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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의 '글자전쟁'을 읽고

도보사랑 2018. 2. 10. 12:03

김진명의 '글자전쟁'을 읽고(2018. 2. 9)

 

한자는 그림문자다. 일반인들은 한자가 엄연히 중국인들의 문자로서 중국의 문명과 정체를 상징하는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작가는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몇자의 한자로써 이러한 일반인들의 생각을 깨트린다.

 

風葬을 장례풍습으로 가진 중국북방의 이민족인 서맥족은 풍장을 치러면서 사체를 활로써 지킨다는 의미의 글자, 弔를 사용했다. 중국인보다 먼저 사용한 그림문자 弔가 이 소설의 핵심 모티브다.

중국은 이 弔를 없애기위해 서맥족을 도륙한다. 자기들보다 먼저 그림문자를 사용한 상대를 멸절시키는 이 행위는 글자의 힘으로 천하를 자기들 발밑에 두겠다는 무서운 음모를 가진 침략이다. 천하의 온 사람들로 하여금 저들을 흠모하고 숭배하게 하며 스스로를 멸시하게 만들겠다는 무시무시한 문명전쟁이다.

 

난 이 글자전쟁을 허구로 보지않는다. 김진명이 사실의 바닥밑에 흐르는 보이지않는 진실을 캐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작가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글들도 그러하지만 이 소설역시 중국과 한반도의 역사적 사실을 묵직하고도 면밀하게 바라보면서 5천년전의 진실게임을 경이로울 정도로 잘 풀어놓았다.

 

북방 서맥족은 소위 漢족이 말하는 東夷족으로서 중국보다 문자문명이 앞섰던 한민족의 선조다. 중국의 중화사상은 이민족과의 끊임없는 역사와 문명의 충돌속에서 만들어져왔다. 중국에 사대하고 굴종적인 우리의 모습, 글자전쟁의 결과물은 아닌지. 작금의 동북공정또한 작가가 말하는 글자전쟁의 다른 모습과 다름이없다고 본다.

 

중국이 진정한 실력자, 문명의 선도자로 나아가기위해선 역사를 왜곡하거나 가식적, 위선적인 행위를 해선 안된다.

어쩜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몽을 꿈꾸는 시진핑의 중국 운명은 경제력, 군사력이 아니라 문명에대한 정확한 인식과 진실된 태도에의해 좌우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