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고도와 옥룡설산을 찾다..(2019. 8. 22~27)
2일차, 중호도협 길을 걷다(8.24, 토)
중도객잔의 새벽공기는 차다. 총총한 별을 보기위해 04:00에 맞춘 시계소리에 잠을 깨 밖으로 나가 하늘을 보았다. 구름인듯 산안개인듯 짙은 운무속에 별은 한점도 보이지 않고 새벽 객잔은 고요하기만 하다.
몇몇 친구들도 잠을 설친것 보니 나처럼 새벽 총총별을 기다렸는가 보다.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는 오지 못할지도 모를 객잔의 향수를 달래고자 여러 사진을 담아본다. 포토존으로서 손색이 없는 객잔 난간에서 전체 23명이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을 보면 오래동안 이 길을 함께 걸어면서 나눈 우리들의 우정을 기억할수 있을것같다.
약 4시간동안 장선생객잔까지 중호도협 길 11Km를 걸어본다. 자연과 문명, 인간과 동물들이 공존하는 역사의 길이다.
중간 휴식지점엔 마오(모택동)의 흔적이 나타난다. 마오가 국민당군에 쫒겨 섬서성 옌안까지 대장정을 하면서 호도협 이 길을 지나쳤다는 기록이다. 호남성에서 태어나 막스-레닌 사상에 심취, 베이징대 사서, 창사 봉기, 약 2년간 12,000Km 이상의 대장정, 대장정의 길에서 권력을 장악한 준의 회의, 국공합작, 내전에서의 승리 등 마오의 삶을 생각해보며 걸어본다.
마오는 이 길을 걸어면서 인민들의 마음을 얻는 전략으로 일관했다. 마오 군대는 마을을 지나칠때마다 척박한 이 땅에 살고있는 주민들에게
청보리, 감자, 옥수수 재배법을 가르쳐주고 고추가루, 소금 등을 얻어갔다. 마오가 병사들에게 내린 지침 '주의 8항'에 이러한 민심을 얻는 전략이 잘 나와있다.
중국역사에 관심이 많은 친구, 민규와 형주는 유방과 항우를 이야기하며 걷는다.
유방은 사람을 보는 눈과 포용하는 가슴이 있었기에 뛰어난 인재 소하, 한신, 장량을 얻어 한고조가 될수 있었고 오만과 자만, 싸움밖에 몰랐던 항우는 오강에서 자살할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작금의 조국사태를 보면서 협량한 마음에 인물을 볼줄 모르며 국익보다 역사를 왜곡하면서 이념싸움에만 몰입하는 대한민국 위정자를 심하게 질타한다.
옛길을 걸어면서 이야기하며 상상해보는 이 시간은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소중함은 물론 두번다시 누릴수없는 호사함이다.
걷는 걸음 중간중간 염소 무리떼와 말들이 나타난다. 아스라한 협곡길에서 서로 뿔을 부딪히면서 싸우는 염소, 건너편 옥룡설산을 응시하면서 메~엠 메~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호도협 길이다.
오늘의 종착점 장선생객잔에 이르기전 관음폭포가 나타난다. 세차게 쏟아내리는 폭포물에 미끌어질까봐 조심스럽게 길을 걷는다. 찬물에 손을 담그며 올려다보니 마치 水源이 하늘인양 푸른 물주기가 구름속에서 나타난다. 이런 곳을 옛 선인들은 천경으로 불렀던것 같다.
장선생객잔에 도착하여
장강의 상류를 마주하기위해 낭떠러지길을 따라 협곡 아래로 내려갔다. 약 30분동안 조심스럽게 내려가 우뢰같은 소리를 내며 굽이치는 金沙江을 만났다. 밑에서 위로 바라보니 푸른하늘을 이고 고고한 자태를 드러내는 협파설산과 옥룡설산의 봉우리들은 선경 그 자체다. 협파설산을 달려와 이곳에서 옥룡설산으로 뛰어넘었다는 호랑이 바위위에서 친구들은 많은 사진을 찍었다. 장엄한 자연의 소리, 오래동안 기억에 남을것 같다. 협곡아래에서 객잔까지 다시 올라오기까진 1시간이 소요되었다.
오늘로서 호도협 트레킹을 마치고 내일과 모레 옥룡설산에 오르기위해 객잔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여강으로 나왔다.
이곳에 오고싶어했던 친구들과 함께 걸었던 차마고도 호도협길 오래동안 기억속에 머무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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