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감상

달랑게

도보사랑 2019. 2. 22. 09:32

[20190222 인산편지: 당신이 달랑 살피는 것은 무엇입니까?]

 

달랑게 / 이상문

 

달랑게가 모래 속에

달랑

눈만 내놓고 숨었다.

 

살펴보는 것도

달랑

한 가지뿐이다.

 

누가

오나 안 오나?

 

☆ 며칠 전 신문에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AI, 즉 인공지능에 대한 기사였습니다.

 

인공지능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아주 친숙한 단어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기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미국의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기관인 '오픈 AI'가 개발한 'GPT-2'가 지나치게 뛰어난 글짓기 능력 때문에 오히려 퇴출당했다고 합니다.

 

인터넷 페이지 80만 개에 담긴 단어 15억 개를 학습한 GPT-2는 놀라운 어휘력을 바탕으로 판타지 소설, 신문 기사, 학교 숙제 등을 척척 해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문장을 하나 던져주고 나서 글을 쓰라고 하면 그 주제에 맞는 글을 완벽하게 작성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일부러 어렵게 문장을 써도 다 소화한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상당히 놀라운 수준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물론, 아직도 글쓰기에서 만큼은 인간을 절대 넘어설 수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치열한 작가 정신이나 문제의식, 함축된 메시지를 AI는 담아낼 수 없다는 그 믿음 말입니다. 그래서 4차산업혁명, 5차산업혁명이 와도 없어지지 않을 직업 중에 시인, 작가가 들어있는 것입니다.

 

이번에 GPT-2의 기술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까닭에는 이것이 만들어 낼 거짓, 즉 가짜뉴스가 가져올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 과연 어떻게 될까요? 우리 인산독자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과연 인산과 같은, 인산을 능가하는 AI 작가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러한 논란에서 딱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어제 인산편지를 통해 말씀드린 "결론은 사랑이다."를 잘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그렇다면 AI가, 인공지능이 사랑을 알까요?

 

글쓰기에는 일정한 형식도 있고, 패턴도 있습니다. 그 형식이나 패턴만 입력하고, 단어만 충분히 알고 있으면 분명 AI도 문장을 만들어 내고, 글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그건 정말 만들어 내는 것이지 쓰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는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최소한 글을 잘 못쓰는 사람들을 능가할 수준까지는 될 거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요? 그 이상은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안 되는 게 분명 존재할 겁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내주어서는 안 되는 게 분명 있을 겁니다. 인간이기에 포기할 수 없는 것, 인간이기에 반드시 지켜가야만 하는 것, 그것을 우리는 끝까지 붙들고 나아가야 합니다.

 

사랑하는 인산편지 가족 여러분!

 

이 글을 쓰는 지금, 저는 서울의 어느 낯선 방에 있습니다. 말씀드린대로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지평리전투 전승기념행사에 참석하고 바로 서울로 이동하였습니다. 기념행사 전에는 사단 신병교육대에 들러 세미책을 나누는 귀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으로 뿌듯한 만남이었습니다.

 

잠시 어제 하루 제가 참석한 두 개의 행사를 떠올려 봅니다. 하나는 6.25 참전용사, 그것도 우리 국군이 아니라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승전 기념식이었고, 하나는 4년 간의 생도생활을 마치고 이제 대한민국의 육군 소위로 임관하는 후배생도들을 축하하는 자리였습니다.

 

특별히 생도들에게는 '사랑의 인사' 책 한 권씩을 선물합니다. 멋진 소대장, 멋진 군인이 되는 결론도 역시 사랑이니까요.

 

잠시 전쟁 이야기를 꺼냅니다. 군인이 아닌 일반 독자님들에게 지평리전투는 다소 생소할테니 조금이라도 말씀드리는 게 좋겠습니다. 6.25 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계기로 북진을 한 연합군은 압록강변까지 진출하여 통일을 목전에 두었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않은 중공군의 참전으로 인해 하염없이 후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평리전투는 바로 이 중공군의 공세를 막아낸 아주 중요한 전투였습니다. 1951년 2월의 일이었습니다.

 

이 전투에 참전한 미 2보병사단 23연대장 폴 프리먼 대령은 전투시에 다리에 부상을 당했음에도 후송을 거부하고 끝까지 싸웠습니다. 그는 내가 부하를 이끌고 여기에 왔으니 반드시 이들을 데리고 나갈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참으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인과관계를 조사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영화 'We were soldiers'에서 멜 깁슨이 연기한 대대장의 연설 장면은 프리먼 대령을 모델 삼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당시에 프랑스 대대는 미군과 같이 싸웠습니다. 프랑스 대대장은 몽클라르 중령으로 그는 1,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3성장군으로 전역한 예비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6.25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중령으로 계급을 낮추었습니다.

 

계급은 중요하지 않다고, 태어날 자식에게 UN군의 한 사람으로서 평화라는 숭고한 가치를 위해 참전했다는 긍지를 물려주고 싶다고 한 영웅입니다.

 

자신들의 나라도 아니었습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땅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나라, 그런 땅을 지키느라 목숨을 바쳤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이제 육군소위로 임관하는 후배 생도들이 그런 젊은이들이길 원합니다. 조국을 지키는 군인을 넘어 이 세계, 이 세상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원대한 꿈과 기상을 간직한 장교가 되길 원합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살피는 것이 많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래 해변을 깨끗하게 하는 달랑게처럼 달랑 하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살아갈, 우리가 살아갈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삶이길 원합니다.

 

무엇보다도 오직 조국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만 살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의 안위, 개인의 영달, 개인의 행복보다는 그들이 몸 담고 있는 대한민국 육군과 조국 대한민국 만을 살피는 군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달랑 그 한 가지만 살피는 삶이길 원합니다.


 

이 마음을 담아 오늘 인산이 당신께 묻습니다. "당신이 달랑 살피는 것은 무엇입니까?" 오늘 하루 이 물음을 붙들고 사유하고 성찰하는 복되고 귀한 삶이길 마음 모아 소망합니다.

 

벌금, 불금, 행금, 신금, 기금, 즐금, 소금, 의금, 휴금, 꿀금, 밤금(밤 새워 책 읽는 금요일), 복금(복 받는 금요일)입니다.

 

저는 지금 아직 잠에서 덜 깬 서울 거리를 달리고 있습니다. 0630부터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조찬강연회에 참석합니다. 잘 마치고 계룡으로 내려가겠습니다. 인산편지는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띄우겠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

-인산 김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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