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마르크의 소독일주의(Kleindeutsche Lösung)와 소일본주의(小日本主義)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오스트리아를 제외하고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통일하자는 소독일주의(Kleindeutsche Lösung)로 독일통일을 이뤘다. 오스트리아와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같은 언어를 쓰는 민족이라고 해서 합병하지 않았다. 프랑스와의 전쟁에서도 승리했지만 이긴 댓가로 프랑스의 해외식민지 대신 알자스 로렌을 넘겨받았다.
프로이센이 산업혁명의 후발주자인 만큼 민족이란 허구의 개념에 사로잡혀 영토를 확대하는 대신 내실을 기했던 것이다. 그는 해외식민지 개척에도 대체로 소극적이었다. 이후에 히틀러의 나찌 독일이 패망한 것도 비스마르크가 수립한 소독일주의의 원칙을 어기고 레벤스라움(Lebensraum)이란 개념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전선을 늘어뜨린 것이 주원인이다.
일본은 메이지시대에 비스마르크의 프로이센 제국을 모델로 제국을 건설했다. 하지만 부국강병을 위한 산업화와 법제, 군대조직은 배웠을망정 비스마르크가 왜 소독일주의(Kleindeutsche Lösung)를 채택했는지는 간과했다.
제1차 세계 대전중에 일본은 전승국이었다. 독일이 점유했던 칭다오를 점령하고 영국, 프랑스처럼 판도의 확장을 꾀했다. 한국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에도 비스마르크의 소독일주의처럼 소일본주의를 주창하는 이들이 몇몇 있었다.
비록 소수여서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지만 소일본주의자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면 일본은 군국주의의 노선으로 비참하게 패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소일본주의자는 다이쇼 데모크라시를 상징하는 언론인 요시노 사쿠조(吉野作造), 미우라 테츠타로(三浦銕太郎), 이시바시 탄잔(石橋湛山)등이 대표적이다. 요시노 사쿠조는 일본이 본토를 지키기 위해서 쓰시마 안전이 필요하고 쓰시마를 방어를 위해 조선, 조선 방어를 위해 만주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국방선을 확장하는 논리를 비판했으며 일찌감치 동화정책을 통해 조선을 식민지로 보유하는 것도 무리라고 했다.
미우라 테츠타로는 제국주의를 비판하면서 만주를 포기하라고 했다. 만주를 일본이 가지면 러시아 중국이 적국이 되며 남방진출은 일영동맹을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만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3-4천만 엔의 국방비를 소요해야 하는데 대(對)만주 교역액은 2천만 엔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군비확장은 국민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며 산업발전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시바시 탄잔도 같은 경고를 했다. 조선, 타이완, 중국, 만주, 시베리아, 사할린을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식민지 경영이 실속 없는 국력낭비로 적만 만든다는 논리였다.
비스마르크의 소독일주의나 일본의 소일본주의 모두, 복수의 국가나 지역을 같은 민족 내지 문명권으로 억지로 묶는 것은 무리라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혹자는 일본의 천황가가 한민족의 핏줄이며 도래인이 일본을 만들었다고도 주장한다. 기실 그렇다고 해도 고대사의 일이다. 현재 한국인과 일본인은 같은 민족(?)이라고 할 수 없다. 만주, 돌궐, 여진도 마찬가지다.
‘기마민족의 DNA를 공유하고 있는 하나의 뿌리’라든지, ‘언젠가는 대륙을 호령했던 한민족의 기상이 유라시아를 향해 웅비해야 한다’든지 하는 말들은 듣기만 좋을 뿐 너무나 추상적이며 실체가 모호하다. 철도로 유라시아가 연결돼야 한다는 것 역시 타당성이 의문이다. 시베리아 철도는 과거 러시아가 동쪽으로 판도를 확장하기 위해 군사용도로 건설한 것이다. 철도가 한반도에서 만주를 거쳐 시베리아와 연결되는 것과 한민족의 웅비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시베리아 철도는 블라디보스톡에서 낭만적인 철도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이 이용하면 그만이다.
한국인들은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왜 그럴듯한 대독일주의(Großdeutsche Lösung)대신 철저하게 현실에 입각한 소독일주의(Kleindeutsche Lösung)를 선택했고 일본의 소일본주의(小日本主義)자들이 왜 만주 시베리아로 뻗어나가자는 군국주의자들의 ‘대일본제국’(大日本帝國)이란 허황된 구호에 반대했는지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세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대중국사의 미스테리: 저우언라이는 동성애자 (0) | 2019.01.25 |
---|---|
자유한국당은 무엇을 잘못했나? (0) | 2019.01.22 |
일본인과 외국어 (0) | 2019.01.21 |
라타이메이 차이잉원과 작지만 강한 타이완국군 (0) | 2019.01.18 |
김육 (0) | 2019.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