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신문사기(朝日新聞社旗)와 산호(珊瑚)이야기
일본의 주요 신문 가운데 하나인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의 사기(社旗)는 태양에서 광채가 뻗어나가는 디자인이다.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의 사기가 욱일기(旭日旗きょくじつき) 아니냐는 여론은 일본 내에서도 강한데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의 일부 인사들은 디자인이 비슷한 것은 맞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디자인과 역사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에 따르면, 아사히신문은 1879년 창립당시 오사카부청(大阪府庁)에 취재허가신청원을 제출했다. 이 신청원의 양식에는 ‘사건현장취재시의 표시’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여기에 기입하기 위해 이 디자인을 고안한 것이 아사히사기의 원형이 됐다고 한다. 이런 문양은 무가(武家)의 상징 또는 어민들이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라고도 한다.
신문사 창립초기에는 지금처럼 ‘PRESS’라고 적힌 완장이 없어 대신 제등(提灯)을 들고 화재현장 등을 취재했는데 여기에도 이 문양이 그려져 있다.
아사히신문사기에는 태양 한가운데 아사(朝)라는 글자가 있고 햇살은 한 방향으로 7개가 뻗어나가는데 반해 메이지정부가 제정한 육군기(陸軍御國旗 나중에는 해군기로도 사용)는 16개나 되는 햇살이 사방을 비치고 있다는 점에서 엄연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제국주의가 침략 전쟁을 수행하는 동안 전쟁을 독려했다. 당시 사용된 아사히신문 사기에는 햇살무늬 한가운데에 ‘축 황군대첩 싸움은 이제부터다’(祝 皇軍大捷 戦いはこれからだ)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전쟁당시 일본매체들은 황군은 늘 승리한다(勝っては皇軍), 무적의 황군이다(無敵皇軍だ)、 성전이다(聖戦だ)、 귀축미영격멸이다(鬼畜米英撃滅だ)같은 선동적인 문구를 써가며 전쟁에 부역했다. 아사히도 그 중 하나임은 물론이다.
욱일기는 과거 전쟁을 일으킨 제국주의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이와 비슷한 문양을 가진 깃발도 종종 뉴스거리가 된다. 가령 소치올림픽에서 마케도니아 국기가 느닷없이 화제가 되는가 하면 티벳의 깃발도 욱일기와 닮았다고들 한다.
아사히신문과 관련해 아이러니한 것은 욱일기와 비슷한 사기(社旗)를 가지고 있으며 과거 침략전쟁에 부역했던 신문이 일본의 국기와 국가에 전체주의의 산물이라면서 극도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아사히 신문의 이 같은 태도가 이율배반적이라면서 혐오하는 독자들이 많다. 오죽하면 아사히키라이(朝日嫌い아사히혐오)라는 단어까지 있을 정도다.
아사히키라이(朝日嫌い)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이유는 아사히신문의 두드러지게 특이한 논조 때문이다. 2018년 8월 1일 ‘JBpress’라는 매체는 “아베정권이 너무 싫은 나머지 나치와 동일시하는 아사히 신문(安倍政権が憎すぎてナチスと同一視する朝日新聞) 중국도 상투적으로 쓰는 적의 악마화(中国も常套手段とする「敵の悪魔化)란 기사를 게재하고 아사히신문을 맹공격했다.
신문으로서 견해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아사히신문이 여권을 성토하면서 2018년 일본의 아베정권을 1940년대 나치독일과 비유하고 심지어 조지오웰의 1984에 비유하고 있는데 이는 보도윤리상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것이 골자다.
아사히신문은 5월 27일자에서 나치독일의 협력한 프랑스 엘리트 관료들을 일본의 관리들에 빗대 아베정권을 비난한바 있고 2015년 8월에는 한 편집위원이 “나치 지지자는 아베정권의 지지자”란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항의를 받고 삭제하기도 했다.
‘JBpress’는 또 아베정권을 악마화(Demonization)하는 것은 중국의 수법으로 과거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정부는 자국 유엔대사와 영국주재대사를 통원해 “일본은 핵무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인은 세계에서 가장 야만적이고 잔혹하다, 아베총리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악의 마법사”라고 일본규탄 캠페인을 벌인바 있다. 이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일본악마화’라고 규정했는데 ‘JBpress’는 아베정권을 적으로 인식해 나치에 비유하는 것은 중국의 수법과 비슷하다고 논평했다.
아사히신문은 미국의 트럼프행정부에 대해서도 극도로 부정적인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대체로 우호적으로 비처진다. 8월 10일자 유칸후지(夕刊フジ)는 “아사히신문이 일본-프랑스간 군사협력을 극단적으로 짧게 보도했다면서 이는 중국에 대한 손타쿠(忖度そんたく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알아서 처신함)가 아닌가”(朝日新聞、極端に簡略な「日仏軍事協力」報道 中国への忖度か)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키나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비행장이라는 오키나와 후텐마(普天間)기지의 대체 예정지로 헤노코(邊野古)에서 해안가 매립공사가 진행중인데 아사히신문은 이곳에서 산호군락이 발견됐다는 기사를 쓰고 있다. 그러나 환경문제를 거론해 기지공사에 반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아사히신문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도 상당하다.
아사히신문은 1989년에 산호와 관련한 날조보도를 했다가 된서리를 맞은 적이 있는 언론사이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의 카메라맨이 오키나와섬 이리오모테지마(西表島いりおもてじま)에서 높이 4미터 둘레 20미터의 거대 산호초를 발견하고 ‘89 지구는 무슨색’이라는 컬러사진을 게재한다.
그러면서 이 산호에 낙서가 씌여져 있다면서 ‘일본인의 도덕심을 한탄한다’는 식의 기사를 냈는데 오키나와현민들이 그럴리 없다고 항의해 조사해 보니 카메라맨이 산호초에 일부러 상처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오키나와 이시가키섬에서는 신공항건설계획으로 바다를 매립하는 공사가 한창이어서 아사히신문날조보도의 파장은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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