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새해 첫산행 덕숭산(2023.1.7, 토)

도보사랑 2023. 1. 7. 23:43

새해 첫산행 덕숭산(2023.1.7, 토)

고교친구중 지리산등 국내명산을 전부 다닌 산사나이가 있다. 해마다 솔로 해외산행도 하면서 찍은 멋진 사진으로 우리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친구다.

어제 새해 첫산행을 하고싶어 그친구에게 집가까운 곳을 추천해 달라고했다. 친구는 평택에서 가까운 충남의 3산(오서산, 가야산, 덕숭산)중 아래 기본 정보와함께 덕숭산 눈꽃구경이 좋겠다고했다.

"예산 덕숭산(495m)
들머리고도 115m,
왕복 4.5km, 2시간 30분 거리"

어제까지만해도 예산지역에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였기에 오늘 아침에 덕숭산 눈꽃을 기대하면서 수덕사 주차장으로 왔다. 어제밤 눈은 내리지않고 가랑비만 조금 내린듯하다.

초면의 평택 청북초교 동창들이 앞서는 작은 저수지가 있는 길을 따라 정상쪽으로 걷는다. 눈꽃은 볼수없어도 젖은 솔잎과 낙엽이 깔린 부드러운 길이다. 산에서 만나는 모든 분들은 마음을 터 놓는다. 나의 12년 아래 돼지 띠동갑들인데 서로 나누는 대화들이 무척이나 정겹다. 군출신인 나와 함께 걸을수있음이 너무 좋다며 군대이야기를 쏟아낸다. 한국 사나이들은 군대를 다녀와야 관계(Relationship)가 형성되는것같다.
쉼터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 정상에선 바리바리 싸가지고온 음식들을 함께 나누어 먹으면서 새해 첫산행의 행복을 느껴본다.

하산은 수덕사쪽으로..
만공스님탑과 정혜사 스님들 공부방(공부방앞 입구에 "넘지 마시오"란 글귀가 의미심장하다), 푸른 솔을 두르고 하얀 눈을 이고있는 큰바위를 지나치면서 들어보는 계곡물소리는 고즈넉한 산사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직 녹지않은 눈이 옅게 덮힌 수덕사 본당의 기와지붕도 참 아름답다.

돌아오는길에 고암 이응노, 추사 김정희 생가를 찾았다.

20세기를 치열하게 살고간 예술가 고암 이응노. 수덕사를 너무 사랑한 이응노의 생가터는 너럭바위가 있는 지금의 수덕여관이 아닌 홍성군 홍북읍 쌍바위골에 있다. 북쪽으로 용봉산이 보이는 대숲과 채마밭이 아름다운 생가터엔 2011년 이응노생가 기념관이 생겼다. 수덕사, 서울, 동경, 파리를 넘나들며 20세기를 치열하게 살고간 고암의 예술철학과 사유는 사실에서 추상으로 흘러간 그의 작품과 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1971년에 쓴 그의 글이 그의 예술혼을 잘 말해주는듯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것을 말했지만 나는 남몰래 가벼운 마음으로 줄곳 그리고 또 그렸다.
땅위에,
담벼락에,
눈위에,
검게 그을린 내 살갗에.
손가락으로, 나뭇가지로, 혹은 조약돌로."

예산 신암면 추사고택에 오니 해가 서산으로 넘어간다. 이곳은 김정희가 태어나고 자란곳으로 김정희의 증조부 김한신이 영조의 사위가 되면서 하사받은 땅이다.

김정희는 일찍 글을 깨우친 천재성으로 유명하다. 청나라 제일의 학자 옹방강, 완원과 일생동안 교유하면서 "사실을 밝혀서 진리를 추구한다"는 청의 고증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서체는 청과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자신감이 넘치고 다소 거만했던 김정희는 2차례에 걸친 유배후엔 사람이 달라졌다. 9년간 제주도 유배생활을 할때 책을 자주 가져다준 역관 이상적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그려준 세한도는 그의 변화된 인품을 잘 말해준다.

"歲寒然後知 松栢之後凋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되어서야 소나무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비로소 알 수 있다." 이 세한도가 청의 학자들에게 공개된것으로 보아 곤경에 처한 김정희가 이 세한도를 통해 청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설도 있다.

김정희묘(묘비엔 그가 존경했던 청의 학자 완원의 성을 딴 완당 김정희로 새겨져있다)와 어머니가 추사를 잉태했을때 팟다는 우물, 고택의 외부모습을 사진에 담고 세한도에 담긴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발길을 돌렸다.

'여행스케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주 마곡사  (0) 2023.02.12
광성보, 전등사(2023. 1. 27, 금)  (1) 2023.01.28
농다리와 초평저수지의 저녁(2022. 12. 11, 일)  (0) 2022.12.11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1) 2022.11.26
부안 한나절 여행  (0) 2022.11.20