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시진핑의 프로파간다 속내를 거절했던 독일의 메르켈

도보사랑 2019. 2. 10. 10:02

작금 문정권의 항일 프로파간다로 국민들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어리석음에 경종을 주는 좋은 글이다.

 

시진핑의 프로파간다 속내를 거절했던 독일의 메르켈

 

“독일은 전쟁범죄를 사죄하는데 일본은 왜?”라는 질문에 대해 독일인은 어떤 스탠스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2014년의 사례가 있다. 체제 유지를 위해 반일민족주의를 부추길 필요가 있는 중국으로서는 이 같은 프로파간다에 독일도 동참해주면 두말할 나위 없이 쾌재를 부를 일이지만 독일은 냉철했다.

 

시진핑은 2014년 3월 독일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중국외교부는 국가주석의 방독을 앞두고 사전정지작업을 벌여 시진핑의 홀로코스트 기념비 방문을 추진했지만 메르켈의 독일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홀로코스트 기념비 방문을 거절당하자 시진핑은 메르켈 총리를 동행해 베를린의 전몰자 추모시설인 노이에 바헤(Neue Wache)를 방문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 역시 거부당했다.

 

중국으로서는 “독일은 전쟁에 대해 사죄하고 보상을 마쳤지만 일본은 사죄하고 있지 않다”는 프로파간다 프레임을 조성하려 했지만 메르켈은 일-중간 역사갈등에 말려들고 싶지 않았다고 독일의 데어 슈피겔지(Der Spiegel)는 보도한바 있다.

 

시진핑의 방독당시 홀로코스트 기념비 방문 무산이외에 크게 화제가 됐던 것은 메르켈이 시진핑에게 선물한 18세기 고지도 d'Anville map의 사본이었다. 선교사가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프랑스인이 그린 이 지도에서는 1735년 청나라의 영토를 그린 것으로 위구르, 티벳, 내몽고는 물론이고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센카쿠 열도도 빠져 있었다.

 

중국으로서는 내심 불쾌했었다. 시진핑의 유럽순방 소식을 자세하게 전하던 관영매체 인민일보는 이 지도에 대해서는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2014년은 러시아가 크림반도 분리독립에 개입해 국제사회가 시끄러웠던 시기였다. 당시 독일은 어느쪽도 편들지 않는 온건외교노선을 택했는데 몽고가 중국으로부터 독립하는데 러시아가 도움을 준 역사를 시진핑에게 에둘러 상기시키려 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메르켈의 당시 속내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중국의 팽창주의에 대한 유럽인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독일과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동맹국이었지만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적국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청나라 칭다오의 독일군을 공격해 수천명을 포로로 잡아 일본본토의 수용소로 보냈다. 당시 일본의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독일 포로들은 인도적인 대접을 받았고 그 보답으로 일본인들에게 소세지 가공법 등을 전수해 양국간 우호의 상징이 됐다.

 

국제사회에서 동맹과 적은 수시로 변하게 마련이다. 일본과 독일은 현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같은 가치를 지닌 우호협력관계이면서 자동차, 고속철, 화학 등 일부 산업분야에서는 경쟁관계이기도 하다. “독일은 전쟁범죄를 사죄하는데 일본은 왜?”라는 프로파간다에 독일이 중국편에 동참해 일본을 비난할 이유가 있을까?

 

한국인들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란 말을 마치 진리로 여기며 유독 좋아한다. 하지만 그 역사라는 것은 계속 돌고 도는 것이며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위해 현재 무엇을 할 것인지는 간과하는 경향이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