자료
알리바바의 IPO는 여러 측면에서 흥미로운 기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는 미국 증시에 12% 지분을 공개 매각하면서 1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월가의 분석가들은 적게는 150억달러, 많게는 200억달러 이상까지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페이스북은 2012년 진행된 IPO에서 160억달러 조달에 성공한 바 있다. 이는 미국 증시 역사상 IT 기업으로는 가장 큰 규모였다. 이 기록을 알리바바가 갈아치울 공산이 크다.
만약 월가의 예상대로 200억달러 이상의 자금 조달에 성공한다면 알리바바의 기업 가치는 2천억달러, 우리돈 200조원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이는 페이스북이나 아마존보다 더 높은 기업 가치에 해당한다. 국내 최대 시가총액을 기록 중인 삼성전자는 5월2일 현재 198조2649억원으로 평가됐다. 중국의 e커머스 기업이 삼성전자의 규모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알리바바의 지분 24%를 보유하고 있는 야후도 덩달아 어깨춤을 추게 된다. 야후는 2005년 알리바바의 주식 40% 매입하고 35%의 의결권을 취득했다. 이후 알리바바가 야후의 지분 일부를 되사면서 현재 24%의 지분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시장의 결정만 남았다. 미국 증시가 중국 기업에 의해 기록이 갱신되는 날이 오게 될지 전세계가 침을 삼키며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