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대중(對中) 전쟁 “We are just getting started”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담은 전적으로 미중전쟁의 하위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미중무역전쟁의 휴전 기일은 3월 1일부로 종료된다. 화웨이 사태와 미중무역을 둘러싼 설전은 서막에 불과할 것이다. 시진핑은 벌써부터 떨고 있다. 블랙스완과 그레이 라이노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까지 언급했고 중국공안당국은 베네주엘라발(發) 민심의 동요를 우려해 TV 궁정사극 마저 불방 조치했다.
대내적으로 부동산과 주식, 자동차, 금융 등 여러 위험요소들을 화산이라 비유했을 때 지금까지는 연기만 피어오른 상태다. 3월 2일부터는 불꽃을 뿜으며 마그마를 얼마나 분출할지 예측불가다.
무역전쟁에 있어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기선을 제압했다. 30대 중반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회담관련서류로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며 일본측을 조롱해 항복을 받아낸 협상의 노장 라이트하이저를 앞세운 트럼프 앞에서 시진핑의 특사 류허(劉鶴)부총리는 고양이 앞의 쥐나 다름없었다.
오벌 오피스에서 기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는 라이트하이저와 미국 협상단, 류허부총리를 테이블 맞은편이 나란히 앉혀놓았다. 류허는 시진핑이 리커챵 대신 대외교섭업무를 맞긴 권력서열 4위의 측근이다. 사실상 시진핑의 전권대사인 그를 이렇게 대한 것은 시진핑에 대해 대놓고 모욕을 준 것으로 1월 중순 북한 김영철을 백악관에 불렀을 때의 사진과 자리배치가 사실상 같다.
트럼프는 아주 노련했다. 우선 실무협상 결과와 관련해 라이트하이저의 보고를 받은 뒤 류허에게 미국산 대두수입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묻는다. 류허는 당황해서 ‘five billion’(50억)이라고 했다가 ‘five million ton’이라고 정정한다. 그러자 트럼프는 ‘per day’(하루에)냐고 다시 따져 묻고는 미국의 농민이 매우 기뻐할 일이라고 조롱한다.
그런데 ‘five million ton per day’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어마 어마한 수치다. 류허가 뭔가 당황해 말 실수를 한 것인데 결코 지킬 수 없는 약속이다. 류허가 왜 당황했는지 여러 중화권 전문가들은 회담 당일 아침 있었던 일에 주목한다.
류허가 트럼프와 만나기 위해 호텔에서 나오자 기다리고 있었던 여러 중국인들이 기습항의 시위를 벌였다. 보통 베이징에 상경해 지도층과 직접 만나 억울한 일을 호소하겠다고 시위하는 이들을 팡민(訪民)이라 하고 이들의 행동을 상팡(上訪)이라한다. 중국 시진핑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워싱턴에 나타나 “졘팡민”(見訪民 우리를 만나 달라), “환워차이찬”(還我財産 내 재산을 돌려 달라)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다 미 FBI와 류허의 경호원에 진압 당했다. 류허는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혼비백산해 현장을 빠져나갔다. 아침부터 이런 일을 당했으니 트럼프와의 만남에서 당황할 만도 했을 것이다.
트럼프가 중국권력서열 4위인 류허를 요리하는 것을 지켜본 여러 중화권매체들은 할아버지가 손자를 대하는 것과 같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같이 노련한 외교협상력을 가진 트럼프가 김정은과 만나게 되면 혹시 휘둘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일부 한국인들은 우물안 개구리나 다름없다. 김정은은 시진핑이 대미 전략에서 내놓을 하나의 카드에 불과하며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베트남 회담 이후 중국이 맞이할 예측조차 불가능한 미국의 보복이다.
트럼프의 국정연설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함축적인 표현이 바로 “We are just getting started”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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