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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섬진강(2022.7. 9, 토)

도보사랑 2022. 7. 14. 11:04

하동, 섬진강(2022. 7. 9, 토)

무더운 날씨에 섬진강가를 라이딩하는 친구가 멋진 사진을 보내왔다.

박경리 토지의 무대 섬진강, 악양벌과 부부송(악양분들은 이 소나무를 서희와 길상 나무로 부른다) 사진이다. 섬진강가에서 악양벌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이곳 사무실 더위까지도 식혀주는 느낌이다. 자전거에 몸을 실어 힘차게 페달을 밟는 친구의 뻥뚫린 가슴엔 무엇을 담아내고 있을까. 시간이 날때마다 풍광 좋은 산천을 찾아 허파를 팽창시키는 라이딩, 좋아하는것에 몰입함으로써 행복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참 좋아보인다.

섬진강, 하동 자락은 내가 軍에서 나와 첫 트레킹을한 지역이다. 그땐 기차를 타고 하동역에 내려 섬진강길을 따라 동정호~악양 평사리벌판~최참판댁~쌍계사~불일암~불일폭포까지 걸었다.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 걸었던 사유의 길이었다. 그래서인지 왠지 정감이 많이 가는 곳이다. 어머니의 품같은 지리산이 있고, 자연이 좋아 욕심버리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것인가..

이곳은 서정이 넘치고 역사성도 짙은 곳이다.
화개장터에 가면 영호남 사람들이 하나가되어 먹고 마시고 문물을 교환한다. 강이 내려다보이고 이른 아침 운무가 짙은 지리산 자락엔 자연을 벗삼아 터를 잡은 시인, 소설가들이 많다. 지리산 종주를하다 아예 눌러 앉은 산악인들도 있다. 섬진강 노을을 사진에 담다 강가에 카페를 차려 남은 삶을 노을에 맡긴 분도 계신다. 맑은 공기속에 道수련을 하시는 분들에게 무료 산방을 여신 분도 있다.

임진란후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중엔 유독 이곳 사람들이 많다. 도공들외 양반들도 꽤 있었다. 일본에 뿌리내리고 산 그들의 후손들이 조상들을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왜구들이 오랜세월 남해안에서 섬진강을 거슬러 오르내리면서 이 지역에 익숙해진 이유도 한몫했을것이다.

어제 저녁 KBS "자연의 철학자들"에선 이곳 화개마을에서 사는 과거 전설의 女산악인 남난희씨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그녀는 1957년 산이 많은 울진에서 태어나 평생 산행을 했다. 1984년 정월 초하루부터 76일동안 태백산맥 종주를 했다. 당시엔 백두대간종주길이 개척되지않아 숲을 헤치고 길을 만들면서 한반도의 척추능선 종주에 성공하였고 이 종주가 그녀의 삶에서 제일 큰 성취였다고 했다. 그녀는 히말라야에도 올랐고 지금 지리산에서 살지만 미대륙횡단을 실행하고 있다고했다. 그랜드캐년에서 캐나다국경 옐로우스톤까지 사막과 고산지를 통과하는 4년간의 남북횡단 계획은 매년 2달동안 걷는것인데 도보간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위해 직접 채집하고 재배한 각종 산채를 말리고있는 전문 산행인의 모습이 경외로웠다.

그녀는 책도 여러 권 썼는데 그녀의 산행기록은 산속에서 익어간 그녀 삶의 속살이다. 그녀는 젊었을땐 登山을 했지만 지금은 入山을 한다고 했다. 산을 오르지않고 산에 안기는 것이다. 화개골 고옥에서 풀을 메고, 먹을것을 기르고, 차(茶)를 따고 덖고, 매일 이른아침 불일폭포까지 걸으면서 건강을 다지고 사유와 성찰의 삶을 사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그녀는 걸으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삶은 아무것도 가지고 싶은 것이 없고,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고,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다. 물기가 다 빠진 풀처럼 가벼운 마음이다. 참 편하다"

자연속에서의 철학자인 그녀의 삶, 라이딩을 하면서 도닥도닥 삶을 여물지게하는 친구의 모습, 보내준 사진에 추억을 소환하고 정감을 가져보는 나..

우린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자연에 가까와지면서 살아가고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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