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중화민국은 트럼프의 대중무역전쟁과 김정은을 어떻게 보고있는가

도보사랑 2019. 2. 12. 09:55

중화민국은 트럼프의 대중무역전쟁과 김정은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트럼프는 2019년 국정연설에서 중국에 대한 강한 결심을 밝혔다. 중국과 그 동맹국들을 겨냥한 듯 사회주의에 반대한다고 밝혔는데 이 와중에 공화당의 의원은 차이잉원 중화민국 총통의 국회연설을 추진하고 있다. 2월 26일에는 김정은과 베트남에서 만나기로 했고 2월말이면 무역전쟁의 휴전기간이 끝나간다. 현재 미국의 무역관련전권대사인 라이트하이저는 최종담판을 위해 베이징에 머물고 있다. 미중간 최종담판이 결렬되면 당장 3월부터 25%의 관세를 매기게 된다. 미중무역전쟁에 대해서는 타이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안관계도 미묘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춘절 연휴에 즈음해 중국인민해방군은 대 타이완 심리전의 일환으로 우리의 전투기는 타이완을 포위해 난다(我的戰鷹繞著寶島飛)란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방송했다. 내용은 홍-6(轟-6)폭격기, 졘-10(殲-10), 3.5세대전투기인 수호이 35기가 타이베이 101빌딩(台北101)과 르유에탄(日月潭)같은 타이완의 명소를 비행하는 것인데 이는 타이완에 대한 제한전쟁의 위협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해 중화민국군은 너의 작은 새는 순식간에 재로 변할 것이다(你的小鳥轉眼灰)와 시시각각보위국가(時時刻刻保家衛國)라는 뮤직 비디오로 응수했다. 슝펑3 초음속 대함미사일이 나르고 육지에서는 전차, 자주포 사격이 등장하며 해군과 공군이 합동으로 중국인민해방군의 침략을 격멸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뮤직비디오 말미에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n't Free 自由要付出代價)란 자막이 등장한다.

 

타이완의 토론프로그램은 상당히 수준이 높다. 패널의 수준도 정치, 사회, 문화 군사 등 각분야의 전문가들인데 전혀 막힘이 없다. 진영을 나누어 말꼬리를 잡거나 잡담수준인 한국의 토론프로그램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시사문제와 관련해 각계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달함으로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고 국론을 통일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다.

 

중국인민해방군과 타이완 국군의 뮤직비디오 공방에 대한 해설만 봐도 아주 전문적이다. 타이완의 방공미사일 밀집도는 세계 1위로 국민들은 군의 능력을 신뢰해도 된다는 해설과 함께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구매한 최신예기 수호이 35에 대해서도 수준급의 해설을 한다. 러시아는 중국이 수호이 35를 대량으로 구매한 뒤 짝퉁을 만들 것을 염두에 두고 24기만 계약해 현재 14기가 인도됐다. 수호이 35는 엔진추력이 뛰어나 근접전에서는 미국의 최신예기와 비교했을 때 실력이 백중지세지만 탑재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짧으며 기체가 커서 쉽게 대공미사일의 표적이 된다고 지적한다. 시진핑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국내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동남해안의 7개성에서 대규모 전쟁준비를 독려하지만 이는 보여주기일 뿐 백만대군이 물리적으로 해협을 건너 전쟁을 수행할 능력은 현실적으로 없다는 점도 이야기한다.

 

타이완의 전문가들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담이 2월 말에 예정된 것에 대해 자연스러운 일정이라고 분석한다. 미중무역전쟁이 휴전인 상태에서 김정은을 통해 시진핑의 전략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패널들은 또 82분에 걸친 국정연설에서 트럼프가 사회주의 반대와 민주 자유의 가치를 설파한 대목을 중시하면서 버니 버나드와 샌더스의 표정 등 연설도중에 나타난 미국 정치인들의 반응에도 주목한다.

 

타이완 TV토론의 패널들은 미국의 대중정책이 누구를 통해 결정되는지도 명백하게 짚어내고 있다.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가 대중무역전쟁의 프레임을 정해 미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한다면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결집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69세의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의장인 피터 나바로는 하버드대 경제학자 출신으로 2011년에 Death by China(중국명致命中國)이란 저서를 내고 수출을 대놓고 지원하고 환율을 조작하는 중국의 경제와 무역은 사기나 다름없다고 맹렬히 비판한 바 있는데 트럼프의 대중무역전쟁의 스탠스는 그의 저서내용과 같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 전인 2011년에도 2019년 국정연설내용과 똑 같이 중국의 관행을 비판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오바마의 민주당 행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운 바 있는데 공교롭게도 피터 나바로는 민주당 사람이다. 트럼프의 용인술은 이런 점에서 대단하다. 정파가 달라도 훌륭한 패(牌 Card)라면 중용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패널들은 전설적인 협상의 달인 라이트하이저를 대중무역담판의 선봉장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30년전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내 미국에서는 패튼 장군, 중화권에서는 ‘담판의 짜르’(談判沙皇)라고 불리는 그가 다시 트럼프의 장수로 등장한 의미에 주목한다. 미국 학자들의 연구가 논문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국정에 반영돼 국익에 이바지하는 것은 상당히 평가할 만 하다.

 

패널들은 중국의 못된 관행에 쐐기를 박아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 시키는 트럼프의 대중전략은 성공적이며 아폴로의 달 착륙, 아이젠하워의 노르망디 상륙과도 비교되는 쾌거로 평가한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구조적인 변화’를 원하는 만큼 3월 이전에 중국이 확고한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회담장소를 베트남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패널들은 베트남의 경제발전의 모델로 미국이 북한의 경제발전을 도울 수도 있다는 당근목적 이외에도 과거 미국의 적에서 현재는 중국의 적으로 변한 점에 주목한다. 또 김정은 카드를 시진핑을 요리하는데 사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2017년만 해도 트럼프는 북한문제가 나오면 이것은 배후에 있는 시진핑의 책임이라면서 중국을 끌어들였는데 이제는 방법이 바뀐 것이다. 다시 말해 이전에 북한은 시진핑이 명확히 가지고 있던 패(牌)로 중국은 북한 카드를 타이완 카드와 맞바꾸려 했지만 미중무역전쟁이 시작된 2018년부터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중국이 타이완에 대해 압박을 가할수록 트럼프는 대(對) 타이완 지원 수위를 올리고 있다. 역대 미 행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타이완에 대한 압박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트럼프는 북한 카드까지 시진핑으로부터 상당부분 가져온 셈이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만나 어떤 협의를 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진핑의 중국으로부터 북한을 떼어놓으려 한다는 점이다. 필자는 복잡다기한 현재 국제정치의 체스판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는 터키라고 본다. 트럼프가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한 뒤 중동정세는 다소 복잡해졌다. 적의 적이 우군이 아닌 굉장히 복잡하고 헛갈리는 상황이다. 중국의 신쟝 위구르 지역의 인종청소문제가 국제무대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터키가 중국의 위구르 탄압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트럼프가 직접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중국봉쇄의 퍼즐 한 조각으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