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하루의 공원바람(2022. 8. 1, 월)
8월 초하루 저녁바람이 서늘하고 세차다. 비가 그친뒤라 그런가. 어둠이 찾아드는 공원 숲속엔 가을의 전령사 쓰르라미 우는 소리가 들린다. 立秋 1주일을 앞두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는가 보다.
도시 한가운데 이런 공간이 있다는것, 도시속 자연이 함께 있다는것 여기 사는 나에겐 축복이다.
오늘은 B코스 배나무둘레길 두바퀴 5Km을 걸었다. 주먹 크기만큼 굵어진 모과와 때죽나무 잎새에 이는 바람소리가 너무 좋아 영상에 담아본다. 쏴~아 여름 무더위를 몰고가는 바람의 노래.
수국같은 불두화와 접란이 수를 놓은 개울가, 아직까지 잠자리에 들지않은 오리들 노는 연못도 흐르는 물소리와함께 영상에 담아본다.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는 숲속 산책길을 오가는 사람들은 빠른걸음이다. 운동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난 요즘 빠른걸음보단 느린 걸음을 택했다. 바람소리, 벌레소리, 오리 우는소리, 이름모르는 꽃봉오리 터지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듣기위해서다. 이곳에서 간혹 열리는 음악연주회도 옛날엔 좋았는데 지금은 별로다. 사람사는 세상에 사람소리가 당연한데도..
요즘 내가 자주보는 유튜브는 조르바TV다. 크리에이트는 그리스의 자유영혼인 조르바가 좋았던가보다. 소로우의 월든 호수가 오두막과 헬렌니어링의 자연속 조화로운 삶이 좋아 늦게 만난 문작가와 부부의 연을 맺어 양구 자연속에서 살아간다고 했다. 두분의 이상이 일치한것은 큰 행운이다. 대체적으로 여자들은 도시의 삶을 더 좋아하기에. 간혹 문화와 역사를 이야기하고 야생초에 깊은 지식을 가진 문작가가 오히려 조로바보다 더깊은 자연인같다.
공원바람이 내속의 바람까지 몰고왔다. 스콧트와 니어링이 평생 추구한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가 내속에도 자리잡고 있어서인가. 바람이 향하는곳을 알수없듯이 목적지가 없는것이 인생이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것일뿐, 그러다 흔적없이 사라지는것. 그래서 현자들은 바람부는대로 흘러가는 삶이 좋은 삶이라고 했다.
'세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척여행 (0) | 2022.08.19 |
---|---|
파주의 방촌과 율곡 (0) | 2022.08.19 |
은퇴 목사님의 농사(2022. 5. 29, 일) (0) | 2022.06.07 |
고성산길 걸으면서 一聽(2022. 5. 15, 일) (0) | 2022.05.23 |
법정의 어머니(2022. 5. 8, 일) (0) | 2022.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